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이 열린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 불빛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동아DB
은하수 바다 항해하는 아리랑 범선
이날 발표된 BTS 신곡 ‘스윔(SWIM)’에서 멤버들은 각자가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북두칠성임을 분명히 표현했다. 7개 별로 구성된 북두칠성은 국자 모양 맨 앞 별부터 차례로 탐랑성, 거문성, 녹존성, 문곡성, 염정성, 무곡성, 파군성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아미들의 사랑을 받는 BTS 멤버가 각각 어느 별을 상징할지 떠올려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스윔 뮤직비디오에는 ‘아리랑호’로 명명된 배와 아름다운 여성(배우 릴리 라인하트)이 등장한다. 이 여성이 북두칠성의 수호를 받는 북극성을 상징한다. 흔히 자미원 최고 중심 별인 북극성은 최초 신 혹은 창조의 신으로서 여신(女神)으로 묘사되곤 한다. 또 밤하늘 북녘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는 북극성은 완성된 자아 또는 진정한 자아를 의미하기도 한다.
스윔 노랫말을 보면 BTS 멤버들이 시간을 알리는 좌표 점이자 길잡이인 북두칠성이 돼 인생의 진정한 자아(북극성)를 찾는 데 하나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런 뜻은 팝업 전시 ‘BTS POP-UP: 아리랑(ARIRANG)’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앨범 제목 ‘아리랑’을 형상화한 1.9m 높이의 화산석 조형물과 바닥을 수놓은 북두칠성 그래픽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론적으로 BTS의 광화문광장 공연은 하늘 별자리를 지상에 구현한 대서사시였다. ‘아리랑호’라는 범선에 몸을 싣고 은하수라고도 할 수 있는 끝없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7개의 북두칠성, 그리고 이들을 호위를 받으며 거친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신(북극성, 진정한 자아)은 모두 자미원의 장엄한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아리랑을 형상화한 1.9m 높이 조형물과 북두칠성 그래픽이 조화를 이룬 ‘BTS POP-UP: 아리랑(ARIARANG)’ 전시장. 뉴시스
별 기운 받고 태어난 강감찬 장군
하늘 별자리를 지상에 재현하는 행위나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풍수의 본질이기도 하다. 고대인은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별의 자손’이라 믿었고, 하늘 뜻에 맞춰 사는 것을 최고 미덕으로 여겼다. 그 과정에서 하늘의 뜻이 지상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곳을 찾는 감여학(堪輿學)이 등장했다.이때 ‘감’은 하늘의 이치, ‘여’는 땅의 이치를 뜻한다. 즉 감여학을 연구하는 이는 하늘의 이치를 나침반 삼아 명당 길지를 추구하는 풍수가인 셈이다. 그래서 감여학은 풍수학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풍수학 비조로 여겨지는 3세기 인물 곽박(郭璞)을 비롯해 원천강(袁天綱), 이순풍(李淳風) 등 초기 풍수가가 모두 역법에 밝은 천문학자였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하늘의 이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땅에 표현될까. 이에 대해서는 풍수 고전 ‘영성정의(靈城精義)’에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땅은 본래 정기(精氣)가 없으나 별빛이 내리쬐는 것으로 정기를 삼고, 땅은 원래 길흉(吉凶)이 없으나 별의 기운(星氣)으로 길흉을 삼는다.” 즉 하늘의 기운이 별을 매개체 삼아 지상으로 전달돼 땅에 기운이 감돌게 하고 나아가 인간사 길흉까지 좌우한다는 뜻이다. 결국 풍수는 천광조림(天光照臨), 즉 하늘의 기(빛)가 땅에 직접적으로 임하는 곳을 찾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잘 보여주는 장소로 서울 관악구 낙성대(落星垈)를 꼽을 수 있다. 고려 명장 강감찬(948~1031) 장군이 태어난 장소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탄생 설화에 따르면 고려시대 한 사신이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확인해보니 바로 그 장소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강감찬 장군인 것이다. 낙성대라는 이름이 바로 ‘별이 떨어진 장소’를 의미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하늘의 별 기운이 떨어진 터에서 태어난 강감찬을 ‘북두칠성의 화신’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강감찬이 7개 별 중 학문·지혜·문관의 운을 상징하는 ‘문곡성’ 기운을 갖고 태어났다거나(‘고려사’), 권위·공정·형벌·충효 등을 상징하는 ‘염정성’ 기운을 갖고 태어났다(‘용재총화’)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제주의 3첩7봉 명당터
한편 북두칠성 전체 기운이 지상에 하강하는 명당터와 관련된 얘기도 있다. 제주 삼양동 불탑사 오층석탑이 바로 그곳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고려 여인으로, 중국 원나라 11대 황제(혜종)의 부인이 된 기황후다. 남편 혜종의 뒤를 이을 아들이 없어 고민하던 기황후는 북두칠성 기운이 맺힌 3첩7봉(三疊七峰) 터를 찾아 탑을 세우고 기도하면 태자를 얻을 것이라는 비방을 듣게 된다. 이에 사람을 동원해 온 천하를 살피던 중 마침내 탐라(제주) 동북 해변에서 3첩7봉을 발견했고, 북두칠성 기운이 정확히 맺히는 곳에 5층 석탑을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을 대행하는 여인에게 정성껏 기도를 드리게 한 끝에 마침내 아들을 얻었다. 그가 바로 북원 황제 소종이라고 한다.
북두칠성 기운이 응집된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 안영배 제공
이곳이 명당터임을 알리는 또 다른 전설이 전해진다. 중국 진나라 시절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던 이들이 이곳까지 들렀다는 것이다.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3첩7봉의 북두칠성 기운이 감도는 명당터라고 한다면 당연히 천하의 명약 불로초 전설도 따라다닐 법하다.
BTS의 별 관련 공연이 제주에서 한 번 더 꽃피우길 기대한다. 제주에서는 원당봉의 북두칠성뿐 아니라, 북두칠성 좌우측에 자리한 북극성과 삼태성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북극성 여신에 해당하는 설문대 할망(삼신할미)과 삼태성에 해당하는 삼성혈이 이에 해당한다. 천손(天孫) 민족의 터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천문 문화가 전쟁·갈등에 시달리는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별빛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