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스스로 놀게 하라


1945년 이 놀이터를 방문한 영국 앨런(Allen) 부인이 깊은 감명을 받아 폭격으로 철거된 런던 공터에 모험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은 모험놀이터는 발상지인 덴마크로 역수입됐고 1950~70년대 스웨덴,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로 퍼져 나갔다. 이후 ‘플레이파크’라는 이름으로 유럽 전역에 보급돼 현재 1000개 정도의 모험놀이터가 있다. 일본에서는 오무라 겐이치·아키코 부부가 1973년 앨런 부인이 쓴 ‘도시의 놀이터’를 번역해 소개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켜 일본 전역에 모험놀이터가 만들어졌고, 특히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원이나 대다수 마을놀이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고 관리한다. 안전사고와 각종 민원 때문에 놀이기구에서 모험적 요소는 점점 사라지고 아이들은 더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놀이기구 업자들이 만든 그네, 미끄럼틀, 철봉, 시소 등 플락스틱과 금속으로 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조합놀이시설이 놀이터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북유럽의 모험놀이터, 생태놀이터, 자연놀이터 사례를 접한 젊은 부모들의 요청에도 행정 당국은 각종 규제와 절차를 이유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모들이 자율적으로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주 ‘컨템퍼러리 디자인 플레이 DIY(Contemporary Design Play DIY)’, 애리조나 주 ‘셀프빌트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즈(Self-Buit Adventure Playgrouds)’ 등 세계 곳곳에서 놀이터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5월 28일 경기 안산 벚꽃사2(사 2동)에서 가제트공방의 이광익 씨가 상호지지구조 만들기 놀이 워크숍을 개최했다. 광주에서는 하정호 씨와 놀이활동가들이 재활용 재료와 자연재료, 간단한 목공기술과 적정기술을 이용해 저비용 놀이터 만들기 워크숍을 기획 중이다. 서울에서는 ‘문화로놀이짱’이란 청년단체가 놀이터 만들기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 다들 처음 해보는 거라 아직 멋지고 세련된 놀이시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른들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워크숍이 아니라 어른들의 ‘놀이터 만들기 놀이’다. 다행히 ‘플레이그라운드 아이디어스’(www.playgroundideas.org)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로 놀이터를 만드는 150여 가지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하루 만에 뚝딱

독일 베를린의 AKIB는 1994년 10월 설립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놀이단체로, 도시에서 모험놀이터를 만들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대지 확보인데 텃밭에 부대시설로 모험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물론 독일과 우리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도쿄 플레이(Tokyo Play)’란 단체가 있다. 본래 놀이학습회였던 조직이 영국 ‘런던 플레이(London Play)’의 영향을 받아 2010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재조직했다. ‘런던 플레이’의 표어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도’인데 도쿄 플레이 역시 ‘모든 어린이가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도쿄’를 목표로 정했다.
이제 놀이조차 돈을 주고 소비해야 하는 사회를 돌아볼 때다. 부모 세대는 어린 시절 놀이터가 없어도 골목과 공터, 운동장에 모여 신나게 놀았다.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모험과 위험을 즐길 공간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