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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수동 세탁기가 있다면 과연 사람들이 사용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사례를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비전력 회전 세탁기 제품이 출시돼 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저개발국가 주민을 위한 적정기술 도구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비전력 회전 세탁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드러미(Drumi)는 캐나다 학생들이 개발한 비전력 회전 세탁기다. 페달을 밟아 세탁통을 돌릴 수 있는데 디자인도 깔끔하고 생각보다 편리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개발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단점은 우리 돈으로 27만 원 정도 하는 비싼 가격과 한 번 세탁 양이 티셔츠 6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론드리 포드(Laundry Pod)는 채소 탈수기를 세탁용으로 크게 만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탈수는 되지만 손으로 돌리는 데 상당한 힘이 든다. 원더 워시(Wonder Wash)는 단순한 회전 세탁통으로 티셔츠 10장 정도를 한 번에 빨 수 있고 가격도 싸다. 단 탈수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비전력 회전 세탁통을 판매한 적이 있다. 플라스틱 페인트통과 변기 막힐 때 사용하는 고무접시 및 막대, 일명 ‘뚫어뻥’을 이용하거나, 플라스틱통과 세탁 그물망이 달린 지렛대로 만든 초간단 세탁기들도 있다. 사이클린 바이크(Cyclean Bike)는 고장 난 세탁기를 자전거와 연결해 만든 재활용 세탁기다.
페달로 세탁통 돌리는 페루의 ‘기라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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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 도라의 구조는 단순하다. 가장 안쪽에 플라스틱 망으로 만든 회전통이 있다. 배수구가 있는 중간 통, 그리고 외부에 세탁기 외형을 이루는 플라스틱통이 있다. 이 외부 통 하부에는 베벨기어와 회전 원반, 페달로 구성된 구동장치가 있다. 상부에는 앉아서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방석깔개 덮개가 있다. 좀 더 간단히 2개의 통으로만 구성된 제품도 있다.
이 정도로 간단한 구조라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고장 난 탈수기나 세탁기의 하부 구조를 뜯어 기어 구조를 변경하고 발판을 달아서 비전력 세탁기로 개조할 수 있다. 주변 기계공구 상가나 인터넷에서 원반기어와 베벨기어를 구할 수 있다. 고장 난 세탁기나 폐차된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할 수도 있다.
1인 가구에 적합한 방식
통돌이 세탁기의 핵심 부품은 하부의 기어구조다. 페달의 상하운동력을 수평의 전후운동으로 바꾸고, 다시 수직 원반기어의 회전력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다시 세탁통 하부 기어에 회전력을 전달한다. 복잡한 장치는 아니다. 단순한 구조로 기계공구 상가나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하고, 중고세탁기 부품을 재활용해 만들 수도 있다.이 정도 세탁기라면 한번 만들어 써볼 만하다. 효율도 좋고, 운동과 세탁을 겸할 수 있다. 비전력 세탁기 사용자가 늘어나면 전기사용량을 적잖게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줄일 수 있다. 1인 가구, 2인 가구라면 비싼 전동세탁기를 사느니 저렴하고 간단한 비전력 세탁기를 사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