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작아질 필요가 있는 것이 많다. 지난해에는 ‘바리바리 바리스타’ ‘보부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꺼번에 많은 소지품을 갖고 다니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MBTI 성격 유형 중 ‘J(계획형)’냐, ‘P(즉흥형)’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갖고 다니는 물건이 많다 보니 그에 걸맞은 커다란 ‘보부상백’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키링, 백참 유행과 함께 다시 가방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 작은 가방에 다양한 장식을 달아 꾸미는 스타일로 유행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단 물건만이 아니다. 영상 콘텐츠, 마케팅 트렌드 등에서도 다운사이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굳이 클 필요 없이, 크기를 줄이고 디테일을 살려 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것들을 살펴보자.
작은 가방에 쏙 들어가는 화장품
최근 클리오가 출시한 미니 사이즈 화장품. [클리오 인스타그램 캡처]
“보고 있으면 쾌감이 느껴지는 정리”라는 콘셉트로 최근 인기몰이 중인 숏폼 콘텐츠가 하나 있다. 클리오가 자사 화장품 가운데 외출 필수품인 쿠션, 틴트 등을 미니 사이즈로 출시하고 이를 투명 케이스, 수납용 지퍼백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영상을 만든 것이다. 이 영상을 보다 보면 크기가 딱딱 들어맞는 데 대한 쾌감과 함께 “나도 저렇게 들고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최근 작은 가방이 다시 떠오르다 보니 필요한 소지품을 가방에 모두 담기 어려운데, 그래서인지 영상 댓글 창에는 “이 제품들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줄을 잇는다.
클리오가 제품 마케팅을 위해 이런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면, 정리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람들에게 ‘꿀팁’을 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많다. ‘빵이 문구’ X(옛 트위터) 계정은 얼마 전 비행기를 자주 타는 이들을 위한 추천템이라며 여행용 칫솔 세트, 미니 치실과 바세린, 에어팟 가방 등을 소개해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럴이 됐다. 그 밖에 유튜브에 ‘미니 가방’을 검색하면 미니어처 크기의 물건들로 가방을 싸는 영상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이여름’ ‘리틀푸키’ 같은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런 영상을 보다 보면 “시중에 이렇게 다양한 미니 사이즈 상품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더 작고 실용적인 물건이 늘어났으면 하는 게 Z세대의 바람일 것이다.
물건이 작아지는 것만큼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것 역시 Z세대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보고 싶은 콘텐츠는 많은데 길이가 길다 보니 영화,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선뜻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 작품을 볼지 말지 결정하고,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튜브 요약 영상으로만 보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영화관에 가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동안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러닝타임이 13분에 불과한 영화 ‘밤낚시’ 포스터. [CGV 제공]
이런 Z세대의 선호를 읽었는지 최근 현대자동차는 13분짜리 영화를 제작했다.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라는 작품으로, 일단 러닝타임이 매우 짧아 사람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더욱이 영화 관람료가 단 1000원이라, 이 영화를 보려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뿐 아니라, 영화관 근처를 지나던 사람까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관은 암실 속 대형 스크린으로 높은 몰입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Z세대에게는 조금은 견디기 힘든 장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짧은 영상이 Z세대에게 더 환영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줄 길게 서는 팝업스토어 대신…
짐 보관 서비스 ‘밥(BOB)아저씨’의 옥외광고. [‘밥아저씨’ 인스타그램 캡처]
마케팅에서 팝업스토어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다. 팝업스토어는 굿즈 판매,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돼 기본적으로 줄을 길게 서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아닌 옥외광고 하나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한번에 전달한 기획이 등장해 화제다. 바로 ‘도와줘요! 밥(BOB)아저씨’라는 광고다. 이 광고는 집 창문에서 온갖 잡동사니가 튀어나오는 듯한 이미지인데, 자세히 보면 책, 인형, 크리스마스트리 등 일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즉 이사를 가야 하는데 날짜가 뜬다거나 계절 옷 등을 맡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짐 보관 서비스 홍보 광고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회사 홍보까지 동시에 한 것이다.
Z세대는 갈수록 피로도 적은 마케팅과 콘텐츠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콘텐츠 홍수 속에서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다운사이징된 콘텐츠가 Z세대에게 확실히 각인된다면 이후로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할 테지만, 그 전까지는 짧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로 Z세대를 사로잡을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