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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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K팝 문화를 기대하며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8-23 09: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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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GettyImages]

    최근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아이브(IVE)의 ‘SHOW WHAT I HAVE’ 앙코르 콘서트가 열렸다. 이 공연은 어린이 관객이 대거 관람하면서 주최 측의 배려가 화제가 됐다. 공연장 외부에서 부모들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안배했고, 퇴장 시에도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관객을 지키고 서서 부모를 찾아주는 등 많은 관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 전후로 어린이 관람객들이 보여준 귀여운 반응에 대한 목격담도 회자됐다. 아이브는 데뷔 초부터 초등 여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K팝 산업은 이제 1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인과 중장년층의 참여가 일반화됐고, 공연장에서 초등학생 정도 연령의 어린이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다. 틱톡 등 미디어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K팝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일이 일반화된 데다, 성인 팬들의 자녀가 자연스럽게 K팝을 접하고 입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린이를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현장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이브 사례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것도 그만큼 신선하고 낯선 풍경이기 때문일 테다.

    어린이에게 K팝 콘서트의 문턱은 결코 낮지 않다. 치열한 티케팅 경쟁 탓에 연석 구매가 어려워 부모 동반이 힘든 점도 그중 하나다. 아이브 콘서트도 연석이 충분히 가능했다면 부모들이 외부에서 대기하기보다 자녀와 함께 입장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았을까. 기승을 부리는 암표를 방지하는 게 목적이지만 티켓 구매 본인 증빙의 책임을 관객에게, 그것도 매우 까다롭게 부과하는 관행도 장벽이 된다. 또한 점점 오르는 K팝 공연 티켓 가격은 성인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대규모 인원이 몰리고 때론 객석 경사가 가파르기도 한 탓에 안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최 측은 종종 관객에게 고압적이고 통제 일변도의 태도로 일관해 팬들의 원성을 산다.

    어린이 관객, 낯선 존재 아니길 기대

    공연장에서 어린이 관객이 주위 관객들에게 “혹시 폐가 된다면 죄송하다”는 편지와 함께 간식을 돌렸다는 증언도 많다. 아이돌 팬덤에서 다른 관객과 간식이나 선물을 나누는 건 아주 흔한 문화이고, 어찌 보면 K팝 콘서트를 즐기는 방식 중 하나다. 어린이도 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귀엽게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어린이 관객들이 양해를 구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기도 한다. 어느 시선에서든 K팝 콘서트에서 어린이가 아직은 타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K팝 팬덤은 종종 팬인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토로한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자신에게 부모가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너의 기쁨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해주는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K팝 콘텐츠 중에는 때론 가족 앞에 내놓기 묘한 대목들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즐기는 K팝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이미 충분히 많지 않을까. 최근 대형 K팝 기획사들이 발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포트에서도 관객의 접근성 강화는 간혹 눈에 띄는 어젠다이다. 가족 관객 혹은 어린이 관객이 현장 특성에 적응해야 하는 낯선 존재이기보다 당연한 관중의 일부로 배려받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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