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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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는 美 불닭볶음면 인기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새 수요 창출해 글로벌 영토 확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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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8-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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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7월 한국 월간 라면 수출액(1억915만 달러·약 1456억3900만 원)의 약 63%를 점유했다. [뉴스1]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7월 한국 월간 라면 수출액(1억915만 달러·약 1456억3900만 원)의 약 63%를 점유했다. [뉴스1]

    ‘1억915만 달러(약 1456억3900만 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나타난 7월 월간 라면 수출액이다. 라면 수출액은 4월(1억854만 달러)에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한 뒤 4개월 연속 1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수출액 또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9억5240만 달러·약 1조2710억 원)를 넘어서 11억 달러 이상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K-라면’ 열풍의 중심에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이 있다. 삼양식품이 7월 라면 수출액에서 차지한 비율은 63%에 달한다. 유튜브에서 ‘매운맛 챌린지’ 등이 유행하며 국내 라면업계 핵심 승부처가 세계무대로 옮겨간 가운데, 미국시장을 빠르게 개척한 삼양식품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2분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8%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매출 4244억 원, 영업이익 894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그래프 참조). 1분기 800억 원대 영업이익으로 한 차례 시장을 놀라게 하더니 2분기에는 900억 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낸 것이다. 매출 기준으로 덩치가 더 큰 농심(437억 원)과 오뚜기(616억 원) 영업이익을 제쳤고 지난해 달성한 ‘창사 이래 첫 1500억 원대 연간 영업이익’ 기록도 올해 상반기(1695억 원)에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삼양식품 호실적의 주된 원인으로는 ‘계속되는 해외 매출 성장세’가 꼽힌다. 2분기 해외 매출(3321억 원)이 전체 매출의 78% 비중까지 올라서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해외 매출에서 특히 두드러진 시장은 미국이다. 그간 삼양식품 해외 판로는 중국 등 아시아에 치중돼 있었다. 그러다 2021년 삼양아메리카 출범 이후 미국 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해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삼양아메리카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각각 1820만 달러, 3160만 달러, 3780만 달러, 348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5650만 달러(약 753억7660만 원), 2분기 7140만 달러(약 952억5470만 원)까지 수직상승했다. 현재 미국 내 불닭볶음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매출 증가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유통망은 서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데 하반기 동부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중부~동부 유통 채널이 공고해지면 (미국) 매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양식품은 최근 네덜란드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유럽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가 조정에도 외국인·개인 줄매수

    해외 매출이 고공행진하자 삼양식품은 사업 역량을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올여름 성수기를 맞은 비빔면 제품군 판매를 포기하는 대신 해외 수요가 많은 불닭볶음면 시리즈 생산을 늘린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2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하락했으나 전체적으로는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해외는 마케팅비, 판관비 등이 적어 마진율이 높다는 점도 주효했다. 이에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을 ‘미국 중심 수출기업’으로 재분류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2분기 매출 비중은 미국 23%, 중국 22%, 유럽 13% 등으로 추산된다”면서 “판가가 높은 미국과 유럽 수요 성장세가 가팔라 분기 매출액 상단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조정을 받았음에도 삼양식품에 대한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8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삼양식품을 131억 원, 151억 원 순매수했다.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종목 21위, 26위다. 하반기에 지속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초 밀양2공장 완공으로 추가 상승 모멘텀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지우 LS증권 연구원은 “내년 완공될 삼양식품의 캐파(생산능력) 증설은 실적 업사이드로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간판 제품 ‘미고랭’으로 글로벌 라면 시장 1위를 차지한 인도푸드와 유사하게 해외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글로벌 라면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아직 농심, 닛신 등에 밀리지만 매운 볶음면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차별점이 있다”며 “불닭볶음면은 기존 국물 라면과 사실상 다른 분야고, 인도푸드의 미고랭처럼 새로운 영역에서 새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삼양식품의) 미진출 국가가 여전히 많다”며 “판로가 확대되고, 기수출국에서도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더 굳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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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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