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판매하는 망고 빙수는 10만 원 넘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들어 빙수는 어엿한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간 얼음에 단팥을 소복이 올리고 미숫가루와 떡, 연유로 맛을 낸 팥빙수는 이제 ‘옛날 빙수’로 취급받는 시대다. 우유와 연유를 얼려 곱게 간 부드러운 ‘눈꽃 얼음’에 아이스크림, 과자 등 갖가지 토핑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빙수부터 제철 과일을 풍성하게 올린 빙수까지 어디서든 취향에 맞는 빙수를 골라 먹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망빙’(망고 빙수)으로 대표되는 호텔 빙수는 마치 고급 일품요리처럼 10만 원대를 넘기도 한다. 고급 빙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음에도 빙수 맛집을 찾아다니는 빙수 마니아도 흔한 요즘이다.
그렇다면 빙수는 언제부터 먹어온 음식일까. 기원전 3000년쯤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을 섞어 먹은 것이 빙수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빙수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시기는 개항 뒤 일본 장사꾼들을 통해서다. 개항 전에는 얼음을 지금의 냉장고처럼 단지 음식 신선도를 유지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그러다 일본에서 얼음을 빙삭기로 곱게 갈아 그 위에 단팥을 얹어 먹는 팥빙수를 개발했고, 일본 장사꾼들이 조선에 들어와 그것을 팔기 시작했다. 당시 빙수는 상류 계층만 누리는 여름철 호사 식품이었다. 빙수 장수들은 빙수에 단팥과 함께 다양한 색의 인공 착색료를 넣기도 했는데, 그렇게 화려해진 빙수가 큰 인기를 끌었다. 1915년 서울에만 빙수 장수가 4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후 1920년대 접어들면서 비로소 빙수는 서민도 맛볼 수 있는 디저트가 됐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얼음 공장이 생기면서 이전과 달리 얼음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는 얼음에 인공 감미료와 색소를 넣어 얼린 ‘아이스케키’(아이스케이크)가 유행해 빙수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빙수는 적은 자본과 낮은 기술력으로도 진입할 수 있는 장사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최근 10만 원 넘는 가격에도 빙수 한 그릇을 먹으려고 주말 웨이팅까지 불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빙수가 다시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된 건 아닌가 싶다. 고급 디저트로 출발해 한때 사람들에게 잊혔다가 재부상한 음식 문화인 셈이다. 무더운 올여름, 이처럼 역사 있는 간식인 빙수를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즐겨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