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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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가족과 마시면 좋은 전통주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MZ세대 가세하며 시장 활성화… 소장 문화로도 발전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입력2024-02-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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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다양한 신제품이 나왔고, 기존에 볼 수 없던 독특한 매력의 제품도 하나 둘 출시됐다. 전통주 양조장 입장에서 명절은 대목이다. 선물이나 차례주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늘어 최고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을 맞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전통주들을 소개한다.

    명인안동소주{왼쪽). 번트 메밀 40. [명인안동소주 제공, 브리즈앤스트림 제공]

    명인안동소주{왼쪽). 번트 메밀 40. [명인안동소주 제공, 브리즈앤스트림 제공]

    안동소주의 명맥 ‘명인안동소주’ 45%

    명인안동소주는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6호’인 박재서 명인이 만든 증류식 소주다. 안동 쌀을 사용해 100일간 청주로 빚고 감압증류기로 증류한 뒤 1년 이상 숙성시켰다. 안동소주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제품은 ‘제비원표 안동소주’였다. 안동 심벌인 제비원 석불(이천동석불상)의 이름을 딴 이 술은 1920년대 출시된 이후 해외로도 수출돼 명성을 떨쳤다. 대표적인 안동소주 양조장인 명인안동소주는 농식품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이곳에서는 소주 내리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자체 갤러리도 갖추고 있다. 안동 시내에 안동소주 카페 ‘잔잔’도 있어 안동소주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볶은 메밀향이 물씬 ‘번트 메밀 40’ 40%

    ‘번트 메밀 40’은 전통주 소믈리에가 만든, 청정지역 강원 인제의 정통파 메밀소주다. 이 술을 만드는 증류소 이름 ‘브리즈앤스트림’은 설악산 맑은 공기(breeze)와 내린천의 깨끗한 물(stream)에서 따왔는데 한국 문화의 본질인 풍류(風流)를 상징한다. 이곳에서는 양양 보리와 춘천 메밀, 인제 쌀로 제품을 만든다. 이 가운데 번트 메밀 40은 춘천 메밀을 볶아 만든 술이다. 볶은 메밀로 만든 발효주를 상압증류기로 증류한 후 6개월간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식이다. 번트 메밀 40을 원액으로 마시면 볶은 메밀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얼음과 탄산수를 넣어 하이볼로 즐겨도 매력적이다.

    (왼쪽부터)마스 제로. 펄시몬 보드카. 운암. [마스브루어리 제공, 김유경 제공, 맑은내일 제공]

    (왼쪽부터)마스 제로. 펄시몬 보드카. 운암. [마스브루어리 제공, 김유경 제공, 맑은내일 제공]

    화성 명물 ‘마스 제로’ 12%

    경기 화성을 영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태양계의 화성(Mars)에 착안해 이를 언어유희로 유쾌하게 접근한 곳이 있다. 화성 송산면에 위치한 양조장 ‘마스브루어리’다. 이곳의 대표 상품은 ‘마스 제로’로, 제로라는 명칭에서 나타나듯 제품에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 술은 누룩 4종을 잘 버무린 후 멥쌀과 찹쌀을 블렌딩해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살구와 복숭아 향이 느껴지며, 맛과 향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멥쌀 특유의 드라이함과 찹쌀 특유의 단맛도 잘 어우러진다. 화성은 서해를 품은 지역이다. 마스 제로 역시 조개찜과 궁합이 좋다.

    논산 감으로 만든 ‘펄시몬 보드카’ 32%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만들었다면 보드카도 주세법상 전통주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충남 논산 ‘양촌와이너리’는 이 방식으로 보드카를 만든다. 원래 이곳은 감 과수원이었다. 연장선상에서 감와인 ‘추시’를 출시했고, 이를 증류해 ‘펄시몬 보드카’를 만들었다. 논산 감을 사용한 이곳 술들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마시다 보면 은은한 감 맛이 살며시 올라오는데, 중간 중간 부드러움도 느껴진다. 양촌와이너리는 추시, 펄시몬 보드카에 더해 올봄 딸기 스파클링 와인도 출시할 예정이다. 송어 양식장과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는 만큼 이곳을 방문하면 송어회와 감와인, 감보드카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오크통 소주가 궁금하다면 ‘운암’ 32%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양조장이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는 ‘맑은내일’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오크 숙성 소주가 바로 ‘운암’이다. 운암은 창원에 위치한 서원의 명칭으로, 창원 유일의 사액서원이다. 맑은내일은 운암서원을 알리고자 해당 사원을 복원해 창원시에 기증했고, 그 이름을 따 자사의 대표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다. 100% 국내산 쌀로 빚었으며, 인공감미료는 첨가하지 않았다. 운암은 하이볼이나 온더록스로 즐기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맑은내일 양조장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루프톱에 올라가면 마창대교와 마산 앞바다의 멋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Tip
    전통주가 남는다면?

    모던한의 전통주 스토퍼. [모던한 제공]

    모던한의 전통주 스토퍼. [모던한 제공]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자 다양한 액세서리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장 문화가 발전하면서 마신 술을 보관할 수 있는 ‘스토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스토퍼가 대부분 디자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제작된다는 점이다. 주식회사 모던한은 한국의 미와 해학적 부분을 살려 ‘전통주 스토퍼’를 개발했다. 마시고 난 다음에도 소장 가치가 빛나는 스타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주를 한 번에 마시기 부담된다면 모던한의 스토퍼를 사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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