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2024.02.02

술탄의 도시 ‘이스탄불’ ②

[재이의 여행블루스] 아름다운 모스크 ‘술탄 아흐메트 사원’, 오스만제국 건축 ‘톱카프 궁전’ 매력 만점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02-04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로 꼽히는 술탄 아흐메트 사원. [GETTYIMAGES]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로 꼽히는 술탄 아흐메트 사원. [GETTYIMAGES]

    튀르키에 이스탄불에서 비잔틴제국의 기독교 문명을 상징하는 아야 소피아 대성당과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이슬람 위상을 대변하는 술탄 아흐메트 사원이 마주하고 있는 풍경은 두 건축물이 가진 종교적 의미를 넘어 신비로운 감동을 준다. 술탄 아흐메트 사원은 이름 그대로 ‘아흐메트 황제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1609년부터 1616년까지 술탄(황제) 아흐메트 1세에 의해 건설됐는데 맞은편에 위치한 아야 소피아 대성당과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 이는 이슬람 문화가 비잔틴 문화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야 소피아 대성당의 양식을 모방해 발전시켜 건축했기 때문이다.

    술탄 아흐메트 사원은 먼저 화려한 외경이 시선을 압도하는데 직경이 27.5m, 높이는 43m에 달한다. 거대한 중앙 돔은 절반 크기의 ‘반 돔’ 4개가 에워싸고 있고 ‘미너렛(minaret: 첨탑)’ 6개가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다. 내부는 한 번에 기도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술탄 아흐메트 사원은 흔히 ‘블루 모스크(Blue Mosque)’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사원 내부 벽과 기둥을 장식한 99가지 푸른색 이즈니크 타일(오스만제국 시절 이즈니크라는 도시에서 생산한 타일) 때문이다. 2만 장 넘는 이즈니크 타일로 장식돼 있고 260개 넘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있어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화 ‘벤허’의 배경, 히포드롬 광장

    전차와 검투사 경기가 열렸던 히포드롬 광장. [GETTYIMAGES]

    전차와 검투사 경기가 열렸던 히포드롬 광장. [GETTYIMAGES]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모스크 서쪽이 필수 코스인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내부 공사 중이다. 입장이 가능한 날도 있고, 전면 불가인 경우도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입장 시에는 신발을 벗어야 하며 민소매나 반바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출입이 안 된다. 여성은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데 입구에서 스카프 대여가 가능하다.

    술탄 아흐메트 사원을 빠져나오면 정면에 ‘히포드롬 광장’이 펼쳐진다. 동로마제국 당시 시민운동 중심지이자 전차나 검투사들이 경기를 벌인 곳으로, 영화 ‘벤허’에서 전차 경주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히포드롬 광장은 203년 처음 건설됐으며,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24년 확장한 경기장이 이곳에 있었다. 지금은 유적 대부분이 파괴돼 남아 있지 않고 로마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자신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집트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만이 과거 영광을 홀로 대신하고 있다. 오벨리스크 하단 대리석 받침대에는 경기를 관전하는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모습이 조각돼 있고, 오벨리스크 건립에 관한 비문도 남아 있다.

    히포드롬 광장은 역사의 현장인 동시에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공원이기도 하다. 이곳 노점에서 파는 갓 구운 튀르기예 국민 간식 시미트빵과 진하게 우려낸 홍차 차이를 곁들여 먹으며 잠시 쉬어 가보자. 여행이 끝날 무렵 그리운 것 중 하나가 이렇게 평안하던 순간들이다. 부지런히 다닐 때 다니더라도 무상무념의 평화로운 시간도 틈틈이 꼭 챙기자.



    구역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 이스탄불은 보면 볼수록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보물 창고 같다. 히포드롬 광장에서 몇 걸음만 더 보태면 만날 수 있는 ‘톱카프 궁전’도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엿보기에 충분한 곳이다. 톱카프 궁전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높고 평평한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톱은 대포, 카프는 문을 뜻하는데, 과거 해협 쪽에 대포가 놓여 있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궁전은 1453년 비잔틴제국을 정복한 오스만제국의 7대 술탄 메흐메트 2세가 건설을 시작해 1467년 완공했다. 이후에도 400여 년 동안 수많은 증개축이 반복됐기에 궁전 곳곳에서 오스만 건축양식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궁전은 오스만제국 시절 술탄의 거처로 쓰였다. 에메랄드가 박힌 칼집이나 8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작은 다이아몬드 49개가 감싸고 있는 일명 ‘숟가락 다이아몬드’ 등 왕가에서 사용하던 수많은 화려한 장식품과 생활 도구를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정원과 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으니 최소 2~3시간은 염두에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화려한 유럽식 건축, 돌마바흐체 궁전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톱카프 궁전. [GETTYIMAGES]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톱카프 궁전. [GETTYIMAGES]

    톱카프 궁전이 동양적인 멋을 가진 곳이라면 ‘돌마바흐체 궁전’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을 본떠 건축한 유럽풍 궁전이다. 이왕 이스탄불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돌마바흐체 궁전까지는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경계에 위치한 ‘골든 혼(Golden Horn: 이스탄불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나누는 만(灣))’을 가로지르는 ‘갈라타 다리’를 건너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올라가는 신시가지에 있다. 갈라타 다리는 1845년 나무다리로 처음 지어진 이후 몇 번의 재건축을 거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다리 아래쪽에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과 멋스러운 술집이 쭉 늘어서 있으니 아름다운 보스포루스 해협의 야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 보스포루스 크루즈를 탑승하는 ‘에미노뉴’ 선착장 쪽에서는 튀르키예 명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고등어 케밥’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두자.

    배가 든든해졌다면 본격적으로 궁전 투어를 시작해보자. 돌마바흐체 궁전의 현 건물은 1856년 완공된 것이다. 오스만 건축양식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럽풍 건축물로 무척 호화롭고 우아하다. 궁전은 바깥보다 내부가 더 호화로운데, 천장마다 걸려 있는 샹들리에가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화려하다. 궁전을 지을 때 내부 장식에만 총 14t의 금, 40t의 은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궁전을 돌다 보면 특이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궁전의 모든 시계가 9시 5분에 멈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튀르키예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가 1938년 11월 10일 오전 9시 5분 이곳에서 집무를 보다 사망했기에 역사적 의미를 담아 시계를 멈춰둔 것이라고 한다. 이동 동선이나 자세한 설명을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톱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을 포함한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나와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현대적인 이스탄불을 즐길 수 있는 ‘탁심 광장’에 도착한다. 방금 전까지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 시절을 지난 것 같은데 갑자기 현대로 와버린 듯한 시간여행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탁심 광장은 교통 요지이자 주요 호텔과 세계적으로 이름난 레스토랑, 카페, 유명 브랜드숍은 물론, 분위기 좋은 클럽과 바가 줄지어 있어 이스탄불의 낭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독특한 매력의 도시

    이스탄불 최고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갈라타 타워. [GETTYIMAGES]

    이스탄불 최고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갈라타 타워. [GETTYIMAGES]

    탁심 광장에서는 이스탄불 명물로 불리는 빨간색 트램 ‘튀넬(Tunel)’도 만날 수 있다. 튀넬은 한국 명동과 느낌이 비슷한 ‘이스티클랄 거리’까지 오가는데 1932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 탁심 광장에서 출발해 언덕을 따라 튜넬 지역까지 약 1.6㎞를 왕복한다. 노선이 하나밖에 없어 플랫폼에 들어가 정차하는 열차에 타면 되는데 이국적인 정취와 과거 향수를 함께 느낄 수 있으니 한 번쯤 꼭 이용해보자. 이스티클랄 거리까지 왔으니 갈라타 다리 건너 북쪽에 있는 중세시대 석탑 ‘갈라타 타워’까지 계속 걸어보자. 갈라타 타워는 과거에는 등대, 포로수용소, 기상 관측소 용도로 사용된 곳이다. 이스탄불 최고 야경 명소다. 67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화려한 노을과 함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물론,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이스탄불의 멋진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니 전망대 난간에서는 반드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명과 문화가 교차하는 매혹적인 풍경,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넘나드는 독특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도시, 이스탄불. 겹겹이 쌓아올린 수천 년 자취가 배어 있는 이 도시의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은 가보지 않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다. 마음의 빗장이 열리는 행복한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동서양 역사와 문화가 관통하는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로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