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12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새로 조성될 ‘자연계 중앙광장’ 조감도. [고려대 제공]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전폭 지원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대학. 2025년 개교 120주년을 앞둔 고려대가 무대를 세계로 바꿔 인류 공헌을 대학 사명으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대학으로서 역할을 해온 고려대가 이제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대학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대학 구성원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이 ‘미래 사회 공헌’과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다.
고려대가 국가와 민족에 공헌해 온 대학을 넘어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이 되고자 제시한 주요 화두는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다.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사회경제 양극화, 고령화, 식량 문제 등 고려대는 인류 문명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연구와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학, 한 연구자가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국제 연구 협력과 연구자 네트워크 결성도 적극 추진한다.
구체적 성과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김동완 교수 연구팀은 금속-유기 골격체를 활용해 리튬금속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금속전지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흑연 음극보다 10배 넘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차세대 고(高)에너지 소재다. 다만 폭발 위험성 문제가 컸는데, 김 교수 연구팀이 리튬금속 양극의 불균일한 증착(蒸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에너지·환경 분야 최상위 국제저널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윤대성 교수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의 효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리닝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한 치료제 개발을 가능케 할 성과로 세계 바이오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려대 컴퓨터학과 임희석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한국어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 ‘KULLM(구름)’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고품질 한국어 지시어 데이터 셋 제작에 나서 ‘구름3’을 내놓았다. 고려대에서 탄생한 첨단 LLM 구름3은 향후 고품질 AI 상담 챗봇 등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평가된다.
고려대는 인류 난제 해결에 필요한 연구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은 융합과 통섭을 촉진해 순수학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자연·공학·의학 계열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국내 최고 융복합 연구 캠퍼스로 발전 중이다. 세종캠퍼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융복합 특성화 캠퍼스로 조성된다. 여기에 더해 세계 대학과 교류 증진, 연구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석학 네트워크 구축하고 국제 연구 협력 강화
‘K-클럽’은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위해 세계 석학을 하나로 묶은 연구 네트워크다. K-클럽에 속한 국내외 연구자는 현재 약 100명에 이른다. 고려대는 K-클럽을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구 협력 허브로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향후 10년 안에 고려대 교우와 교수 가운데 노벨상, 필즈상, 튜링상 수상자를 배출하도록 지원하는 ‘KU-노벨 프로젝트’도 추진된다.6월 20일 고려대에서 열린 ‘2024 고려대-예일대 국제공동연구 포럼’. [고려대 제공]
10월에는 1905년 고려대와 같은 해에 개교한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와 함께 ‘S3 Sustainability’ 포럼을 개최했다. 또한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잇는 K3 융복합 사이언스 벨트를 구축해 연구 협력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기후환경과 관련된 전 세계 주요 대학의 연구자, 학생을 초청해 지구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Climate Corps 2025’를 개최한다.
자연계 중앙광장 건립으로 그린 캠퍼스 탈바꿈
미래 사회 공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연구·교육 환경도 크게 확장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자연계 중앙광장 건립이다. 자연계 중앙광장은 캠퍼스의 중요 생태 자산인 ‘애기능’ 능선과 주변 건물들을 한데 아우르는 형태로 설계됐다. 특히 지하 광장 부분인 ‘The Valley’는 자연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고, 인접 건물 지하와 연결해 학교 구성원의 이동을 편리하게 개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문과대학 구성원들의 숙원인 인문관 신축 공사가 곧 착공되며 의료원 마스터플랜, 세종시 공동캠퍼스 구축, 그리고 사범대학과 학생회관을 비롯한 노후 시설의 전면 리모델링에도 나선다.지난해 열렸던 ‘크림슨 아너스 클럽(고려대 고액 기부자들의 예우 클럽) 데이’ 행사에서 김동원 고려대 총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기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대한민국 발전과 인류 발전에 대학이 공헌해달라.” 지난해 630억 원을 기부한 익명의 독지가가 학교 관계자에게 당부한 말이다. 고려대 120주년 발전기금 조성이 순항하는 이유가 이 당부에 들어 있다. 고려대가 대한민국 발전에 앞장섰듯이 인류 발전에도 공헌해달라는 기대가 담긴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통적으로 모교에 강한 애정을 보여온 교우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교우들은 민족대학이라는 자긍심을 넘어 이제는 세계 중심에서 인류사에 공헌하는 대학이 될 때가 왔다고 보는 것이다.
“고려대가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
정시모집에서 이와 같은 고려대의 선전은 최상위권 우수 인재의 지원을 유도할 수 있는 전형 설계와 첨단 분야 계약학과의 확대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고려대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고려대는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 슬로건으로 ‘Next Intelligence’를 내세웠다. 미래에 인류가 당면하게 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대가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HI(Human Intelligence)를 융합한 인재를 키우는 거대한 지능망이 되겠다는 의미다.
인촌 김성수는 ‘공선사후(公先私後)’를 강조했다. 개인의 이익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 전체에 헌신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 영향으로 고려대는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들을 양성해왔다. 고려대 정치학과를 나온 정세영은 현대자동차 사장 시절 모두가 반대한 국산차 개발에 나섰고, 1976년 첫 국산차 포니가 출시됐다. 그로부터 5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탑3의 기업이 됐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수장 역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정의선이다.
정세영이 포니를 출시한 1976년 의과대 이호왕 교수는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인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교수는 신약 개발에도 성공함으로써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의학자로서 그는 한국인 중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이 교수의 후예들이 고려대 의과대학을 비롯해 생명과학대, 보건과학대, 약학대학 등 자연과학 분야 실험실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고려대가 들고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절 회자되던 말이다. 높은 정의감과 강한 응집력을 가진 고려대가 움직이면 틀림없이 큰 변화가 일어나곤 했다. 나라 잃은 시대부터 오늘날 세계 강국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온 겨레가 고려대를 바라봤고 고려대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이제 세계인이 고려대를 바라보고 찾아오고 있다. 인류 공헌의 비전을 세운 고려대는 세계인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를 마쳤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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