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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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분 만에 계좌 만들어 거래 가능

휴대전화 인증하고 입금하면 준비 끝…나이 제한 없어 중고생도 투자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12-11 1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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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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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20, 30대 직장인들의 연말 모임에서 최대 화두는 가상화폐다. 올해 가상화폐 선두주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 지난해 말 90만 원 선이던 비트코인은 12월 6일 1500만 원을 돌파, 최고가를 기록했다. 

    거래 방법도 다른 투자상품보다 쉽다.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로 간단한 거래소 가입절차만 거치면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다. 게다가 적은 돈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어 재미로 시작하는 투자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투기에 가까울 정도로 가격 변동이 큰 데도 대다수 신규 투자자는 별다른 정보 없이 시장에 뛰어들어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12월 4일부터 사흘간 기자가 직접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해 투자에 나서봤다. 

    가상화폐 거래는 온라인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빗썸, 코빗, 코인원 등 3개 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각 거래소마다 거래수수료와 취급하는 코인 종류가 다르다. 빗썸의 기본 매매수수료는 0.15%, 코빗과 코인원은 금액과 주문 유형에 따라 수수료가 차등 부과된다.

    가상화폐 거래, 인터넷 게임만큼 쉽다

    국내 3대 가상화폐거래소는 빗썸,
 코빗, 코인원이다.

    국내 3대 가상화폐거래소는 빗썸, 코빗, 코인원이다.

    빗썸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11가지 가상화폐가 거래된다,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8가지, 12가지 가상화폐를 취급한다. 이처럼 취급하는 가상화폐 종류가 다른 이유는 각 거래소마다 따로 가상화폐를 상장하기 때문. 주식시장은 한국거래소를 거쳐야만 상장이 가능하다. 반면 가상화폐는 각 거래소가 그 나름의 검증을 거쳐 상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자는 사흘간 투자를 진행할 곳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다는 빗썸을 선택했다. 온라인 가상화폐거래소 모습은 주식거래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 중앙부에는 거래소가 다루는 가상화폐 각각의 가격과 그 등락세가 표시돼 있다. 가상화폐를 클릭하면 거래창과 가격 등락 그래프 등을 볼 수 있다.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수단은 돈이 오가는 만큼 회원가입 시 본인 인증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가상화폐거래소에는 이 같은 절차가 없다. e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은 휴대전화번호로 한다. 본인 인증이 아니라 해당 휴대전화로 연락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에 미성년자도 쉽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거래계좌 개설도 간편하다. 입출금을 진행할 계좌를 등록하면 입금용 가상계좌가 생성된다. 이 계좌에 입금하면 입금액만큼 코인을 살 수 있다. 청소년도 문화상품권으로 코인 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 상품권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액면 금액의 87.5%가 가상계좌에 충전된다. 기자는 계좌에 30만원을 입금한 후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 방법도 간단했다. 한화 금액을 입력하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코인이 소수점 8자리까지 표시된다. 개당 1500만 원이 넘는 비트코인에도 10만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진입이 쉽다 보니 가상화폐 거래량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빗썸의 수수료 수익은 약 605억7000만 원. 거래수수료가 0.15%이니 한 달 거래량은 4조 원을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주어진 수수료 할인 쿠폰 등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4일 오후 비트코인과 리플, 퀀텀 등 3가지 가상화폐에 각각 10만 원씩 투자했다. 한 시간가량 각종 투자 커뮤니티와 그간의 시세 등을 보며 씨름한 결과였다. 거래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자의 투자 총액은 29만9000원대로 떨어졌다. 한 시간 뒤에는 투자금에서 5000원 이상 빠졌다. 

    어차피 취재차 산 가상화폐니 잊는 것이 낫겠다 싶어 거래창을 껐다. 저녁식사 후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다시 가격을 확인했다. 어느새 전체 투자금이 31만 원으로 불어 있었다. 하지만 잠자기 전까지 하락세가 이어졌고 결국 28만 원까지 떨어졌다. 하루에도 5% 이상 가격변동이 생긴 것. 다행히 투자를 종료한 12월 6일 오후 3시 40분에는 투자한 모든 가상화폐 가격이 올라 2만 원 가까이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가상화폐에 거액을 투자한 사람은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다. 폐장 시간이 정해진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화폐시장은 24시간 열려 있다. 그래서 잠든 새 가상화폐가 폭락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적잖다.

    창졸간에 천국과 지옥 오가

    12월 6일 오후 6시, 기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결과 1만9000원가량 이익을 봤다.

    12월 6일 오후 6시, 기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결과 1만9000원가량 이익을 봤다.

    서울 동작구의 정모(35) 씨도 수익을 낼 골든타임을 놓쳐 한순간에 손실을 봤다. 지난달 정씨는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한 가상화폐를 구매했다. 정보는 사실이었다. 구매한 지 30분 만에 가격이 50%가량 오른 것. 지인은 바로 매도하라고 조언했지만 정씨는 더 오를 것 같아 욕심을 부렸다. 과욕은 비극을 불렀다. 10분 만에 가격이 급락한 것. 정씨는 결국 해당 가상화폐를 손절매했다. 

    시장은 요동치는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 주식시장에는 주가가 갑자기 급락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자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시장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10분 만에 가상화폐 가격이 반 토막 나더라도 모든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 

    최근 가격 급등락이 가장 컸던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에서 분리된 ‘비트코인 캐시’. 하지만 등락이 이뤄지는 동안 거래가 일시적으로 불가능해져 많은 사람이 손실을 봤다. 11월 12일 오후 4시 무렵 비트코인 캐시 가격이 급상승하자 주문이 몰려 빗썸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12일에는 170만 원 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캐시가 서버다운 직전인 오후 3시 40분 285만 원까지 올랐다. 이때 서버가 다운돼 매도가 불가능했다. 한 시간가량 지난 뒤 서버가 복구됐으나 이미 비트코인 캐시 가격은 개당 150만 원 선으로 떨어져 있었다.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규제에 나설 전망이다. 12월 4일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열어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정부가 규제에 나서도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투기라 할 만큼 가격 등락폭이 큰 가상화폐는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서 거래돼 정부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본인 인증절차가 없다. 이미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그 비트코인을 해외 거래소 계좌에 넣은 뒤 다른 화폐를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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