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루이비통 홈페이지]
샤넬(왼쪽). 에르메스. [샤넬 홈페이지, 에르메스 홈페이지]
온라인 구매 비중 23%로 상승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염려해 온라인에 극도로 소극적이던 명품업계도 비대면이라는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간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 백화점을 위주로 으리으리하게 단장한 매장만 고집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온라인 부티크’를 잇따라 열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프라다와 까르띠에가, 6월에는 에르메스가 국내 공식 온라인 부티크를 열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2020년 12월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구매 비중은 전년 12%에서 23%로 약 2배 올라갔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구매가 활성화되자 명품업체들도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유통채널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몇몇 명품 브랜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나라 플랫폼에도 입점했다. 2020년 7월에는 구찌가 네이버에 브랜드스토어를 열어 가방, 신발, 의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샤넬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7월부터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다. 11월에는 몽블랑이 입점했고, 12월 3일에는 티파니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공식 브랜드 스토어를 열었다. 명품 구매의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와의 접촉을 확대하는 동시에 명품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명품업계 유통채널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온라인상에서 명품업체가 홀로 또는 정보기술(IT) 거대 공룡들과 손잡고 불꽃 튀는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그렇다면 2020년 명품업계 승자는 누구일까.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가 명품 톱3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2020년 최고 글로벌 브랜드 100’을 발표했다. 2020년 순위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1위 애플, 2위 아마존, 3위 마이크로소프트, 4위 구글. 그 뒤를 이어 삼성이 브랜드 가치 623억 달러(약 67조6890억 원)로 5위를 차지했다. 100위권에 한국 기업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36위), 기아차(86위) 등 3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침체 속에서 아마존은 60% 성장하며 톱3에 진입했고 넷플릭스(41위), 유튜브(30위), 줌(100위)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반면 패션브랜드 자라(35위)와 에이치엔앰(37위)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임시 휴업 또는 폐쇄로 브랜드 가치가 각각 13%, 14% 하락했다. 지난 2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기록한 명품업계 또한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 해를 보냈다. 2019년 명품업계가 보여준 11%의 가파른 성장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톱클래스의 명품 브랜드들이 비교적 굳건하게 100위권 성적을 거뒀지만 대체로 전년보다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100위 안에 안착한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17위), 샤넬(21위), 에르메스(28위), 구찌(32위), 까르띠에(73위), 디올(83위), 티파니(94위), 버버리(97위), 프라다(99위) 순으로 총 9개다. 명품업계 큰손인 중국 고객층이 무너지고 세계 곳곳 부티크의 휴점이 줄을 이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명품’의 체면은 지켰다고 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의 왕좌 자리는 루이비통이 차지했다. 루이비통은 2019년에도 명품업체 가운데 1위(전체 17위)였다.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2위 샤넬, 3위 에르메스까지 2019년 순위와 동일하다. 다만 2019년에는 전체 22위를 차지했던 샤넬이 올해는 한 단계 상승해 21위였다. 눈부신 선방이라고 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2019년에도 28위로 올해와 순위가 같았다. 하지만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전년보다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반면, 0%로 동일한 가치를 유지했으니 2020년 한 해를 가장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주얼리 쌍두마차는 까르띠에와 티파니
까르띠에 공식 온라인 부티크(왼쪽). 티파니 카카오톡 선물하기 공식 브랜드 스토어. [화면 캡처]
명품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한 루이비통은 가방, 의류, 신발 외에 주얼리와 시계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주얼리와 시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 미만으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100대 브랜드에서 패션을 제외한 주얼리 부문만 본다면 쌍두마차는 까르띠에와 티파니다.
주얼리 명품 브랜드 중 1위 자리는 수년째 까르띠에가 지키고 있다.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구축한 까르띠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공식 온라인 부티크 오픈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한 준비에 돌입했다.
티파니의 약진도 괄목할 만하다. 2020년 94위를 기록한 티파니는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에 인수합병돼 경영상 큰 변화와 진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94위)과 동일한 94위를 유지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브랜드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주얼리 명품 브랜드 중 최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공식 스토어를 연 티파니는 브랜드의 간판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티파니 T, 리턴 투 티파니, 키, 하드웨어 컬렉션 등 인기 패션 주얼리가 위주인 60여 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MZ세대(1980~2004년생)를 비롯한 명품 입문자에게 친근하고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내 MCM 명품 기업 65위에 올라
MCM. [MCM 인스타그램]
주목할 부분도 있다. 국내 기업 중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MCM(성주그룹)이 톱100에 첫 진입하며 65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명품 시장에서 MCM이 기록한 65위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명품 브랜드를 피라미드로 그릴 때 최고가로 분류되는 영국 다이아몬드 기업 그라프가 66위, 스위스 시계 회사 브라이틀링이 67위, 국내 고객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일본 주얼리 기업 미키모토가 100위를 차지하고 있다.
MCM은 2016년 58위, 2018년에는 65위에 성주디앤디(현 성주그룹)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19년에는 순위에서 사라졌다가 MCM으로 다시 진입했다. MCM은 1976년 독일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성주디앤디가 2005년 MCM을 인수하면서 국내 브랜드로 분류돼 명품 기업 중 유일한 ‘Korea’ 태생으로 순위에 진입했다.
2020년 명품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이다. 에르메스와 까르띠에 같은 명품 브랜드는 고객이 온라인 부티크에서 고가 제품을 구매할 경우 귀중품 수송 전문업체 ‘발렉스’를 통해 배송해준다. 배송비가 일반 택배비보다 평균 10배 이상 비싸지만 배송 차량 내부에 전용 금고와 폐쇄회로(CC)TV, 경보기 등이 설치돼 있어 온라인 구매의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차별화된 경험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