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강 대선주자가 윤석열에 뒤지자 제3후보론 부상
인위적 승리 구도 짜기 힘들어도 동진 중진 정책으로 이슈 만들 가능성
인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뉴스1, 동아DB]
그뿐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하락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야 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유지될 텐데, 최근 국민의힘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범여권 국회 의석수가 180석에 달하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대통령×미래 대통령 2명×180석’이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황금 구도다. 그래서 매사 독주 중이긴 한데, 마음 한편이 허전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미래 대통령’ 변수에 힘을 더 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테다. 맞다. 누구를 내세워 윤 총장을 제압할 것인가. 아마 이것이 최근 민주당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 더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제3후보론이다. 제3후보론이라고는 했지만,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 입장에서는 이미 우선순위가 정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첫째, 핵심 친문 가운데 누군가, 둘째, 범친문계 가운데 누군가, 셋째, 비문(비문재인)계 가운데 덜 해로운 누군가가 그것이다. 첫째 범주에 해당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유죄 판결로 대선주자 재편입이 힘들어졌다. 사법부의 최근 재판 성향으로 볼 때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회생도 장담하기 어렵다.
둘째 범주에 해당하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 틈을 노려 ‘윤석열 탄핵론’으로 친문계 표심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도 대략 이 범주에 속한다. 본래 셋째 범주였는데, 국무총리에 당대표까지 역임하면서 범친문계에 합류한 것으로 봐야겠다. 물론 전략적 합류인지라,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 이 범주에 속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윤 총장 징계 무산 직후 “대통령이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며 끼어들기 시작했다. 일단 서울시장 후보군이지만 여차하면 대권도 넘볼 인물이다. 같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돌아섰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대권 도전 여지가 남아 있는 인물이다. 이 둘도 둘째 범주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 정세균 국무총리.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쳐, 동아DB]
우선순위 1위인 ‘핵심 친문 가운데 누군가’로는 향후 어떤 인물을 고려해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핵심 ‘3철’ 가운데 누군가가 일단 떠오른다. 양정철, 이호철, 전해철이다(가나다순). 양정철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막후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에게도 어떤 직함을 부여해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주자 급 경력을 급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잠행 중이다. 그래도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것을 계기로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수도 있지만, 이 전 수석 역시 차기 대선으로 가기에는 경력 면에서 다소 딸린다.
3철 가운데에서는 그나마 전해철 의원 정도가 기본 경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전 장관의 문제는 생각보다 잘 안 뜬다는 점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현 도지사에게 패배한 것이 한 방증이다. 당시 이 도지사는 59.96%를 득표한 반면, 전 의원은 36.80% 득표율에 그쳤다. 핵심 친문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차기 경기도지사 선거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지만, 입각으로 이 경로에서는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문계 내에서 제3후보론이 제기되면서 전략이 조금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은 전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입각시켰다. 전 의원을 일단 장관을 거쳐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트랙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당초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기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핵심 친문계 중에서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제3후보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제3후보론의 불을 지피는 데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 외에도 차기 대선을 노리는 범여권 인물이 많지만, 일단 이 정도로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후보는 차고 넘친다. 친문계 모임인 ‘민주주의 4.0’ 측이 최종적으로 누구를 간택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선택의 시간이 임박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구도
운동장이 다시 보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 때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 구도 그대로 간다면 내년 재보선은 물론, 차기 대선도 힘들어진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는 개정 선거법의 허점을 활용해 비례위성 정당을 편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압도적인 승리 구도를 만들어냈다. 내년 재보선과 관련해서도 당헌까지 개정하는 편법으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출마의 길을 텄다. 차기 대선에서도 이처럼 인위적으로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편법이 어디 없을까 벌써 고심 중일 것이다. 늘 그러했듯이 정의당과 선거연대는 기본적으로 고려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정의당이 까칠해졌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극심한 손해를 본 여파다. 그래서 쉽게 연대에 응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더 많은 무언가를 줘서라도 연대를 성사시킬지 여부를 놓고 차기 대선 투표일이 임박한 시점까지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테다.열린민주당과 합당 여부도 고민스러운 대목일 것이다. 독자적으로 대선후보를 내세워 표를 극히 일부라도 잠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이 2020년 12월 29일 열린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표를 잠식한다면 안 그래도 힘든 서울시장 선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마찬가지 상황이 차기 대선 때도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합당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7년 대선 당시와 비교하면 처지가 많이 옹색해졌다. 거대 여당의 모습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선거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슈
2017년 대선도, 2020년 총선도 촛불혁명의 후광을 많이 봤다. ‘적폐청산’이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시 들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당신네는 ‘신적폐’ 아니냐”는 반박의 목소리만 더 키울 수도 있다. 또다시 매표전략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없지 않다. 일단 주장을 해보겠지만, 정부-기업-가계 3대 경제주체 모두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과거만큼 큰 공감대를 얼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의 전유물인 ‘수출주도 성장론’을 꺼내 들 수도 없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현재까지 그나마 기대볼 만한 이슈는 기본소득 정도가 아닐까 한다. 보수와 중도도 공감할 만한 이슈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것조차 이재명 도지사가 선점했다. 이 이슈를 키울수록 이 도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지점이 고민스러울 것이다. 물론 모든 범여권 대선주자가 너도나도 주장해 물타기를 한다면 원조를 확인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몰고 갈 수는 있다.
사실 이슈는 대선후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본인만의 국정 비전이나 철학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이 도지사 이외에 어느 누구도 고유의 이슈를 가지고 있지 않다. 노력 정도로 볼 때 이광재 의원 정도가 필적할 만한데, 아직 그도 명확한 키워드를 잡아내지 못했거나 미공개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누군가 국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이슈를 들고 나온다면, 더욱이 그 자가 친문계 누군가라면 문 대통령이나 친문계로서는 가장 좋은 그림일 것이다. 민주주의 4.0도, 양정철 전 원장도 아마 그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을 테다. 대선후보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기들이 나서서라도 만들어 내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이 제기한 가덕도 신공항 이슈로 방향성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동진 정책×중진 정책’이다. 영남 표심과 중도 표심을 공략하는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