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인 무알코올류 맥주가 인기다. [Gettyimage]
일단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보자. 주류의 기준은 알코올 함유량 1% 이상인 제품이다. 즉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이면 더 이상은 술이 아니다.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음료는 '주류'가 아닌 '음료류'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는 마셔도 취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이나 임산부 등에게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래서 이런 것을 구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이다.
무알코올은 알코올 함유량 0%를 뜻하고, 비알코올은 1% 미만을 뜻한다. 2017년 표기법이 변경됐으며, 2020년부터 정식 의무 사항으로 적용됐다. 그래서 식품유형으로 맥주가 아닌, 탄산음료, 기타발효음료 등으로 표기된다.
무알코올류 음료를 제조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맥주를 만든 후, 진공상태로 증류하여 알코올만 제거하는 '증류법', 반투막이라는 필터를 통해 맥주의 알코올과 수분을 분해, 농축된 것에 수분을 더하는 '역침투법'. 원심력을 이용하여 맥주를 알코올과 풍미, 향을 나눈 후에 알코올을 가열하여 제거하고, 풍미와 향만 담아 가는 '휘발설 물질 회수법'이다. 동시에 알코올 생성이 적은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아예 식혜처럼 끓여서 만드는 방식도 있는데, 이렇게 만든 건 무알코올 맥주라기보다는 보리 음료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맥주 대비 30% 이상 저렴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 나온 무알코올류 맥주 제품. [명욱 제공]
대형 마트의 경우 국산 제품(용량 355ml)은 1000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하며, 온라인의 경우는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수입 제품은 국산 제품에 비해 조금 더 가격이 높다. 해외에서 배송되어 오는 운임료도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관세 8%가 적용된다. 하지만 일반 수입 맥주의 관세율이 30%인 걸 감안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평소에 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 알고 싶다면 이 무알코올 맥주류와 일반 맥주를 비교해 보면 단번에 와 닿는다. 그만큼 우리는 술을 사면서 세금을 많이 낸다. 참고로 무알코올류라고 불리지만, 청소년은 구입하지 못한다. 모두 성인용이다.
한국의 무알코올류 시장이 커질 수 있었던 건 제품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국산 제품에서 머물지 않고, 외국 제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칭타오 논 알코올(TSINGTAO Non Alcoholic)은 라거 특유의 시원한 맛을 잘 살렸으며, 크롬바흐 논 알코홀릭 바이젠 (Krombacher Non-Alcoholic Weizen)은 밀 맥주 특유의 과실향으로 부드러운 거품이 그대로 느껴진다. 물론 진짜 맥주 제품보다 후미가 짧지만, 맥주의 질감은 그대로 있다. 가깝게는 편의점, 멀게는 대형마트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바뀐 식품 문화 중 하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6% 성장한 4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무알코올류 시장은 이러한 흐름에도 올라타 더욱 성장했다. 몸에 부담을 느끼는 알코올 섭취보다는 건강을 생각해 술 마시는 것 같은 기분만 낸다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다 무알코올류 맥주가 일반 맥주에 비해 칼로리도 낮다는 점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맥주(350ml)의 칼로리가 150kcal 전후지만 무알코올 맥주류는 30~90kcal 전후로 상당히 낮다. 맥주 마시는 느낌이지만 다이어트 걱정은 맥주보다 덜 해도 된다.
맥주 대비 칼로리도 30~50% 수준
무알코올류가 비약적으로 크고 있는 곳이 바로 일본 시장이다. 10년 전 대비 4배나 성장했다. 초기에는 음주 운전 예방 목적이나 골프장 등에서 많이 음용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알코올 관련 신조어가 생기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간비(休肝日). 쉴 휴(休), 간장 간(肝), 날 일(日) 자를 써서 ‘간이 쉬는 날’이라는, 쉽게 이야기해서 술을 안 마시는 날이라는 의미다. 매일 찌든 생활 속에 하루라도 알코올을 피하는 날을 만들자는 것.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면서 술 섭취를 줄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렇다 보니 건강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무알코올류 맥주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산토리의 올 프리(All Free)는 알코올 함유량 0%는 물론, 칼로리도 0㎈, 당분도 0%라는 콘셉트로 나온 제품이다. 아사히 맥주도 드라이 제로(Dry Zero)를 출시, 역시 0㎈를 표방한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체 함유량도 일반 맥주보다 적거나, 일부 제품은 아예 퓨린체를 0%로 만들었다. 기린맥주는 지난해 체지방 감소 효과를 내세운 무알코올 맥주 ‘카라다 프리’를 출시했다. 올해 2월엔 향료·설탕 등을 넣지 않은 ‘그린스 프리’도 내놓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알코올이 없는 무알코올 맥주와 1% 미만이지만 소량을 가지고 있는 논알코올 맥주는 맛이 다를까? 여러 제품을 비교 시음해 봤지만, 인간의 미각으로 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작게나마 알코올이 함유된 논알코올 맥주가 그나마 풍미가 좀 더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칼로리가 높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경향은 있다.
무알코올 소주, 무알코올 와인도 속속 등장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무알코올 시장은 맥주에서 머물고 있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무알코올 와인 시장. 세계적인 와인 업체들은 와인 포도 품종을 이용해 와인스러우면서도 알코올이 1% 미만의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등 대표 와인 품종으로 만든 무알코올류 와인도 나왔다. 여기에 무알코올 소주도 등장했다. 세상의 모든 술이 무알코올로 만들어질 수 있다.세계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무알코올인 만큼 이슬람 지역의 ‘할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실제로 코트라(KOTRA)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이란의 연간 1인당 무알코올 맥주 소비량은 10ℓ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시장 조사 연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세계적으로 무알콜 시장의 규모가 2017년 160억 달러에서 2024년까지 연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은 무알코올 주류 시장도 다양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구매와 건강을 생각하는 음주 문화가 활성화되며 앞으로 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