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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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D.O.)’ 벗은 도경수의 성장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5-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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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은 도경수의 세 번째 솔로 미니앨범이다. EXO 메인보컬 ‘디오(D.O.)’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종료 후 신생 기획사 컴퍼니수수로 이적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디오는 유려하면서도 힘 있고 응어리진 R&B 창법을 기조로 한 SM 특유의 보컬 색깔을 매우 잘 살려 팬들 사이에서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어두운 작품과 인물을 곧잘 선택하고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솔로 앨범 역시 음울한 무드나 포크적 색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아이돌 전형성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기색이 엿보였다.

    새 미니앨범은 그런 디오와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선공개 곡 ‘Popcorn’ 뮤직비디오는 러그를 테이프클리너로 청소하는 등 일상의 디테일과 엘리베이터에서 팝콘이 쏟아지는 등 화려한 판타지가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성장’의 타이틀곡 ‘Mars’는 벌판 위에 색색의 꽃잎을 놓고 외계에 있는 연인과 교신하려는 괴짜 청년이 주인공이다. 찬란한 자연광 아래서 사랑은 동화적으로 그려진다. 유쾌하고, 도경수의 모습도 내내 해맑게 들떠 있다.

    세 번째 솔로 미니앨범 ‘성장’을 선보인 도경수. [컴퍼니수수 제공]

    세 번째 솔로 미니앨범 ‘성장’을 선보인 도경수. [컴퍼니수수 제공]

    새로운 K팝의 얼굴

    재미있는 것은 ‘Mars’에 등장하는 CRT 모니터나 2G 휴대전화, 알칼리 배터리 같은 소품들이다. 레트로 유행보다는 시대와 동떨어진 수단으로나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목적의 특수성을 담는다. 다른 별에 있(다고 믿)는 연인과 교신이라는, 기적처럼 희박한 가능성 말이다. 이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닿고자 하는 기적은 손톱만 한 크기의 쪽지에 적힌 메시지 몇 글자다. 그것을 위해 그는 세안과 면도에 이어 깔끔한 복장으로 정성을 다한다. 노래는 내내 로맨틱하고 경쾌하지만, 마냥 행복한 영상 틈으로 간절한 마음이 배어나온다.

    음악이 이를 더욱 살려낸다. ‘Mars’에서 도경수는 화려하거나 진득한 창법을 휘두르지 않는다. 그 대신 특유의 깊이 있고 부드러운 중음역 음색의 매력을 편안하게 펼쳐낸다. 카랑카랑하고 너그러운 비트 위에서 멜로디는 차곡차곡 숨 쉬며 흘러간다. 곡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후렴 전후다. ‘걱정이 커진다’고 말하던 그는 잠시 비트를 멈추고 ‘음, 예를 들어…’라며 후렴으로 넘어간다. 곰곰이 사색하는 분위기의 연출도 매력적이다. 후렴을 수놓는 ‘너무나 많이 다르지 않길’ ‘더 빨리 네게 가까이 닿고 싶어’는 그가 가진 걱정의 전부가 아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민이 된다. 그렇게 화자의 세계는 넓어지고 간절함은 더해진다. 도경수의 가창 역시 내내 담담한 속에서 단어 사이에 슬쩍 호흡을 놓거나, 마디 끝을 아주 미묘하게 들어 올리는 등 디테일을 준다. 이것으로 발생하는 섬세하고 로맨틱한 진동을 통해 목소리는 집중력과 호소력을 더한다.

    EXO의 디오를 내려놓고 연기자로 활동할 때 쓰던 본명 ‘도경수’로 돌아온 그가 K팝을 떠나려는 듯 보이지만은 않는다. 화사함과 상쾌한 다정함이 이 미니앨범과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다. 그러나 그가 아이돌로 ‘돌아온다’고 말하기는 꺼려진다. ‘Mars’ 주인공은 K팝이 뜨거운 방황이나 청량으로 표현해온 청춘과 선연한 차이를 둔다. 고립되고 이해받기 어려운 존재로서 청춘의 낭만과 아득한 희망에 가깝다. 그것은 K팝이 박제해 전시하는 청춘보다 어쩌면 훨씬 사실적일지도 모르겠다. 도경수가 말하는 ‘성장’ 전제가 그러하다면 이 출중한 보컬리스트가 들려주는 K팝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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