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트렌드는 AI 디바이스(device)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적으로 웨어러블 AI 디바이스 스타트업 휴메인에 투자하는 등 업계에 관심과 투자가 몰리고 있다. 올트먼은 아이폰 디자이너 출신인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새로운 AI 디바이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새로운 AI 디바이스로 개인용 컴퓨터(PC)나 스마트폰의 아성을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디바이스의 주된 목적은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쓰던 인터넷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대신, AI 디바이스에 “집으로 가는 택시를 불러줘”라고 명령하면 AI가 알아서 앱을 구동하는 식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주목받은 차세대 AI 디바이스인 휴메인의 ‘AI 핀(Pin)’이나 래빗의 ‘R1’은 시장에서 혹평받고 있다.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많은 데다 용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처지라면 AI 디바이스는 1세대 AI 비서처럼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AI 디바이스 시장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 같은 상황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나오기 전 다양한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나 삼성전자 ‘블랙잭’ ‘미라지’ 같은 개인용 정보 단말기(PDA) 형태의 초기 스마트폰 모델이 2000년대 초반 여럿 출시됐다. 아이폰이 등장한 후에도 한동안 삼성전자 ‘옴니아’나 LG전자 ‘옵티머스’처럼 다양한 기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권을 다퉜다.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한 2010년대 전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기술력이 부족했다. 가령 2007년 나온 아이폰 1세대만 해도 지금과 달리 앱스토어가 없어 앱을 설치할 수 없었고, 이듬해 출시된 아이폰 3G는 무거운 데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 환경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2000년대 무선 인터넷 속도는 3.1Mbps(메가비트 퍼 세컨드)로 100Mbps 정도인 지금과 비교하면 30분의 1에 불과했다. 2010년 이후 4G(4세대 이동통신) LTE가 본격 도입되자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개막할 수 있었다.
AI 디바이스 시장도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 한동안 춘추전국시대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음성 명령으로 초개인화·자동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차세대 AI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와 수요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상상력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여러 분야의 기술 발전과 적절한 폼팩터(디바이스의 구조와 형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빠른 무선 인터넷 속도와 정교한 위치 측정 센서, 앱스토어, 고성능 카메라 등 다양한 조건이 갖춰지고 나서야 열린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AI 디바이스의 표준 폼팩터가 옷에 부착하는 형태일지, 손가락에 끼는 반지 모양일지, 안경 같은 모습일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인 스마트워치가 AI 디바이스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 디바이스가 디지털 기기의 대세가 되려면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는 독립된 장비여야 하고, 오랜 시간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휴대가 간편해야 한다. 사용 방법이 직관적이고 편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PC,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AI 디바이스 왕좌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AI 디바이스의 주된 목적은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쓰던 인터넷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대신, AI 디바이스에 “집으로 가는 택시를 불러줘”라고 명령하면 AI가 알아서 앱을 구동하는 식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주목받은 차세대 AI 디바이스인 휴메인의 ‘AI 핀(Pin)’이나 래빗의 ‘R1’은 시장에서 혹평받고 있다.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많은 데다 용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처지라면 AI 디바이스는 1세대 AI 비서처럼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웨어러블 인공지능(AI) 디바이스 스타트업 휴메인이 개발한 ‘AI 핀(Pin)’(위)과 작동 모습. [휴메인 제공]
AI 디바이스, 아직 오류 많고 용도 제한적
AI 디바이스가 실망스러운 수준인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AI 기술이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할 정도로 발전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챗GPT를 필두로 AI는 정보 해석, 문서 요약 같은 작업에선 서비스 품질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 대신 앱을 실행해 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러 단계에 걸친 업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기능은 아직 떨어진다.현재 AI 디바이스 시장은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 같은 상황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나오기 전 다양한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리서치인모션(RIM) ‘블랙베리’나 삼성전자 ‘블랙잭’ ‘미라지’ 같은 개인용 정보 단말기(PDA) 형태의 초기 스마트폰 모델이 2000년대 초반 여럿 출시됐다. 아이폰이 등장한 후에도 한동안 삼성전자 ‘옴니아’나 LG전자 ‘옵티머스’처럼 다양한 기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권을 다퉜다.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한 2010년대 전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기술력이 부족했다. 가령 2007년 나온 아이폰 1세대만 해도 지금과 달리 앱스토어가 없어 앱을 설치할 수 없었고, 이듬해 출시된 아이폰 3G는 무거운 데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 환경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2000년대 무선 인터넷 속도는 3.1Mbps(메가비트 퍼 세컨드)로 100Mbps 정도인 지금과 비교하면 30분의 1에 불과했다. 2010년 이후 4G(4세대 이동통신) LTE가 본격 도입되자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개막할 수 있었다.
AI 디바이스 시장도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 한동안 춘추전국시대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음성 명령으로 초개인화·자동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차세대 AI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와 수요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상상력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여러 분야의 기술 발전과 적절한 폼팩터(디바이스의 구조와 형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빠른 무선 인터넷 속도와 정교한 위치 측정 센서, 앱스토어, 고성능 카메라 등 다양한 조건이 갖춰지고 나서야 열린 것처럼 말이다.
2007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 1세대.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여러 브랜드가 명멸했다. [위키피디아]
AI의 사용자 의도 파악 능력이 관건
AI 디바이스 시대가 본격 개막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우선 AI가 기존 인터넷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연동돼야 한다. 말하자면 사람이 아닌 AI가 앱을 제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AI 기술만 놓고 봐도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춰 단계별로 인터넷 서비스를 작동하는 정도까지 발전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AI 디바이스 시대를 앞당기고자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 오픈AI 같은 기업의 LAM(Large Action Model·거대행동모델) 개발이 마무리되면 AI로 PC나 스마트폰을 쉽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인터넷 서비스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스페이스)로 연동해주는 랭체인(lang chain)처럼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 점도 주목된다.앞으로 AI 디바이스의 표준 폼팩터가 옷에 부착하는 형태일지, 손가락에 끼는 반지 모양일지, 안경 같은 모습일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인 스마트워치가 AI 디바이스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 디바이스가 디지털 기기의 대세가 되려면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는 독립된 장비여야 하고, 오랜 시간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휴대가 간편해야 한다. 사용 방법이 직관적이고 편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PC,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AI 디바이스 왕좌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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