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

온천 강국 대만

[재이의 여행블루스] 온천 강국 대만 세계적 유황 온천 ‘베이터우’ 등 100여 곳에 관광객 발길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05-12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유황 온천으로 사랑받는 대만 온천 마을 베이터우. [GettyImages]

    유황 온천으로 사랑받는 대만 온천 마을 베이터우. [GettyImages]

    대만은 온천을 즐기기에 제격인 여행지다. 이름난 온천 마을만 100곳이 넘는다. 대만 온천은 대부분 산속에 있어 경관도 좋고 약효 또한 탁월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1시간 내외 거리에도 소문난 온천 마을이 많다. 가장 먼저 대만 제일 유황 온천으로 사랑받고 있는 온천 마을 ‘베이터우(北投)’로 떠나보자.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하철(MRT)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데,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낭만 포구 단수이(淡水)로 가는 길목이라 이동 중에 들러보기에도 편하다. 이곳에는 베이터우석(北投石)이라는 광물이 있는데 몸에 좋은 라듐 성분이 항암과 관절염 완화, 피부 개선, 스트레스 해소 등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마을에는 공공 온천탕과 노천탕은 물론 5성급 호텔, 리조트 등 온천 시설이 즐비해 여행 중에 잠시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마을이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시골 풍경을 간직해 사부작사부작 산책하기에도 좋다. 온천욕 외에도 옛 온천탕을 개조한 베이터우온천박물관(北投溫泉博物館)과 목조 건물이 시선을 끄는 타이베이시립도서관 베이터우분관(台北市立圖書館北投分館), 베이터우 온천 진원지인 지열곡(地熱谷)도 볼만하니 같이 둘러보자.

    고르는 재미 타이베이 온천

    타이베이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 걸리는 ‘양명산(陽明山)’ 온천도 가볼 만한 곳이다. 양명산 온천은 냉수갱(冷水坑), 마조(馬槽), 화갱자평(火庚子坪)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각 수질과 온도에 차이가 있고 광물질 성분도 달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온천욕은 물론, 푸르른 녹음에서 즐기는 산림욕과 수려한 자연경관은 덤이다. MRT로 90분가량 소요되는 ‘우라이(烏來)’ 온천도 추천한다. 우라이 온천은 우윳빛이 도는 무색무취 알칼리성 탄산 온천이다. 탄산수소나트륨이 풍부한 온천수로 ‘미인천’으로 불릴 만큼 피부 미용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수질이 맑고 투명한데, 적당량 마시면 소화기 질환에 좋다고 전해진다. 뜨끈한 온천 덕에 여행이 한결 여유로워진 기분이다. 온천으로 몸과 마음에 활력이 솟았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타이베이 근교 소도시로 떠날 시간이다.

    이색적인 기암괴석이 가득한 예류. [GettyImages]

    이색적인 기암괴석이 가득한 예류. [GettyImages]

    타이베이 도심에서 이동은 MRT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단수이(淡水)선, 무짜(木柵)선, 신띠엔(新店)선, 반차오(板橋)선, 난강(南港)선, 투청(土城)선 등 6개 노선이 타이베이 도심 안팎을 연결한다. 도심 속 거의 모든 명소가 MRT 역에 인접해 있어 하루 동안 많은 지역을 둘러봐야 하는 뚜벅이 여행객에겐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다. 반면 타이베이 근교 도시로 가는 여행은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당일치기로 여행이 가능해 보통 오전 일찍 출발한다.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택시투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손님을 태우고 4개 도시를 모두 돌고 난 뒤 다시 시내로 데려다주는 시스템이다. 총 8~9시간 정도 걸리는데 4인 기준 15만~20만 원 수준이다. 대중교통보다 비싸지만 일행이 있다면 비용 부담을 나눌 수 있으니 고려해봄 직하다. 타이베이 근교 유명 여행지 4곳을 일컬어 ‘예스진지’라 부른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지질공원 ‘예류(野柳)’, 천등 소원 날리기 명소 ‘스펀(十分)’, 그리고 옛 탄광 유적지 ‘진과스(金瓜石)’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해 더욱 널리 알려진 ‘지우펀(九份)’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타이베이 북부 해안에 자리한 예류는 비바람과 파도 등 자연이 빚어낸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예류지질공원까지는 타이베이 MRT 단수이역에서 지룽(基隆·기륭)행 버스를 타면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예류는 바닷물의 침식 작용에 의해 희귀한 모양의 암석(공주바위, 여왕머리, 촛대석, 생강석, 바둑판석 등)이 즐비한 해변이다. 이곳 바위들은 화산암이 기존 사암을 덮은 것이다. 바위 아래 사암층은 바람과 파도에 침식돼 버섯 모양을 하고 있고 사암을 덮은 화산암은 버섯갓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노라면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다만 그늘이 없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야 하니 모자와 선크림, 편한 신발은 필수다.

    스펀에서 천등 날리기

    천등 날리기 명소 스펀. [GettyImages]

    천등 날리기 명소 스펀. [GettyImages]

    천등에 소원을 적어 날릴 수 있는 스펀은 나 홀로 즐기고 소비하는 트렌드에 맞는 인기 명소다. 타이베이에서 동쪽으로 36㎞ 떨어진 스펀은 루이팡(瑞芳)역에서 핑시(平溪)선으로 갈아타면 30여 분 걸린다. 다만 기차가 거의 1시간에 한 번 다니니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 스펀은 1921년 지룽허구(基隆河谷)에 광업이 발달하며 조성된 촌락 중 하나다. 스펀 옛 거리에 위치한 스펀역은 집과 상점들이 역 주변 선로에 바짝 붙어 있다. 이 때문에 건물과 사람들 사이로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스펀역에 들어서면 여행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철길 옆 천등(天燈) 가게로 향한다. 천등은 작은 열기구와 비슷한 종이등이다. 천등 아래 고체연료에 불을 붙이면 뜨거워진 공기가 등을 하늘로 띄우는 원리다. 천등 가격은 색깔에 따라 다르다. 또한 빨간색은 건강, 파란색은 사업, 보라색은 학업 등 종이색에 따라 의미가 다르니 이왕이면 소원에 맞는 색을 골라보자. 천등을 들고 띄우기 전 철로에 서서 찍는 인증숏은 필수. 원하는 천등을 고르고 소원을 다 적었다면 불을 붙이고 하늘로 올려 보내면 된다. 각자의 바람을 적은 천등이 하늘을 가득 채우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대만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스펀폭포도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거대한 폭포를 보며 시원하게 휴식을 취해보자. 분주한 일정으로 출출해졌다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쌀국수나 매콤한 닭날개살에 꼬들꼬들한 볶음밥이 들어간 닭날개볶음밥을 추천한다. 돌아오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이니 이왕이면 넉넉하게 주문하자.

    폐금광마을 진과스와 홍등거리로 유명한 지우펀도 타이베이 근교 소도시 여정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코스다. 스펀행 기차를 탔던 루이팡역이 이번에도 시작점이다. 두 도시를 가려면 루이팡역에서 버스 788번 또는 965번을 타거나, MRT 중샤오푸싱(忠孝復興)역에서 버스 1062번을 타면 된다. 역 앞 광장에는 수많은 택시가 대기하고 있는데 종착지까지 정액제로 운영된다. 비용 때문에 주저했다면 한 번쯤 택시로 이동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진과스는 한때 대만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금광 도시다. 대만금속광업공사가 철수한 뒤 폐광과 빈 건물만 남았는데 대만 정부가 ‘황금박물원구(黃金博物園區)’로 탈바꿈시켰다. 걷다 보면 진과스의 황금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황금박물관(黃金博物館)’과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대만 최고(最古) 일본식 목조건물 ‘태자빈관(太子賓館)’을 시작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화려했던 과거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진과스의 또 다른 명물은 광부도시락이다. 막장으로 향하는 광부들이 챙겼을 법한 비주얼의 도시락을 주문하면 도시락을 싼 보자기와 젓가락이 공짜다. 밥도 먹고 기념품도 챙겨 갈 수 있다. 대만식 돼지갈비 덮밥과 음료로 구성돼 있는데, 한국인 입맛에도 무난하다.

    옛 대만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우펀. [GettyImages]

    옛 대만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우펀. [GettyImages]

    아름다운 야경과 홍등으로 유명한 지우펀은 198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비정성시(悲情城市)’,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유명하다. 지우펀이 이토록 많은 영상에 담긴 것은 만화에나 나올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지산제(基山街)’ 골목길 때문이다. 언덕을 따라 형성된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대만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 만큼 좁은 골목 양쪽으로 식당, 찻집 등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 수백 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걸음을 내딛는 곳마다 오고 가는 사람과 사진을 찍는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구경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새가 없지만, 지우펀의 매력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거리를 가득 채운 먹거리다. 특히 둥근 밀전병에 커다란 땅콩엿을 대패로 갈아 넣고 아이스크림을 얹어 만드는 시원한 땅콩 아이스크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지산제를 따라 걷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급경사의 돌계단길을 만나게 된다. ‘수치루(竪崎路)’라 부르는 곳으로 이제부터가 하이라이트다. 대만의 상징과도 같은 홍등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데, 이국적 정취에 홍등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하다. 수치루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술과 우롱차, 꿀을 섞어 만든 구이화차주로 유명한 ‘아메이차루(阿妹茶樓)’다.

    일몰 맛집 아메이 찻집

    일몰 무렵 아메이 찻집의 홍등에 불이 들어온 풍경을 보려고 전 세계 여행자가 몰려든다. 찻집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이가 많아 사람에 치여 이동이 힘들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만은 역사가 느껴지는 문화유산과 함께 다채로운 문화가 섞인 볼거리와 놀거리, 이색적인 먹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쳤다 보니 중국에 일본을 섞어놓은 듯한 묘한 매력도 지녔다. 게다가 약 2시간의 짧은 비행에 대중교통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어 자유여행을 즐기기에도 부담 없는 여행지다. 행복지수를 채워줄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대만으로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