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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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차기 감독 유력한 아르네 슬롯

[위클리 해축] ‘압박형 축구’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리그 우승 이끈 젊은 명장

  •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입력2024-05-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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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에서 빛나는 업적을 세운 위르겐 클롭 감독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클롭의 리버풀은 30년 만에 EPL에서 우승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도 차지했다. 클롭호(號) 리버풀은 참여한 대회 중 유로파리그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클롭이 올여름 팀을 떠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후임 인선에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누가 됐든 클롭의 뒤를 잇는 후임은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국 BBC “슬롯 감독 리버풀행 의지 명확”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아르네 슬롯. [뉴시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아르네 슬롯. [뉴시스]

    새 시즌 개막을 3개월여 앞둔 5월 초 리버풀 보드진의 선택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아르네 슬롯 감독으로 좁혀지고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과 페예노르트 구단 간 합의가 끝났고 슬롯의 리버풀행 의지도 명확하다고 한다. 세부 조율만 끝나면 슬롯이 리버풀 차기 감독으로 발표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리버풀의 유력한 차기 감독인 슬롯은 누구이고, 클롭이 남긴 위업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1978년생인 슬롯은 감독치곤 젊은 편이다. 선수 시절 네덜란드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으며, 은퇴 후 2019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1부 리그) AZ 알크마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중에 리그가 끝난 2019~2020시즌 알크마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전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AFC 아약스와 승점 동률로 리그 우승을 다툰 것이다. 결과적으로 골 득실차 탓에 2위에 머물렀지만 알크마르는 25경기에서 17실점만 허용하며 탄탄한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다. 이후 페예노르트 감독 자리로 옮긴 슬롯은 2021~2022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22~2023시즌 에레디비시 우승, 2023~2024시즌 KNVB 베이커(네덜란드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가 감독 커리어 내내 보여준 세련된 축구 전술은 수많은 해외 팬과 전문가의 이목을 끌었다.

    클롭의 축구 전술은 ‘게겐프레싱(gegen pressing)’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하고, 즉시 빠른 공격으로 역습을 마무리 짓는 축구 스타일이다. 게겐프레싱 전술을 구현하려면 선수들이 언제나 빠른 수비 전환과 압박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선수들의 적극성과 많은 활동량이 필수다. 슬롯의 전술도 클롭과 유사한 면이 많다. 슬롯은 페예노르트 선수들에게 늘 강한 압박을 주문한다. 게겐프레싱처럼 높은 위치에서 공을 끊어내 상대 골문과 가까운 위치에서부터 역습에 나서기 위함이다. 전체적으로 경기 템포가 상당히 빠르고, 선수들에게 적극성을 많이 요구하는 점도 클롭 스타일과 비슷하다.

    밀집 수비와 역습 대응이 관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가운데)이 2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2023~2024 카라바오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가운데)이 2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2023~2024 카라바오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리그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간 슬롯은 클롭에 비해 빌드업 시 중앙을 활용하는 빈도가 컸다. 클롭호 리버풀은 빌드업 대형이 유연하지 못한 편이었다. 고정적인 대형을 형성한 뒤 롱패스로 상대 뒤 공간 공략 혹은 측면 위주의 공격 전개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슬롯은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한 중앙 루트의 전진도 함께 중시한다. 그렇기에 3선에 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유연한 편이며, 때에 따라 풀백이 안쪽으로 좁혀 중원 싸움에 가담하는 경우도 많다. 슬롯은 미드필더들에게 늘 앞을 바라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뒤 재빠르게 공격진을 향해 전진 패스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롭이 좌우를 넓게 쓰는 데 비해 슬롯은 좌우를 한쪽으로 좁게 쓰는 편이다. 선수 사이 간격을 좁혀 유기적인 패스플레이와 빠른 압박 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미드필더를 더 다채롭게 활용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촉망받는 신임 감독에게도 난관은 있게 마련이다. 가령 아약스 시절 호평받던 에릭 텐하흐 감독은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긴 후 두 번째 시즌부터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들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데 애먹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불안한 공수 밸런스로 이어지고 있다. 슬롯의 전술 스타일이 에레디비시보다 큰 리그에서도 먹혀들지는 지켜볼 문제다. 특히 에레디비시에 비해 밀집 수비를 형성할 일이 많은 EPL 팀들을 상대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나친 공격 위주 축구 때문에 역습을 당하지 않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클롭은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물론, ‘위닝 멘털리티’ 형성에도 도가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덕에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FA컵, 카라바오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누가 됐든 클롭의 후임 인선은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리버풀은 클롭과 비슷한 점이 많고 전도유망한 슬롯을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슬롯 감독과 함께 리버풀이 또 다른 황금기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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