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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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수출 요란하게 홍보하다 유럽 견제 자초한 K-방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한국제 말고 유럽 무기 사라”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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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5-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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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2월 6일(현지 시간) 폴란드 그디니아 해군기지에 한국산 K-2 전차 첫 수출 물량이 도착해 도열해 있다. [폴란드 정부 홈페이지]

    2022년 12월 6일(현지 시간) 폴란드 그디니아 해군기지에 한국산 K-2 전차 첫 수출 물량이 도착해 도열해 있다. [폴란드 정부 홈페이지]

    “무기 수출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각국 정부가 고객인 만큼 수출 사실을 굳이 널리 알릴 필요가 없다. 국산 무기 우수성은 방산 전시회를 적극 활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해외 바이어를 국군의 화력시범에 초청하는 형태로 알리면 된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이른바 K-방산 홍보는 지나친 감이 있다. 방산 수출에서 정부 역할은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외교적 난관을 조용히 해결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 나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한국 방산 견제 발언에 대해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는 “내실 있는 방산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 주재 총영사와 한중일 협력사무국 사무차장을 지낸 백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 발언이) 한국 방산이 크게 성장했다는 방증인 동시에 정부의 지나친 홍보 역효과로 유럽 주요국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장기화되고 신(新)냉전이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의 군사비 지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3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군사비는 2조4430억 달러(약 3346조9100억 원)로 198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였다(그래프1 참조). 이는 2022년과 비교해도 6.8% 늘어난 수치로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폭을 보였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32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28개 나라가 전년 대비 군비 지출을 늘렸다. SIPRI는 글로벌 군비 지출이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 중국, 대만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을 꼽았다.

    우크라·가자 전쟁에 전 세계 군비 지출 역대 최대치

    군비 증강을 부추기는 지정학적 위기는 앞으로 더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뚜렷한 출구전략이 안 보이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세계 화약고로 불리는 동아시아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 강도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탈냉전 후 세계 최강국을 자임하던 미국 영향력이 퇴조하는 것도 각국 군비 증강을 자극하는 거시적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주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과 동쪽에서 각각 러시아, 중국이 현상 변경을 위한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과 인접한 국가들은 군사 자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군비 증강 움직임은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도전이지만, 그간 축적한 방산 역량으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SIPRI 집계에 따르면 2019~2023년 한국의 세계 무기시장 점유율은 2.0%로 10위를 기록했다(그래프2 참조). 2014~2018년 대비 점유율은 12% 증가했다. 주요 수출 대상국 1위는 폴란드(27%)였고, 필리핀(19%)과 인도(15%)가 뒤를 이었다. 향후 한국 방산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당장 군비 지출을 늘리긴 했지만 지난해 나토 회원국 중 방위비 목표치(국내총생산 2% 지출)를 충족한 나라는 영국 등 11개국뿐이다. 미국발(發) 군비 증강 압박이 강해지면 나머지 나토 회원국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간 아시아권 중진국을 주 고객으로 삼아온 한국 방산이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까지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방산이 몸집을 키우자 견제도 본격화됐다. 러시아와 함께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2위인 프랑스가 견제 신호탄을 쐈다. 마크롱 대통령은 4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며 “유럽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주권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방산 자강론인 동시에 미국·한국 방산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 세계 무기시장 점유율 10위

    마크롱 대통령 발언으로 가시화된 유럽 주요국의 견제구는 미국보다 한국 방산에 더 위협적이다. 유럽 국가 입장에서 미국제 무기 구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사시 나토 회원국은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비해 무기 호환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무기의 경우 성능이 우수하긴 하나 ‘정무적 판단’까지 고려하면 아직 ‘가성비’ 좋은 선택지에 가깝다. 한국 무기에 관심을 보이는 유럽 국가들이 인접한 프랑스, 독일제 무기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방산업계 안팎에선 “동유럽에서 일부 군사 전문가가 한국산 무기를 평가절하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유럽에서 방위산업을 종합적으로 갖춘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정도인데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제 무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 동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며 “무기 구입 특성상 정무적 판단이 적잖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유럽 주요국이 지역 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로비도 한국 방산 수출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독일, 프랑스가 차관(借款)이나 자국의 글로벌 은행을 앞세워 금융 지원 면에서 방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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