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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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한 尹, ‘김건희 특검’은 반대

민주당 “총선에서 민심 회초리 맞고도 고집 부리는 대통령 모습”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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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5-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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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들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싶다.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야당이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찰이나 경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관련 수사에 나선 가운데 1년 9개월 만에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 본인 생각을 직접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담 수사팀 꾸린 檢

    윤 대통령은 특검 방식과 관련해서는 “20년 넘도록 특검을 여러 차례 운영해왔는데, 그런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관점에서는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고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특검 재추진을 예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정치 공세, 정치 행위가 아니냐”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야당도 집권 시기에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 ‘검찰 또는 경찰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으로 특검 여론을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기자회견 후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며 혹평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총선을 통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고집을 부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수사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정치 공세라면서 김 여사가 불가침 성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은 2022년 9월 13일 최재영 목사가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하며 시작됐다(인포그래픽 참조). 당시 최 목사는 김 여사 부친과 인연을 강조하면서 접근한 후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선물하고 손목시계 형태의 몰래카메라로 이 과정을 촬영했다. 이듬해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이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당시 사용된 명품 파우치와 몰래카메라는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뉴스1]

    윤 대통령 부부와 최 목사는 모두 고발당한 상태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서울의소리 측은 최 목사가 건넨 파우치가 뇌물 성격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통령실은 이를 ‘반환 선물’로 처리해 적법하게 보관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 목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된 상태다. 그는 연이어 한 시민단체에 의해 주거 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관련 의혹을 들여다볼 계획인 만큼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담 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검사 3명을 추가로 투입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서울의소리 측이 윤 대통령 부부를 검찰에 고발한 지 5개월 만이다.

    문제는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이다. 총선 직후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에 대해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총선이 끝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줄어든 만큼 필요한 수사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야권 시각은 다르다.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해 ‘특검 드라이브’가 가시화된 만큼 검찰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특검 반대용 수사’ 의구심 나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5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총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수사를 끝내겠다는 것은 ‘임기 내에 기소하겠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도 “‘내 선에서 마무리하고 가겠다’, 즉 ‘불기소처분을 하고 자신이 다 총대를 메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검찰이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이고,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김 여사의 수수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 반대를 위한 ‘명분 쌓기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추진될 때 “이미 검찰에서 수사해 불기소로 결론 나지 않았느냐”며 반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봤을 때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윤 대통령 역시 관련 사안을 몰랐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 조 대표가 비슷한 논리를 펼쳐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자신이 받은 여러 혐의에 대해 인지 혹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일부 혐의는 무죄를 받기도 했다. 조 대표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조국 전 장관이 이를 일거수일투족 알기는 어렵다”고 항변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이른바 경제공동체로 보고 접근하면 사안이 달리 흘러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고검장을 지내고 4·10 총선에서 당선한 민주당 이성윤 당선인은 1월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부부공동체로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이 부분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부부는 경제공동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뇌물죄 공범으로 봤다.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직자가 직접 금품 등을 수수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었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곽 변호사는 “최측근이 금품 등을 받아도 문제가 되는 이른바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는 판례가 2개 만들어지면 비슷한 맥락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되살아나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만큼 김 여사는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지막으로 공개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도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별도로 비공개 사전투표를 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부부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그는 5월 5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어린이날 행사와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행사,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음악회 등에 참석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추진될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다시금 다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 요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도이치니 하는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당시 2년 반 정도 나를 타깃으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 지난 정부에서 나와 내 가족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하며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다. 진상을 가리기 위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검찰은 무혐의 처분 등 최종 결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검찰의 이 같은 행보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만큼 현 상황에서는 특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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