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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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까기 웃음꽃’, 전국에 퍼졌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4-05-14 09: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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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니어세대 희망 선사한 ‘알까기 전국 대회’

    • 전국 4개 경기장 500~1000여 명 참가

    • 엄용수 입담, ‘새끼손가락 공격’에 함박웃음

    • 지역 방송‧유튜버 취재 열기 ‘후끈’

    • 4개 도시 종반전 돌입, 6월 15일 왕중왕전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대회 진행위원장 발언을 듣고 활짝 웃고 있다. [이비티에스협동조합]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대회 진행위원장 발언을 듣고 활짝 웃고 있다. [이비티에스협동조합]

    ‘시니어와 함께하는 돌아온 알까기 대회’가 열전을 이어가면서 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4월 13일 전북 전주에서 막이 오른 알까기 대회는 광주(28일), 울산(5월 5일), 경남 창원(5월 10일) 대회를 거치며 입소문을 탔고, 대회마다 500~1000여 명의 선수‧관객이 몰리면서 지역 언론과 방송사의 취재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알까기는 바둑판 위에서 알을 쳐서 상대 알을 바둑판 밖으로 떨어뜨리는 경기로, 2001년 한 방송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최양락 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둑 대국을 패러디하면서 국민 스포츠가 됐다. 지난 4월 이비티에스(ebts)협동조합(이사장 이승원)과 (사)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회장 김학래)가 총상금 1억 원 규모의 전국 대회를 열면서 인기를 재점화한 것이다.

    전주대체육관에서 열린 첫 대회에는 이른 아침부터 선수와 가족들이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으면서 체육관 관람석(스탠드)은 만석이었다. 사전 참가 접수를 한 만 55세 이상 시니어 선수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한 뒤 출전증을 교부 받았고, 64명의 심판들은 가로세로 1m인 각자 경기장 앞에 서서 출전 선수들을 맞았다. 쌍방 ‘7알전’으로 치른 경기에서 선수들은 ‘쿠션 공격’을 하거나 상대 돌과 함께 떨어지는 ‘논개 작전’, 자신의 알을 가장자리로 옮겨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개미지옥 작전’ 등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며 화려한 개막전을 펼쳤다.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대회 경기 모습. [이비티에스협동조합]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대회 경기 모습. [이비티에스협동조합]

    이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회,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대회,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남 창원 대회는 인근 지역의 숨은 고수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64강전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1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은 울산 대회에서는 김영일 선수의 ‘새끼손가락 공격’이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알까기는 일반적으로 엄지와 검지, 중지를 이용해 자신의 돌을 쳐서 상대 돌을 바둑판 밖으로 쳐내는데, 상대 돌과 가까이 붙어있을 때에는 자신의 알과 상대 알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알까기인들의 고민이 컸다. 하지만 김 선수는 새끼손가락을 이용해 상대 돌을 짧게 쳐 내는 공격으로 이런 고민을 단박에 해결했고, 바둑판 가장자리에서도 과감한 공격을 이어나가며 대회 8강에 올랐다. 관중들은 새로운 공격 전술에 열광하며 그의 우승을 점쳤지만 8강전에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며 무념무상 부처님 전술을 구사한 강웅주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관중석에서는 “신공(神功)도 무념무상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엄용수 해설 너무 웃겨 경기 못하겠다” 이의제기

    5월 5일 울산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 결승전. 엄용수 해설위원의 경기 해설은 선수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배수강 기자]

    5월 5일 울산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 결승전. 엄용수 해설위원의 경기 해설은 선수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배수강 기자]

    대회마다 김학래 회장 등 코미디언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연예인 공연과 아랑고고장구 공연(장구를 드럼, 심벌 등과 함께 연주하는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도 대회 흥행을 견인했다.

    전주 대회에서는 코미디언 지영옥 씨와 허둥 씨의 댄스 공연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고, 울산 대회에서는 해설을 맡은 코미디언 엄용수 씨가 관람객들의 배꼽을 뗐다 붙였다했다. 엄 해설위원은 “아~ 3대3 팽팽한 접전! 이건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결! 결국 정의는 승리합니다” ”마지막 남은 흑돌은 낙화암에 홀로 몸을 던졌습니다~” “알까기는 손가락으로 강약을 조절하기 때문에 집안 일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재치 있는 입담을 펼쳤고, 경기 중이던 한 선수는 “해설자(엄용수)가 너무 웃겨 경기를 못하겠다”며 경기방해 행위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5월 5일 울산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 앞서 참가 선수들이 조별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배수강 기자]

    5월 5일 울산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 앞서 참가 선수들이 조별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배수강 기자]

    울산 대회에는 김종민 국회의원과 김태선 국회의원 당선인(울산 동구),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등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고, KBS울산방송이 현장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엄 위원은 “모처럼 시니어세대가 한 곳에서 알까기도 하고 공연도 보면서 크게 웃어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KTX를 타고 경기장에 오게 됐다”며 “시니어세대들의 인생 후반전, 힘찬 노후를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창원 대회는 일반인 리그에 출전한 정갑현 선수가 예선 라운드에서는 탈락했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본선에 진출했고, 결국 결승 지역대회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알까기 대회는 앞으로 △경북 경산(5월 21일 경산실내체육관) △경북 구미(28일 박정희체육관) △부산(6월 8일 동아대 체육시설) △경북 포항(13일 포항실내체육관) 지역 대회를 거쳐 6월 15일 서울 상암동 채널A 로비에서 ‘왕중왕 결승전’을 치른다.

    이현영 대회 총괄팀장은 “대회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언론과 유튜버 등의 현장 취재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알까기 대회는 참가 자격이 55세 이상인 만큼 장년‧노년층이 웃음을 잃지 않고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승원 이사장은 “이촌향도(離村向都)를 경험한 베이비부머세대가 시니어세대가 돼 이제 이도향촌(離都向村) 시대를 열고 있다”며 “앞으로 장년층 일자리 창출과 인구 소멸 지역 마을 공동체 사업 등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비티에스협동조합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듯, 소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유종과 주유량, 주유 가능 시간 등을 입력하면 인근 조합사가 직접 찾아가 주유하는 ‘찾아 가는 주유 서비스’(배달 주유)를 준비하는 조합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주유소의 정상화를 돕고 중‧장년층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로 몰리는 지방에 ‘함께 사는 마을공동체’(노인 요양마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재생 사업도 추진 중이다.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서 ‘아랑고고장구’ 공연을 하는 (사)한국고고장구진흥원 김해 장유지부 회원들. [이비티에스협동조합]

    5월 10일 경남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니어와 함께하는 알까기 대회’에서 ‘아랑고고장구’ 공연을 하는 (사)한국고고장구진흥원 김해 장유지부 회원들. [이비티에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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