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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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로 떠나는 시간여행, 체코 프라하

[재이의 여행블루스] 1000년 역사 프라하성…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 건축 양식 한자리에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12-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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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유럽은 낭만을 꿈꾸는 여행자라면 꼭 가봐야 할 여행지다. 특히 천년 역사의 체코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중세 향기를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다. 블타바강과 라베강을 중심으로 반짝이는 붉은 기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도시를 이루고 있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마다,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 양식의 고색창연한 고성이나 궁전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낭만이 넘쳐난다. 프라하는 중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중후한 멋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구시가지 광장이나 카를교에서 바라본 야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프라하는 기원전 4000년부터 켈트족이 삶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뒤 9세기 말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가 됐다. 12세기 중세 유럽의 중심 도시로 성장했으며 14세기 카를 4세 때 신성로마제국 수도가 되면서 황금기를 누렸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에는 나치 독일군에 일찌감치 항복하는 바람에 프라하는 전쟁 속에서도 그 모습을 지켜냈다.

    프라하 여행 1번지, 프라하성

    유럽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라하성. [GettyImages]

    유럽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라하성. [GettyImages]

    프라하를 ‘프라하의 봄’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프라하의 봄은 1968년 체코 공산당 제1서기장이던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옛 소련에 저항한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프랑스 천재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프라하를 ‘북쪽의 로마’ ‘백탑(百塔)의 도시’라고 부르며 풍부한 문화 유산을 가진 이 도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프란츠 카프카, 카사노바, 모차르트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예술적 고뇌가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라하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어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도보 여행의 천국이다. 프라하성을 시작으로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 바츨라프 광장까지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행자 무리에서 빠져나와 이곳저곳 촘촘히 걸으며 프라하의 진면목을 확인해보자. 구시청사 등 광장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특히 볼만하다. 그중 ‘구시청사 천문시계’는 프라하의 명물이다. 매시 정각에 종소리가 울리면서 예수그리스도의 12제자 인형이 차례대로 춤을 추며 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 카를교. [GettyImages]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 카를교. [GettyImages]

    ‌프라하 여행의 1번지는 서쪽 언덕 위에서 시내를 굽어보고 있는 ‘프라하성’이다. 길이 약 516m로 이어진 석재 다리 ‘카를교’를 건너면 프라하성에 다다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카를교는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명소다. 다리를 따라 양쪽에 세워진 30개 조각상은 정교하면서도 숭고함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 곧장 가면 카를교가 나온다. 과거 최고 장인들이 살았던 말라스트라나(소 지구) 골목길을 지나 흐라드차니(중세 고성 지구) 언덕을 오르면 천년 역사를 간직한 프라하성을 만나게 된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프라하성은 상상의 세계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움 그 자체다. 1000년 넘게 그 아름다움을 유지한 덕분에 체코를 대표하는 국가적 상징물이 됐다. 고색창연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프라하성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시작으로 고딕 양식, 르네상스 스타일을 거쳐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졌다. 프라하성을 한 번만 돌아봐도 유럽 건축 양식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체코 왕과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의 궁전이었고, 현재는 체코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프라하성 관람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야경이다. 특히 카를교 또는 블타바강 주변에서 올려다본 모습은 사람의 눈을 압도한다.

    성내에 있는 여러 시설물 가운데 안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고딕 양식의 건물 ‘성 비투스 대성당’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보헤미아 지방 통치자였던 바츨라프 1세의 명에 따라 925년 건축이 시작됐고 우여곡절 끝에 1000년 만인 1929년 완공됐다. 성당은 길이 124m, 너비 60m, 높이 33m 규모로 거대하고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백탑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성당 남쪽 탑은 96.5m, 서쪽 탑은 82m나 되어 장관을 이루는데 성당 전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다. 성당 내부 유리창은 중세부터 유명한 ‘보헤미아 글라스’로 정교하게 장식돼 유리창 자체가 예술품에 가깝다. 대성당 뒤편에 자리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이르지 성당’까지 둘러본 뒤 밖으로 나가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황금소로(Golden lane)’로 일컬어지는 골목이 나온다. 16세기 황금세공장들이 몰려 살던 길인데, 아담한 집들과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카프카는 이 골목에서 하숙하며 작품을 썼다. 황금소로 22번지 하늘색 작은 집이 카프카가 머물던 집이다. 울퉁불퉁하게 포장된 30여m의 예쁘고 좁은 길이 걷는 맛을 더한다.

    인생맥주, 프라하 맥주

    프라하에선 맥주를 꼭 맛봐야 한다. 이왕이면 프라하의 봄의 현장이자 최대 번화가인 ‘바츨라프 광장’에서 목을 축이자. 맛있는 맥줏집을 선택하는 요령은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손님으로 가득한 집을 찾으면 된다. 체코 맥주는 독일 맥주만큼이나 맛이 깊기로 유명하다. 미국 맥주회사 버드와이저의 원조가 바로 체코 부트바이스다. 1857년 미국으로 건너온 체코계 이민자 아돌푸스 부시가 고향 맥주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버드와이저다. 체코 맥주는 보리의 고소함과 홉의 쓴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데 한 번 맛보면 결코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체코식 족발요리인 콜레뇨(Koleno)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프라하는 천천히 걸어서 닿는 곳마다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낭만의 도시다. 프라하에 오랫동안 머물며 시간의 사치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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