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피겨 여왕’ 김연아가 마지막 무대인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사용한 음악이다. 과거 주로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김연아는 이번엔 분위기를 바꿔 다소 빠르고 경쾌한 이 음악에 맞춰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고별무대에서 선택한 이 음악은 ‘탱고의 전설’이라 부르는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푸에르토리코 연주 여행 중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몇 시간 만에 만든 추모 헌정곡으로, 영화와 광고(CF) 등에서 무수히 사용됐고, 국내외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탱고 음악의 클래식화에 앞장선 피아졸라는 탱고 음악을 단순한 춤곡이 아닌 매혹적인 음악의 한 장르로 키운 공로자다. 전설의 음악과 피겨 여왕의 연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고별무대였던 셈이다.
여왕의 역사에는 늘 탱고 음악이 있었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인 2007년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연기해 1위에 오른 바 있다.
국민 개그 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댄수다’ 코너 배경음악 중 하나는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다. 상당히 귀에 익은 이 멜로디는 2008년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삽입곡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를 맡아 연주한 적도 있다. 탱고·재즈밴드 ‘라 벤타나’는 1집과 2집 앨범에 각각 탱고 음악과 재즈가 하모니를 이룬 곡을 선보였으며, 2010년 출시한 2집 앨범은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탱고 음악은 이처럼 어느덧 우리 삶의 중요한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동호인 급증 못 말리는 탱고 열정
탱고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1992년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여인의 향기’는 탱고 문화 대중화에 큰 공을 세웠다. 알 파치노가 탱고 초보 여성과 춤출 때 흐르던 ‘Por Una Cabeza(포르 우나 카베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탱고 음악이다. 또 다른 영화 ‘탱고 위드 미’에서는 재소자들이 탱고 춤판을 벌여 눈길을 끌었고,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 속 록산느의 탱고 장면에서는 탱고가 가진 관능미가 물씬 드러났다. 이 밖에도 ‘시카고’ ‘쉘 위 댄스?’ ‘테이크 더 리드’ 등 많은 영화에서 탱고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소재로 사용됐다.
2011년 방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주인공 김선아가 버킷리스트에 담아뒀던 탱고를 이동욱과 함께 췄다. 이 드라마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탱고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탱고 뮤지컬 ‘탕게라’가 2주간 국내에서 공연됐고, 서울 강남에는 탱고 본고장인 아르헨티나 요리를 맛보면서 탱고 공연을 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보고 듣는 것을 넘어 탱고를 직접 즐기는 동호인도 점점 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한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배워온 김성공, 이은주 씨가 2000년 인터넷 카페 ‘라틴속으로’를 만들면서 대중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카페 내 ‘솔로땅고’ 모임을 통해 여러 탱고 댄서가 배출됐으며, 현재도 2개월마다 80여 명에 이르는 신입회원이 탱고 열정에 빠져들려고 이 모임을 찾는다.
서울 강남에서 ‘엘 불린 탱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경아 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르헨티나 탱고를 즐기는 인구는 전국적으로 약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탱고는 전통적인 아르헨티나 탱고와 유럽 사교계로 건너가 경쾌한 리듬으로 변모한 콘티넨털탱고로 나뉘는데, 댄스스포츠 10개 종목 중 하나인 콘티넨털탱고 인구까지 더하면 동호인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탱고 동호회와 전문강사가 점점 늘고 있어 향후 탱고 인구는 점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1회 이상 아르헨티나 탱고를 출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30여 개에 이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밀롱가도 서울에 6개 있다. 2003년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밀롱가 ‘탱고 오나다’는 매일 탱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일주일 기준 약 500명이 방문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
우리나라에 탱고가 이렇게 빨리 전파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한경아 씨는 “한국인과 아르헨티나 사람은 흥과 재능이 많고 잔치나 가무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혹자는 탱고 음악의 열정적이면서도 구슬픈 정서가 우리 민족 한(恨)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탱고 음악은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스페인, 이탈리아 출신 가난한 노동자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민족적 특성과 정서의 동질감은 국내 탱고 문화 대중화에 초석이 됐다.
국내 최초 아르헨티나 탱고 동호회 창설자이자 ‘탱고 오나다’ 대표인 김성공 씨는 동호인이 탱고에 빠져 드는 이유를 “탱고는 인간애가 있고, 서로 안으면서 정신적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파트너와 멋진 춤을 추려고 몸을 가꾸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며 커플댄스로서 갖는 탱고의 매력도 소개했다. 탱고는 다른 커플댄스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와의 교감이 생명인 춤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탱고의 존재 이유이자, 동호인이 탱고를 통해 배우는 가장 큰 덕목이다.
춤을 받아들여 빠른 속도로 숙련하는 한국인의 명석한 ‘댄스 두뇌’도 우리나라의 탱고 문화 확산에 한몫한다. 2002년 탱고를 배우기 시작한 한경아 씨는 2년 만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계탱고대회 스테이지 부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공연용 탱고뿐 아니라 밀롱가에서 즐기는 소셜용 탱고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악기로 연주하는 탱고 음악은 음악 동호인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춤으로 표현하는 탱고는 댄스 동호인에게 삶의 재미를 부여한다. 세계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1인자가 마지막 무대에서 자기 연기를 빛내줄 음악으로 사용하고,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춤으로 표현되며, 각종 CF나 미디어에서 소재로 사용하는 탱고는 이제 더는 마니아 문화가 아니다. 우리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대중문화 중 하나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마지막 무대인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사용한 음악이다. 과거 주로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김연아는 이번엔 분위기를 바꿔 다소 빠르고 경쾌한 이 음악에 맞춰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고별무대에서 선택한 이 음악은 ‘탱고의 전설’이라 부르는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푸에르토리코 연주 여행 중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몇 시간 만에 만든 추모 헌정곡으로, 영화와 광고(CF) 등에서 무수히 사용됐고, 국내외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탱고 음악의 클래식화에 앞장선 피아졸라는 탱고 음악을 단순한 춤곡이 아닌 매혹적인 음악의 한 장르로 키운 공로자다. 전설의 음악과 피겨 여왕의 연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고별무대였던 셈이다.
여왕의 역사에는 늘 탱고 음악이 있었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인 2007년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연기해 1위에 오른 바 있다.
국민 개그 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댄수다’ 코너 배경음악 중 하나는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다. 상당히 귀에 익은 이 멜로디는 2008년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삽입곡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를 맡아 연주한 적도 있다. 탱고·재즈밴드 ‘라 벤타나’는 1집과 2집 앨범에 각각 탱고 음악과 재즈가 하모니를 이룬 곡을 선보였으며, 2010년 출시한 2집 앨범은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탱고 음악은 이처럼 어느덧 우리 삶의 중요한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동호인 급증 못 말리는 탱고 열정
영화 ‘여인의 향기’(위)와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탱고가 등장한 장면들.
2011년 방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살던 주인공 김선아가 버킷리스트에 담아뒀던 탱고를 이동욱과 함께 췄다. 이 드라마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탱고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탱고 뮤지컬 ‘탕게라’가 2주간 국내에서 공연됐고, 서울 강남에는 탱고 본고장인 아르헨티나 요리를 맛보면서 탱고 공연을 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보고 듣는 것을 넘어 탱고를 직접 즐기는 동호인도 점점 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한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배워온 김성공, 이은주 씨가 2000년 인터넷 카페 ‘라틴속으로’를 만들면서 대중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카페 내 ‘솔로땅고’ 모임을 통해 여러 탱고 댄서가 배출됐으며, 현재도 2개월마다 80여 명에 이르는 신입회원이 탱고 열정에 빠져들려고 이 모임을 찾는다.
서울 강남에서 ‘엘 불린 탱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경아 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르헨티나 탱고를 즐기는 인구는 전국적으로 약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탱고는 전통적인 아르헨티나 탱고와 유럽 사교계로 건너가 경쾌한 리듬으로 변모한 콘티넨털탱고로 나뉘는데, 댄스스포츠 10개 종목 중 하나인 콘티넨털탱고 인구까지 더하면 동호인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탱고 동호회와 전문강사가 점점 늘고 있어 향후 탱고 인구는 점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1회 이상 아르헨티나 탱고를 출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30여 개에 이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밀롱가도 서울에 6개 있다. 2003년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밀롱가 ‘탱고 오나다’는 매일 탱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일주일 기준 약 500명이 방문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
우리나라에 탱고가 이렇게 빨리 전파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한경아 씨는 “한국인과 아르헨티나 사람은 흥과 재능이 많고 잔치나 가무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혹자는 탱고 음악의 열정적이면서도 구슬픈 정서가 우리 민족 한(恨)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탱고 음악은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스페인, 이탈리아 출신 가난한 노동자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로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민족적 특성과 정서의 동질감은 국내 탱고 문화 대중화에 초석이 됐다.
국내 최초 아르헨티나 탱고 동호회 창설자이자 ‘탱고 오나다’ 대표인 김성공 씨는 동호인이 탱고에 빠져 드는 이유를 “탱고는 인간애가 있고, 서로 안으면서 정신적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파트너와 멋진 춤을 추려고 몸을 가꾸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며 커플댄스로서 갖는 탱고의 매력도 소개했다. 탱고는 다른 커플댄스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와의 교감이 생명인 춤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탱고의 존재 이유이자, 동호인이 탱고를 통해 배우는 가장 큰 덕목이다.
춤을 받아들여 빠른 속도로 숙련하는 한국인의 명석한 ‘댄스 두뇌’도 우리나라의 탱고 문화 확산에 한몫한다. 2002년 탱고를 배우기 시작한 한경아 씨는 2년 만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계탱고대회 스테이지 부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공연용 탱고뿐 아니라 밀롱가에서 즐기는 소셜용 탱고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악기로 연주하는 탱고 음악은 음악 동호인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춤으로 표현하는 탱고는 댄스 동호인에게 삶의 재미를 부여한다. 세계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1인자가 마지막 무대에서 자기 연기를 빛내줄 음악으로 사용하고,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춤으로 표현되며, 각종 CF나 미디어에서 소재로 사용하는 탱고는 이제 더는 마니아 문화가 아니다. 우리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대중문화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