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에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도 5개나 존재한다. 통상 ‘빅 파이브(Big Five)’라 일컫는 이 오케스트라들은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BBC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 가운데 으뜸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를 지목한다.
LSO가 ‘런던 제일’로 거론되는 이유로 무엇보다 ‘역사’와 ‘음반’을 들 수 있다. 일단 1904년 창단한 LSO는 ‘빅 파이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또 그 긴 역사에서 정상급 지휘자를 꾸준히 수장으로 모셔왔다. 한스 리히터, 에드워드 엘가, 토머스 비첨, 피에르 몽퇴, 앙드레 조지 프레빈, 클라우디오 아바도, 콜린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들과 함께 수준 높은 음반을 다수 남긴 LSO는 ‘런던을 대표하는 악단’으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누려왔다.
바로 그 LSO가 3월 10,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LSO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근 들어 가장 자주 내한하는 악단이기도 한데, 이번이 아홉 번째 내한이며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우리 청중과 만난 바 있다. 자칫 식상하다는 반응도 나올 법하지만, 이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헤아린다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승부수는 지휘자 교체에 있다. LSO는 지휘자에 대한 순응도가 유난히 높아, 지휘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카멜레온 같은 악단’으로 유명하다. 2012년에는 러시아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현재 악단의 상임지휘자), 2013년에는 네덜란드 노장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와 함께 왔다. 이번에는 영국의 신진 대니얼 하딩(39)과 호흡을 맞춘다.
하딩은 지휘자로는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이미 21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이래 세계 주요 무대에서 왕성한 활약을 펼쳐온 베테랑이다. 현재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계관지휘자를 겸임하며, LSO와는 수석객원지휘자(2006년부터)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세대 지휘자답게 명석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에 최근 들어 성숙미를 더해가고 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하딩을 통해 LSO는 이전과는 다른 매력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무소륵스키, 스트라빈스키, 슈베르트, 말러 등의 곡으로 구성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이 악단이 가진 힘의 극대치를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둘째 날에는 리즈(Leeds)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꾸준한 활약과 진지한 행보로 나날이 믿음을 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최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성공리에 완주한 그가 들려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또 어떤 전율을 안겨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