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월 5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와는 별개로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특히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향하면서 카터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레이건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일할 분위기 만들 수 있는 시기
지지율이 급전직하한 시기는 임기 2년 차였다. 이란을 둘러싼 외교문제에 집착하면서 국내 경제 혁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퇴임 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으며 개인적으로는 ‘좋은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대통령 임기 2년 차가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 공약 실천의 사실상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임기 1년 차는 정부조직을 구성하고 부처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 대부분을 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제 정치적 특성 때문에 미국,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도 방문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선거(대선) 결과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일할 분위기를 비로소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임기 2년 차부터다.
이 시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추진력이 지속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오롯이 유지되는 것은 대체로 집권 후 2년, 길어야 3년 정도다. 임기 4년 차부터는 차기 권력이 부각하면서 레임덕 현상이 발생한다.
또 이 시기는 대통령의 핵심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간이다. 국회 입법 기능이 원활히 이뤄지고 공무원 조직 역시 속도감 있게 움직일 수 있다. 개혁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은 더 빠른 속도로 공약을 이행하길 바란다. 자신의 공약 실천 강도를 높여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 기간에 공약 이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카터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시민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통령의 짐을 내려놓겠다”고 했을 만큼 재임 당시 평가를 부담스러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또는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는 임기 2년 차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임기 2년 차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2월 16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58.0%로 연초보다 높아졌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봐도 높은 편이다(그래프1 참조).
임기 첫해 박 대통령 지지율을 견인한 것은 글로벌 외교로, 일본을 제외한 주요 우방과의 외교관계를 확립한 한 해였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 초 역시 베트남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직후였다.
올 들어 인도와 스위스 방문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상승했지만 지난해 같은 고공행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글로벌 외교에 대한 평가가 임기 첫해만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이제 글로벌 외교에서 경제와 북한 이슈로 넘어가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임기 2년 차를 보내려면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수다. 그래야만 정책이 추진력을 얻고 좋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국민 여론을 보면, 역점 추진 분야는 ‘공공기관의 방만하고 편법적인 경영 타파’(27.6%)가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청년층 고용 확대’(23.2%),‘내수 활성화를 통한 내수 및 수출 균형 정책’(16.3%),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개혁’(12.7%),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균형 성장’(8.2%), ‘창조경제 실현’(5.3%) 순이었다(그래프2 참조). 자칫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울타리에 갇힐 경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개혁’은 국민 공감대가 높은 만큼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공감대 얻어야 추진력 확보
임기 2년 차인 박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줄 또 다른 요소는 국가안보다. 특히 북핵 위협 대응과 통일 기반 조성 등 대북 문제는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꺼냈는데, 1월 25~26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9%는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공감했다. 따라서 대북정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경우 박 대통령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임기 1년이 되는 시점에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이산가족 상봉의 극적 타결과 남북 고위급회담 성사 덕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데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도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그래프3 참조). 이 바탕 위에서 비로소 통일 재원 마련과 통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임기 2년 차 박 대통령은 국민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과정과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다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임기 2년 차 국정운영에서 ‘경제’와 ‘북한’이라는 두 변수를 잘 다루면 50%대를 상회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거침없는 하이킥’과 원칙적인 대응을 위한 ‘진격하는 대북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인디언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대박’ 대통령이 되려면 함께 멀리 가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잘 새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