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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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반인도 범죄’ 北 지도부에 보내는 경고장”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에 피해자와 가해자 명시

  •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입력2014-02-24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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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은 ‘우리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라고 탄식했는데, 이제 국제사회는 명백히 알게 됐다. 북한 인권문제에서 국제사회는 더는 핑계 댈 거리가 없다.”

    2월 17일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 비극을 전해들은 세계인의 탄식을 소개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371쪽의 북한인권조사 최종보고서는 1년여 동안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100명이 넘는 인권유린 피해자를 만난 위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이번 보고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오늘날 북한의 인권유린이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와 동시에 그 책임이 북한 최고지도자 이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보위사령부, 조선노동당 등 정치체계 수장들에게 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북한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명백한 경고다.

    정확한 조사, 적극적 자세 필요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R2P)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보호책임이란 2005년 유엔정상회의와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된 것으로, 특정 국가가 반인도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유엔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는 물론 무력 개입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반인도범죄 수준이 인류의 양심이 인내할 수 있는 한도 밖에 있다고 보고 보호책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끝으로 보고서는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얻어 ICC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유엔 내 임시국제재판소 설치를 권고하는가 하면, 그조차 어렵다면 조사위원회 활동을 이어나갈 기관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설립하자는 제안도 포함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2~3년 전만 해도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위원회를 단독으로 꾸리려 했고, 강대국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조사위원회가 개입했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북한은 전시·분쟁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2004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임명된 후 조사위원회 설립 노력에 힘이 실렸고, 지난해 3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이 무투표 통과되면서 현재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과 책임자들이 명확히 규정된 만큼, 그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사 작업은 필수과제다. 이번 발표가 단순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의 외교적 노력도 절실하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핵심일 텐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각국 의원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두 나라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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