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하게 썬 선어회다. 숙성하면 큼직하게 썰어도 부드럽게 차져 식감이 좋다. 활어회를 이렇게 썰면 고무 조각 씹는 느낌이 든다.
쇠고기 맛에 관한 한 숙성도 앞에서 마블링은 아무 소용이 없다. 기름이 잔뜩 껴 있는 1++ 등급의 싱싱한 쇠고기와 기름 하나 없는 2등급의 1개월 숙성 쇠고기 가운데 선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고른다. 숙성육의 깊은 풍미를 알면 쇠기름 맛이 거북해지고 나중에는 쇠기름이 쇠고기 맛을 방해한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쇠고기 마블링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맛있는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 또한 수입 곡물 사료에 의존하는 한국 축산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숙성 쇠고기 시장을 확장해야 한우가 산다.
숙성 쇠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축산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알았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신문방송에 나오는 축산 전문가는 다들 “한우는 마블링이 좋아 맛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나는 의아했다. 국민 미각을 속이면서까지 마블링을 유지해야 하는 말 못할 이유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이제 더는 ‘마블링이 좋은 한우고기’ 같은 말은 하지 말기 바란다.
쇠고기는 그렇다 쳐도, 싱싱한 것이 맛있다는 잘못된 신화가 여전한 또 다른 먹을거리가 있으니 바로 생선회다. 살아 있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잡아 회를 쳐 먹어야 맛있다는 ‘활어회 신화’는 정말 굳건하다. 활어회 신화는 쇠고기와 그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이 선어회(생선을 미리 잡아 냉장 숙성한 생선회)가 더 맛있다는 것을 수시로 말하고 있다. 수협에서는 이런 활어회 선호 풍토를 바로잡으려고 선어회 사업을 펼친 적도 있다.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이 쉬 바뀌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생선회는 일본이 앞장서 세계화한 음식이다. 세계 각국의 횟집을 다녀본 사람은 말한다. “왜 그들 나라에는 수족관이 없죠?” 생선회의 나라 일본에서도 수족관 있는 횟집은 없다(혹 있다면 이벤트를 강조한 횟집이거나 한국인을 위한 횟집일 것이다). 한국 횟집에만 유독 수족관이 있다.
살아 있는 생선을 잡아서 바로 먹으면 그 조직이 질기거나 퍽퍽하다. 차지다는 느낌은 없다. 한국인은 그 질긴 식감을 쫄깃한 것으로 착각해 활어회가 맛있다 여긴다. 생선살은 최소 2시간 이상 냉장 상태에서 숙성해야 차진 식감이 살아난다. 또한 단백질이 분해되어 감칠맛도 난다. 큰 광어의 경우 12시간은 숙성해야 그 진미를 느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이상 숙성해 내놓는 일도 있다. 차진 느낌에 감칠맛까지 우러나는 생선회가 선어회다.
활어회 신화가 안 깨지는 이유는 미식가입네 하는 사람들 탓이 가장 크다. 특히 미식 블로거들이 활어회 신화를 부추긴다. 살리기 힘든 생선도 어떻게든 살려서 그 살아 있는 모양부터 회 뜨는 과정과 먹는 장면까지 찍어 인터넷에 도배한다. 지금 민어가 제철인데, 살리기 까다로운 민어를 수족관에 넣어놓고 ‘쇼’를 한다. 이는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혼자 ‘쇼’를 하는 것까지야 말리지 못하겠지만 이로 인한 폐해는 생각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 맛없는 활어회에 사진빨이 좋다는 이유로 목을 맬 것인가. 수족관의 소포제며 세균 문제는 말하지도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