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니콜라스 프로보스트 作, ‘낙타들’, 박지연 作, ‘하루’, 한재빈 作(왼쪽부터).
‘백남준 이후의 비디오아트’가 궁금한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8월 4일부터 11일간 서울 홍대 입구 일대에서 제11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NeMaf·이하 네마프)이 열리는 것. 네마프는 한국 유일의 뉴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개막작인 윤주영의 ‘만쉐이아-죽은 자들의 도시’다. 죽은 자의 장소인 공동묘지에 50만 명이 살고 있다. 이 기묘한 이집트 마을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해외 초청작 중에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 많다. 네마프는 20개국에서 출품한 210편의 영상물을 상영한다. 특히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이자 세계적 비주얼 아티스트인 니콜라스 프로보스트의 ‘스토리텔러’가 독특하다. 이 작품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밤하늘을 빛내는 화려한 고층빌딩을 새로운 기법으로 촬영했다. 마치 우주선이 우주 사이를 떠다니는 듯한 광경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욕망과 화려한 도시, 그리고 광기 어린 상상력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드라마,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뮤직비디오(리듬영화) 작품도 있다. 캐나다 말린 밀러와 필립 즈포퍼의 ‘더 그레이터, 더 웨이트(The greater, the weight)’는 댄서 다나 미셸의 신체적 운동에 집중한다. 몸 움직임에는 계산된 신중함과 시적 즉흥성이 담겨 있다. 일반적 의미를 뛰어넘은 ‘몸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대부분에서 통통 튀는 시선, 주류 미술과 영상이 담지 못하는 주제 의식이 돋보인다. 특히 실험정신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독특한 작품이 많다. 한국, 나아가 세계 비디오아트의 ‘오늘’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률적인 ‘대작 영화’에 질린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보다는 덜 화려할지 몰라도 훨씬 발랄하고 아기자기하다. 긴 여운은 덤이다.
전시 무료관람 신청안내 : 8월 4일까지 jun1024@donga.com로 e메일 신청. 이름과 연락처 명기. 선착순 15명 각각에게 2명이 함께 볼 수 있는 혜택. 해당자는 8월 5일까지 개별 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