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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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와 독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1-08-01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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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드라마 ‘무사 백동수’가 인기입니다. 칼싸움과 당쟁만 반복하는 진부한 내용이지만, 전광렬과 최민수의 눈빛 연기는 볼만합니다. 드라마에서 백동수의 스승 김광택(전광렬 분)은 중·일 고수에 무릎 꿇고 배워 결국 그들의 검법을 능가한 조선 제일의 검객이자 한중일 최고의 검선(劍仙)으로 묘사됩니다. 그 때문일까요. 전광렬이 나올 때마다 내 머리에는 ‘독도’와 ‘동북공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중·일을 능가하지 못하는 우리 외교에 화가 치밉니다.

    백동수, 김광택은 실학과 검술 연구자에게는 유명한 실존 인물입니다. 각종 사서(史書)는 김광택을 한중일의 검법에 통달한 검선이라 칭하죠. 백동수는 그의 검법을 이어받은 무장(정조 때 무과 급제, 장용영 교관)으로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창검술 무예24기를 집대성해 ‘무예보통지’를 편찬한 주인공입니다.

    ‘민족무술의 총아’로 알려진 ‘무예보통지’는 사실 ‘한중일 무술의 총아’라고 봐야 합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적의 앞선 창검술에 호되게 당한 조선은 비밀리에 중·일의 검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그 중심에 김광택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김체건이 있었습니다. 김체건은 숙종 때 양반으로, 청나라 상인을 가장해 중원 검술을 배우는 한편, 부산 왜관의 노비로 잠입해 왜검(倭劍)도 익혔죠. 그가 한때 광인(狂人) 취급을 받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재를 뿌린 땅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칼춤을 추는 신묘한 검술에 감탄한 숙종은 그를 훈련도감의 검술 교사인 군교(軍校)로 임명했죠. 김체건, 김광택, 백동수 3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무예보통지’입니다.

    무사 백동수와 독도
    최근 독도를 방문하려는 일본 국회의원들 때문에 정치판이 어지럽습니다. 우리 정부는 독도와 동북공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국제문제로 비화하면 곤란하다”며 “참자”고 합니다. 이 말은 ‘국제문제가 되면 우리가 진다’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죠. 우리 정부는 그들이 어떤 패를 쥐었는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모르는 듯합니다. 한 외교통상부 간부는 “참을 인(忍) 자 3개면 살인도 면한다”며 “맞대응을 안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참을 인’ 자의 진정한 의미는 마냥 회피하는 게 아니라 마음(心) 위에 칼날(刀)을 세우고 싸워 이길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부디 지금 어디선가 ‘제2의 백동수’가 마음에 칼날을 벼리며 잘 자라고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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