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아래에 수맥이 흐르는지 확인하는 사람들.
모두 수맥과 관련된 말이다. 풍수 강연 중에 흔히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수맥과 풍수’의 연관성에 대해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수맥과 풍수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물론 수맥(水脈)이란 용어가 풍수에 등장한다. 조선조 지관(地官) 선발 고시과목에 수맥이란 용어가 언급된다. 하지만 이때 수맥이란 땅 위 물길의 모양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쓰이는 땅 밑에 흐르는 물길을 말하는 수맥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수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수맥 탐사는 유럽에서 순수하게 물을 찾기 위해 발달한 기술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우리나라에 온 신부들이 우물을 찾거나 가뭄이 든 논에 관정을 뚫기 위해 활용하던 것이 그 시초다. 이러한 수맥 탐사기술은 독일에서 주로 발달되었다.
Y자 모양의 나무와 추를 들고 있는 ‘루텐갱어’의 모습.
이러한 수맥 찾기 도구로 지하수나 광물질을 찾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먼저 수맥을 찾으려는 사람이 Y자 모양의 버드나무 가지를 두 손으로 잡고 수평을 유지한 채 일정 지점에 서 있는다. 그 상태에서 다른 지점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손에 새로이 힘을 주지 않는데도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일정한 지점에서 유지되던 중력과 버드나무 가지의 평형 상태가 자리를 옮김에 따라 균형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치에 따라 중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그곳 아래에 물이 흐르거나 광물질이 있거나 커다란 동공(洞空) 등이 있기 때문. 이렇게 나뭇가지나 추가 흔들리는 현상을 보고서 땅 밑에 이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물질이 어떤 것이며,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문제는 수맥이 인간 수면에 영향을 주거나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일의 수맥 관련 웹사이트나 책들에서도 수맥과 건강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봐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수맥과 건강 관련설의 기원 가운데 하나를 고대 중국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일의 어느 수맥 웹사이트(www.baubiologe.de/)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4000년 전 중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칙이 통용되었다. 집을 짓기 전에 지관(地官)과 상의해 땅의 잡귀가 없는 곳을 잡아야 한다.”
이 글은 터 잡기에서 풍수적 지혜를 활용했다는 말이지, 수맥을 피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땅의 잡귀 가운데 수맥이 포함된다고 말할지 모르나 전통적으로 풍수에서는 지하 수맥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앞에서 언급한 웹사이트는 “수맥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짐승도 있고, 꺼리는 사람이나 짐승도 있다”고 했는데, 이는 수맥이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이로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잠을 잘 못 이룬다 해서 수맥이 흐르지 않나 걱정하지 말고,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수맥 탓으로 돌리지 말라. 그래도 수맥 때문에 불안하다면 아래층에 사는 누군가가 수맥 방지용 동판을 깔았거니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