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싸나이 우즈벡 신부 구하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11/09/200511090500033_1.jpg)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영화는 신붓감을 얻으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서른여덟이 될 때까지 여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시골 노총각 홍만택은 이웃집 우즈베키스탄 출신 며느리를 본 할아버지의 무언의 권유와 택시 운전기사인 친구 희철의 부추김에 못 이겨 희철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만택은 만나는 여자들마다 형편없는 인상을 남기기 일쑤고, 희철은 남의 나라에 가서도 버리지 못한 바람기 때문에 오히려 잘 풀리던 일을 망치기 직전까지 가게 한다. 다행히 그런 와중에도 만택과 우즈베키스탄 현지 통역 라라 사이에서 연애감정 비슷한 것이 피어오른다.
아무리 감독이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주장해도 ‘나의 결혼원정기’는 어쩔 수 없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점점 줄어가는 농촌 인구, 뒤떨어진 사고방식과 환경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 남자들, 그리고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수입되는’ 외국인 신부들. 감상을 접고 똑바로 바라본다면 이런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어두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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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질 수도 있고, 엄청 냉소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나의 결혼원정기’는 그래도 여전히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족시키기로 작정한 주류 영화다. 이런 식의 국제결혼이 어떻게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양심이 찔리지 않을 정도로 보여주긴 하지만, 결국 만택과 희철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흘러간다. 희철과 알료사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지만, 만택과 라라의 이야기는 좋은 연애담의 질감이 풍부하다. 그 로맨스의 힘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국제결혼 하려는 농촌 총각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에 사라질 정도이긴 하지만, 뭐, 괜찮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울림이 강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낯선 사투리와 이국의 풍광과 투쟁하며 영화를 찍은 세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