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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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홍 씨 訪美 ‘인권위의 고민’

여권발급 거부 해외여행 제한 청원 … 11월 다수결 심의 의결 결과에 주목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5-11-09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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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홍 씨 訪美 ‘인권위의 고민’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던 김덕홍(67·사진) 전 여광무역 사장의 방미문제가 꼬여가고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외교통상부를 거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확산돼가는 상황이다.

    2년 3개월에 걸친 김 씨의 여권발급 투쟁은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김 씨는 2003년 7월 이후 미국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마이클 호로위츠 씨가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로부터 북한의 인권과 종교 실태에 대해 연설해달라는 초청을 받는 등 미국 보수단체에서 모두 7장의 초청장을 받았다. 이에 김 씨는 2003년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과 유사하게 미국에 가서 직접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 시도는 김 씨에 대한 여권발급이 거부됨으로써 좌절돼왔다.

    김 씨는 2004년 3월 서울 종로구청을 통해 ‘신원조사 미회보’를 이유로 여권발급이 기각되자 미국 방문 성사를 위한 진정서 투쟁에 들어갔다. 7개의 초청장을 첨부한 진정서를 경찰청, 국정원, 외교통상부와 청와대에까지 전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씨는 법적 해결 방안을 찾으며 2004년 7월20일 여권발급과 관련된 소송을 서울지방행정법원에 제기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김중곤)는 김 씨가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여권발급 거부 위법확인 청구 소송을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

    여권발급의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국정원과의 협의를 거쳐 “김 씨의 신변안전 문제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여권발급과 해외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실제로 2004년 8월,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에는 ‘반통일 역적 김덕홍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이라는 제목의 협박편지와 독극물 2병 등이 배달된 바 있다.

    인권·대북 문제 리트머스 시험지



    김 씨는 최후 수단으로 2005년 2월15일, 인권위에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해외여행을 제한당해 심각한 인권문제에 놓여 있다’는 청원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고심 끝에 인권위가 내놓은 해법은 인권위원장 주재로 국정원과 김 씨 간의 조정회의를 열겠다는 것.

    그러나 10월6일에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주재 아래 열린 조정회의는 원만한 타협은커녕 김 씨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김 씨가 인권위가 제안한 ‘발급된 여권의 인권위 보관’ 등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안은 11월 둘째 주에 열리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한 측근은 “간첩죄로 처벌받은 사람도 북한에 ‘아리랑’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 정부가 자유를 찾아 망명한 인사의 여행을 제한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 등이 요구하는 신변안전 보장은 여권이 발급된 뒤 미국 정부와 비자문제를 검토하면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가 해외여행 제한 조치라는 김 씨의 인권침해에 눈을 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원이 들고 나온 ‘신변안전’ 요구는 표면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실제로 걱정하는 것은 김 씨의 극단적인 행동. 6자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 김 씨가 미국에서 반북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부담, 나아가 김씨가 미국에 도착한 즉시 미국 망명을 신청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발급되면 비자 없이도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사를 존중하는 불가피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며 “일부 언론보도에서처럼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합의권고를 내지 않았다. 11월에 열릴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김 씨의 진정 사건을 다수결로 심의 의결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독립기구인 인권위의 위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탈북자 가운데 가장 논란의 대상인 김덕홍 씨 방미 문제는 인권문제와 대북문제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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