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이창호’ 뚫렸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11/14/200511140500006_1.jpg)
사실 조한승 8단은 일찍이 ‘포스트 이창호’로 거론되던 기재였으나 번번이 이창호 장벽에 막히면서 실력 이하로 ‘평가절하’되어 있던 기사였다. 이 대국 직전까지 대(對)이창호 통산전적 3승15패. 참담한 결과에 “2%가 아닌 98%를 채워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던 그였기에 이번 승리는 참으로 값졌다. 더구나 사흘 전 대구에서 벌인 영남일보배 8인 초청전 승리에 이은 2연승이다.
인터넷 대국이 낯설었을까. 흑1로 찌른 시점의 형세는 백이 오발만 하지 않으면 흑이 도저히 덤을 뺄 수 없는 국면이다. 이창호 9단의 끝내기를 생각하면, 짐을 주섬주섬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백2의 ‘삑사리음’이 났다. 흑3의 건너붙임에 섣불리 응대할 수 없다. 좌상변 백 대마 의 안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흑 에 백은 1·3으로 아낌없이 조여붙인 다음 5로 한 발 늦추었으면 중앙 집을 고스란히 확보하며 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실전은 흑3을 당하는 바람에 반전되었다. 백10 다음 흑A에 잇자 우상변 안전과 집도 보탤 겸 백B로 단수치며 버텼다. 이어 흑C에는 백D, 흑E에 백F로 중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흑G가 선수로 먹히며 차단되자 위쪽 백 대마가 졸지에 위태로워졌다(패맛이 있다). 이러한 패맛을 노리며 흑이 I로 우변 패부터 들어가자 백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211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