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7/01/200407010500033_2.jpg)
‘링’과 ‘주온’에서 그랬던 것처럼 ‘착신아리’도 끊임없이 증식하고 전파되는, 굉장히 재수없는 귀신의 학살극이다. 영화에서 귀신의 증식을 돕는 매개자는 휴대전화. 이 점에 대해서는 ‘폰’이 우선권을 주장할 수도 있을 듯하다. 후반에 ‘여고괴담’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하나 나오기도 하니, 이제 한국 호러영화도 슬슬 해외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한 모양이다.
스토리 전개는 예고편을 보지 않아도 예측 가능하다. 소개팅에 나온 대학생이 수수께끼의 음성 메시지를 받는다. 사흘 뒤의 미래에서 날아온 메시지는 휴대전화 주인이 죽기 직전에 남긴 (또는 남길) 마지막 목소리를 담고 있다. 사흘 뒤 휴대전화의 주인은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고, 희생자의 친구들도 한 명씩 비슷비슷한 내용의 음성 메시지를 받고 죽어간다.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받은 주인공 유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싸우면서 휴대전화의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7/01/200407010500033_1.jpg)
영화는 그 뒤로도 속도를 잃지 않고 전진한다. 미이케 다카시가 사용하는 도구들은 호러 관객들이라면 모두 질리게 봐왔던 것들이지만, 그래도 그는 노련하기 그지없는 테크닉으로 이 낡은 도구들을 다룬다.
‘링’ 순수주의자들은 후반부의 몇몇 공포도구에 불만을 품을지 모르겠고, 캐릭터가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 흡인력이 풍부하지도 않지만, 전체적으로 ‘착신아리’는 상당히 효과적인 호러영화다. 이 정도면 뻔한 기성품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미이케 다카시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라고 기성품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런 종류의 기성품 영화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니까.
Tips | 미이케 다카시
미이케 다카시는 V시네마의 거장으로 꼽힌다. V시네마는 극장용 영화가 아닌, 비디오 배급을 위해 제작된 영화로 완성도나 정제미는 떨어지지만 연출자의 자유로운 개성이 살아 있어서 1990년대 일본 영화의 독특한 한 장르이자 자양분이 되었다. 미이케 다카시는 고등학생과 야쿠자의 황당무계한 대결을 다룬 ‘후도’로 마니아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가 박찬욱 감독 등과 함께 제작하는 다국적 감독 옴니버스 영화 ‘쓰리’도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