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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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대응단과 시민의식

  • 최영일/디지털경제 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07-02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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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은 6월25일 사이버테러대응단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파병 논란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국제테러와 무관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자각에서다.

    이미 국내에 IT(정보기술) 열풍이 시작되던 1995년 해킹수사대의 발족을 시작으로 97년 컴퓨터범죄수사대, 99년 사이버범죄수사대를 거쳐 2000년에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설치된 바 있다. 이제 경무관을 단장으로 4개과 110명 규모의 조직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활동의 주 내용으로 사이버테러 예방, 해킹 대응기술 개발, 인터넷범죄 수사, 국제공조 등의 영역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 발표는 고 김선일씨 살해 동영상의 인터넷 유포라는 사회문제와 맞물려 네티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한 무고한 국민에 대한 외국 무장단체의 잔인한 학살 장면이 스너프 필름으로 취급되어 외국의 엽기음란 사이트 등에서 변태 취향 관음증 환자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는 사실은 일반 시민의 분노를 사고도 남을 일이다. 또한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전자네트워크를 통해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행위도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먹고 자는, 물리적 욕구가 해결되는 공간은 아니지만 온라인 가상공간도 이미 관계를 맺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소통공간이며, 이를 통해 이익을 얻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실재(實在)하는 관계망이 돼버렸다. 따라서 인터넷범죄와 사이버테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조직과 기구는 필요하다.

    첨단무기 체계와 현대전에 관한 마니아였던 작가 톰 클랜시는 ‘넷 포스(Net Force)’라는 소설에서 사이버 전문범죄 대응팀의 필요와 활약상을 예언적으로 그려냈다. 평범한 보험중개인 출신의 톰 클랜시가 레이건 대통령 시절 그의 팬임을 표명하면서 일약 군사전략가로 발돋움했던 사례와 함께 이러한 흐름은 트렌드가 된 듯하다.



    그러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방식이 혼재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뗄 수 없이 결합된 뉴패러다임의 실험이 현실 전체를 임상실험실 삼아 진행되는 지금 ‘사이버테러’의 개념 정의와 대응에는 신중해야 옳다.

    이미 ‘대(對)테러’라는 명분은 정치적으로 오용될 때 심각한 부작용과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그릇된 정당화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줬다. 작은 테러를 진압하기 위한 거대한 테러는 언제나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범죄가 ‘테러’는 아니며, 비타협적이고 잔인한 테러의 이면에는 정치•사회적 맥락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늘 중요한 것은 근본적 조치며, 한편으로 ‘진압’보다 사회병리의 ‘치유’라는 관점이 옳다. 사이버테러 대응활동 이전에 사회과학적 근거와 테크놀로지의 적용 간에 타당한 기반이 마련되길 바라며, 또한 반드시 건강한 감시기구로서 시민의식의 발현과 토론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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