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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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간다, 열려라! 해외 취업문

대부분 가정부나 유흥업소 단순노동 … 최근엔 능력 갖춘 전문직 눈에 띄는 이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7-01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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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간다, 열려라! 해외 취업문

    일요일 홍콩 시가지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30만명에 이르는 동남아 출신 가정부들로 몸살을 앓는다.

    대만 타이베이시 슈앙리엔 역 주변의 식당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평일인데도 저녁밥을 사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 가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만은 외식문화가 유난히 발달해 있기 때문. 가족 단위 손님 가운데엔 가끔씩 피부색이 짙은 동남아시아 출신 가정부도 끼여 있다. 초등학교 교복 차림의 ‘도련님’이 허기를 채우는 동안 수발은 이들 가정부의 몫이다. 아이를 자상하게 보살피던 베트남 출신의 클레어(23)는 마요팡씨(40) 집에서 1년째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영어를 잘해 마요팡씨에게 ‘특채’된 터라 다른 가정부들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월수입은 1만5000뉴타이완 달러(약 43만원). 그는 “베트남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이 일이 훨씬 재미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클레어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전엔 집안 청소와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고, 오후엔 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산책시킨다. 일요일도 없는 고된 일과 속에서도 짬짬이 소설을 습작할 정도로 대만 생활을 즐기고 있다. 클레어 같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만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대만에선 여성이 남성과 거의 같은 비율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아나 부모 부양이 큰 문제다. 그래서 대만 정부는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육아시설과 양로시설을 확충해왔으나, 인프라 확충을 통한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2년부터 클레어와 같은 외국인 가정부들을 불러들였다. 요즘엔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는 상당수가 동남아시아 출신 가정부를 두고 있을 만큼 보편화됐다. 도입 초기엔 가정부들의 체류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으나, 외국인 가정부가 대만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면서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가정부들도 최대 6년까지 머물 수 있다.

    동남아 여성 대만 가정의 ‘살림꾼’

    가정부들의 국적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대부분. 가끔 필리핀 출신들도 있다. 당국은 다른 직종의 불법체류자를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과 달리 가정부, 간병인들에겐 다소 느슨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 가정집이 일터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외국인 가정부들이 육아와 부양을 전적으로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만은 점점 더 여성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사회다.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총괄하는 대만 행정원 랴오웨이런 조장의 말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하강하면서 가정부직을 원하는 내국인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허드렛일은 외국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이 회사일과 가정일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한국에서도 외국인 가정부를 받아들인다면 여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부들에게 가사를 전담시킴으로써 대만 여성들은 더 수준 높은 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에 마음 편하게 전념하고 있습니다.”

    홍콩도 약 30만명의 여성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90%가 가정부다. 이 가운데 필리핀 출신이 15만명, 인도네시아 출신이 8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각종 모임을 만들어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가정부라는 직종의 특수성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각 가정의 노동환경이 천차만별이고,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에이전시에 묶여 있기 때문. 대표적인 가정부 이익단체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조합(Indonesian Migrant Workers Union)’은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지만 아직은 협의체 수준으로 인권상황 개선과 법률지원을 맡고 있다.



    여성이 간다, 열려라! 해외 취업문

    싱가포르 한 패스트푸드점에 모인 필리핀 출신 여성들. 대개 가정부로 일하는 이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생존을 모색한다.

    홍콩에서 가정부가 받는 임금은 월 40만원 정도. 고용자는 보험금 숙식비 세금 소개료 등을 포함해 70만~90만원을 내야 한다. 필리핀 여성이 홍콩의 이주노동자로 가기 위해선 200만원을 건네줘야 한다. 체류 기간이 2년인데, 5개월치 임금을 소개료로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필리핀에선 ‘상상할 수 없는’ 큰돈이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 성적 학대, 임금체불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싱가포르에도 50만명 정도의 단순 외국인 노동인력 가운데 15만명이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이밖에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유흥업소와 식당.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모험’을 감행한다. 경험자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6개월만 일해도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등지에는 아시아 각국의 여성들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간다. 일본의 경우 여성 이주노동자가 선택하는 마지막 비상구는 성매매다. 2002년 일본 법무성 출입국관리국이 집계한, 20~40살 여성 불법체류자는 모두 9985명. 음식점에서 음식을 나르거나 공장에 다니는 이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외국인 여성이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IT 등 문호 대대적 개방

    국제이주노동기구(IOM) 도쿄지부의 나카야마 소장은 “유흥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수요가 높고, 여성들이 비교적 높은 수입도 올릴 수 있어, 외국인 여성이 일하고 싶어하는 국가로 손꼽혀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도쿄의 신주쿠나 요코하마의 사창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상당수가 동남아시아나 러시아, 중국인 출신의 외국인 여성들이다. “어떤 국적의 여성을 사느냐에 따라 남성의 경제력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 일본 남성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다. 특히 한국인 여성만 있는 ‘구라브(club)’에 오는 남성은 단연 돈 많은 사람으로 간주된다. 유흥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인권침해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10년 넘게 불법체류자로 살아온 한국인 여성 김모씨(38)는 “일본인이 한국인 여성을 착취하기보다는, 일본인 대표를 앞세운 실제 한국인 경영자가 한국인 여성이 도망갈 수 없게 여권을 빼앗고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폭로했다. 같은 민족끼리의 착취 구조가 더욱 심각하다는 게 일본 체류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로 머물며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홍등가의 여성들은 일본 야쿠자들의 삼엄한 관리를 받고 있다.

    여성이 간다, 열려라! 해외 취업문

    베트남 출신 대만 가정부들이 노인을 모시고 산책하러 공원에 나와 있다.

    그러나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직업이 이처럼 가정부나 매춘부 등 하류층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선진 각국은 전문직들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능력 있는 여성들의 이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쉬운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IT(정보기술) 산업.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IT전문가를 선발하는 ‘쟈스넷’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뛰어난 한국의 여성 인력들을 선발하기 위해 여대 등에 해마다 채용공고를 내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 여성들이 언어에 뛰어나 일본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직 여성 노동자들의 수가 정확히 집계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는 성공한 여성 이주노동자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선진 각국이 남성 중심의 단순 노동자보다 서비스, 전문직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면서 여성들의 이주가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그러나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유럽연합(EU)이 2005년 여성 이주노동자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합하려는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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