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년차인 신모씨(30)는 잦은 음주와 스트레스로 치핵이 생긴 경우다. 주류회사 영업사원인 신씨는 1년 전부터 치핵으로 고생해왔다. 업무상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술자리와 스트레스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항문이 붓고, 통증이 심해 앉기도 걷기도 불편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변을 보다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피가 나며 항문 살점이 밖으로 밀려나온 것을 발견하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사회 첫발 ‘치질’이 날 울리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7/02/200407020500019_1.jpg)
희망차게 내디딘 사회생활, 생활습관이 잘못되면 치질 수술을 피하기 힘들다.
이전에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주로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졌던 치질이 이렇게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생기는 데는 과도한 스트레스, 섬유질 부족,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섭취 증가,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직장인은 일반적으로 치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젊다고 해서 치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웰빙 열풍으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소비량이 줄면서 치질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젊은 치질환자들의 또 다른 문제는 업무가 많아 바쁘다는 이유를 핑계로 대거나 여성들의 경우 창피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키운다는 점이다. 벤처회사에서 게임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조모씨(30)가 치질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한 때는 2년 전.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을 미루다 최근엔 의자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져 결국 얼마 전 수술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항문 건강을 위해서는 바른 배변습관을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루 한 번, 아침에 5분 정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가장 좋다. 학생 때 올바른 배변습관을 익혔다 해도 직장에 다니면 출근 전 화장실에 갈 짬을 내지 못해 배변습관이 불규칙해지고, 저녁시간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면서 치질 발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장 기능을 떨어뜨려 변비나 설사와 같은 배변 장애를 일으키고, 이것이 치질로 악화되기도 한다. 특히 한 번 책상 앞에 앉으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잠깐 동안의 시간을 제외하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회사원들의 경우 항문의 근육이 약화돼 치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사회 첫발 ‘치질’이 날 울리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7/02/200407020500019_2.jpg)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기보다는 중간중간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한 맨손체조를 하는 것도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평상시 항문괄약근을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 운동’을 해주면 항문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식사를 할 때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고기 위주의 식단은 피하며, 술자리는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어 화장실에도 다녀올 수 있다면 치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직장에서도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치질 초기에는 목욕이나 좌욕을 자주 해주는 것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나 치질 때문에 고통스럽고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이동근 원장은 “요즘은 수술 후 2~3일이 지나면 퇴원이 가능하고 일주일 전후로 상처가 아물기 때문에 수술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수술 외에도 증상에 따라 결찰요법이나 레이저치료법 등 칼을 대지 않는 치료법도 많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면 하루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