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정경화 장영주뿐만 아니라 당대의 거장들이 애용하는 스트라디바리는 현재 지구상에서 최고로 꼽히는 악기다. 이처럼 거장들의 손에서 가냘프면서도 강인한 음색으로 살아나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의 고향을 찾는 것은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유채꽃이 한껏 피어 있는 평야를 지나 도착한 이탈리아 북부 도시 크레모나. 인구 8만여명의 소도시인 크레모나는 일찍이 바이올린 제작의 메카로 알려졌다. 바이올린 제작의 명인 스트라디바리를 비롯하여 그의 스승인 아마티와 구아르네리 가문 등 바이올린 제작 대가들이 이곳에서 기초를 잡고 개량해 지금과 같은 악기를 만들어냈는데, 그러한 전통 때문인지 지금도 이곳에는 바이올린 제작을 가르치는 학교와 공방이 많다.
약 600점 현존 … 값 상상 초월
크레모나 시청에 있는 악기 박물관. 이곳에는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지는 갖가지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크레모나에서 악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의 모습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기인풍의 스트라디바리 흉상이 서 있는 스트라디바리 박물관에서는 그의 악기로 연주되는 바이올린 음악이 흐르고, 그가 제작한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와 함께 악기 제작 과정, 스케치북, 공구들이 유리 진열장 속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수십 차례에 걸쳐 바이올린을 설계한 그의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노트를 볼 즈음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 옛날 공방에 쪼그리고 앉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스트라디바리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또한 이곳의 바이올린 학교에서 실습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스트라디바리의 혼이 느껴진다.
스트라디바리 박물관.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이 진공 유리관 속에 보관되어 있다
바이올린 제작에는 과학적 실험과 장인정신도 함께 한다. 바이올린을 구성하는 가장 큰 부품이랄 수 있는 앞판과 뒤판은 가운데가 불룩하게 나오고 몸통의 위아래와 가운데 부분이 둥글게 구부러졌는데, 그 모든 곡선 하나하나에 음향의 원리가 반영되어 있으며 길이와 두께, 휘어진 각도까지도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이 없다.
바이올린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칠은 음색에 영향을 미치며 습기 등의 기후로부터 악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음향적으로 완벽한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 제작 비법은 그가 사용한 니스에 있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정설로 통해왔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가 사용한 니스의 성분과 제조법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스트라디바리와 같은 품질의 악기를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명기 스트라디바리의 풀리지 않는 큰 비밀은 악기에 칠하는 도료 성분이라고 한다
스트라디바리 진품은 악기 안쪽에 적혀 있는 ‘크레모나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제작’이라는 글귀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진품 스트라디바리로 확인되면 그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시 그가 만들었던 1100여점의 악기 가운데 현재 약 600점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레이디 블런트’라 불리는 스트라디바리는 1971년에 약 2억6000만원에 팔리고 이후 98년 런던 경매장에서는 19억5000만원에 팔렸다고 한다. 악기 값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가지만, 미국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스트라디바리의 최상품은 연주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끝없이 퍼져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격찬했던 것을 상기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이탈리아의 한 장인이 만든 가녀린 바이올린은 3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최고 연주가들의 손에 의해 연주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장인정신이 바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영혼의 소리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크레모나의 공방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악기를 제작하고 있는 장인들의 꿈은 스트라디바리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영혼의 소리’를 담는 악기를 만들어내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