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
10월7일이 바로 그날이다. 대통령이 정말 국회의장의 의견을 존중해 국회에 출석할까.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의장실이 실은 이 문제로 요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년처럼 총리 대독 ‘사태’가 벌어질 경우 위상 강화를 위해 했던 제안으로 인해 오히려 위상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박의장은 취임 후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직접 시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 박의장측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이 의장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론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시정연설을 불과 1주일 남겨둔 9월30일 현재까지 국회는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국회의장실 한 관계자는 “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회의장과 대통령 사이에 이미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다. ‘날짜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청와대에 채근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측은 10월5일로 예정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와 여야대립 문제 등 주변 상황을 좀더 보자는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결심할 일이다.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한 번으로 끝이지만 선례가 남게 되므로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매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 돌아간 이만섭 전임 국회의장 의견은 어떨까. 이 전 의장은 기자에게 “예산의결권이 있는 국회에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이므로 대통령이 직접 연설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이를 의장의 위상 문제와 연계하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의장의 ‘국회 존중원칙’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