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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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찾아가는 ‘ 詩 배달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2-10-07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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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로 찾아가는  ‘  詩 배달부’
    시인은 어느 샌가 시를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즐거워졌다. 혼자만 위로받는 게 아까워 시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먼저 인터넷에 시인의 집(www.poemletter.com)을 마련하고 문패는 ‘시인의 편지’라고 달았다.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시인 문경화씨(33)는 지난 2년 동안 매일 그날의 날씨에 맞춰 고른 시와 직접 쓴 에세이 한 편씩을 배달했다. 처음 100명이던 독자가 어느새 6600명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시가 읽히는 날이 있다고 해요. 글자들이 도무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날도 있고. 그래서 시로 들어가기 전에 에세이로 마음을 열도록 해요. 그 다음에 시를 보면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느껴지죠.”

    이해인 시인의 ‘소나무 연가’를 읽기 전 프랑스 피에르 신부 이야기로 시작되는 에세이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워밍업을 한다. 9·11 테러의 양축인 빈 라덴과 부시 대통령을 보며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라는 에세이를 쓸 때는 문정희 시인의 ‘다시 남자를 위하여’를 염두에 두었다. 문경화씨는 매일 아침 우유 배달하듯 이메일로 보낸 ‘시인의 편지’ 중 50편을 골라 시집 ‘시처럼 살고 싶다’(시공사)를 펴냈다.

    “딸을 유치원에 보낸 뒤 글을 씁니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푸념도 했었지만 솔직히 지난 2년 동안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메일함을 열었을 때 예쁜 편지지 위에 적힌 깔끔한 글과 시 한 편. 삶의 청량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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