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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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질주 한국바둑 딱지 떼나

유창혁 9단(흑):창 하오 9단(백)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01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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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질주 한국바둑 딱지 떼나
    ‘쇼킹! 한국바둑!’ 2000년 후지쓰배 이후 세계대회 17연속 우승행진을 벌이고 있는 한국바둑에 적신호가 켜졌다. 8월30일 벌어진 제7회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한국은 조훈현 9단과 최명훈 8단만이 승리를 거뒀을 뿐 믿었던 이창호, 유창혁 9단이 줄줄이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반상의 황태자로 기대를 모았던 이세돌 3단은 일찌감치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한 상태.

    16강에 8명이나 진출시킨 중국은 한국과의 여섯 판 대결에서 4승2패의 완승을 거두며 6명이 8강에 진출해 모처럼 우승 전망을 밝게 했다. 중국 1위 창 하오(常昊) 9단과 유창혁 9단의 이 판은 16강전 최고 빅카드이자 한:중 주장전 같은 인상이었다. 중량급 대결답게 공이 울리자마자 시작된 난타전이 끝까지 이어지며 시종 어지러운 공중전이 펼쳐져 양국의 팬들을 흥분하게 했는데, 결과는 결정적인 순간의 허망한 ‘깜박수’로 결정되고 말았다.

    고속질주 한국바둑 딱지 떼나
    현재 좌상귀에 ‘가’의 큰 패가 걸려 있다. 물론 양 기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중앙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전개하며 고도의 흥정을 벌이고 있다. 이때 흑1로 먼저 젖힌 것이 성급한 수. 즉각 백4의 강력한 카운터블로가 작렬했다. 백10까지 수상전은 백이 2수 빠르다. 졸지에 항공모함급 흑 대마가 좌초된 것.

    흑1로 이어두는 게 정수였다. 그랬으면 백은 2 이하로 서둘러 대마를 살려야 할 것이고(백A가 선수라 두 집이 난다), 그런 다음 흑B에 젖혔어도 늦지 않았다. 190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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