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우길의 ‘한국을 떠나 성공한 사람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떠돈 여행기가 아니다. 이름 모를 이국 땅에 맨몸으로 가서 뿌리내리고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전세계 240개 나라에서 한국인이 살고 있는 곳은 200여 군데, 모두 600만명이 넘는다(한국 전체 인구의 13%). 저자는 그 가운데 남태평양 23개 나라, 26명의 한국인을 직접 만났다.
바누아투, 솔로몬 군도, 피지, 뉴 칼레도니아, 쿡아일랜드, 통가, 사모아, 키리바시,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괌,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팔라우 공화국, 타히티, 마셜 공화국, 파푸아뉴기니. 사이판이나 괌처럼 한국인들에게 이미 대중적인 해외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곳도 있지만, 바누아투나 쿡아일랜드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곳도 많다. 도대체 그들은 왜 이런 오지를 택했을까. 거기서 무슨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의 많은 부분을 풀어주고 있다.
바누아투에서 게스트하우스 ‘위스퍼링 코럴’을 연 정상호씨 부부. 정씨는 의류회사 영업과장으로 8년간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다 이민을 결심했다. 남들이 좋다 하는 호주도 떠올렸지만 인종차별 때문에 포기. 타히티, 피지를 조사하다 눈에 띈 작은 섬 바누아투. 전재산을 털어 이곳 바닷가에 방 6개짜리 2층집을 구입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첫손님으로 영국인 노부부를 맞은 후 ‘위스퍼링 코럴’의 친절은 알음알음 전세계에 알려졌다. 관광 비수기인 1~3월 사이에도 방이 빌 틈이 없지만 정씨 부부는 규모를 늘릴 생각이 전혀 없다. “한국에서 바쁘게 사는 게 싫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생활과 다를 게 뭐겠어요? 우리 세 식구 먹고 살고, 이정이(딸), 대학까지만 공부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정성호씨)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7시에 손님들에게 음식 제공, 오전에 손님들이 관광을 나가면 청소와 빨래. 점심 먹고 나면 남편은 시장으로 향하고, 아내는 전화 예약을 받는다. 저녁때는 손님들과 파티를 하거나, 부부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삶이 성공이냐 실패냐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저 ‘조금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는 7가구, 12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솔로몬 군도에서 코리언 신화를 이룬 이건산업의 권주혁씨(부사장)는 한국에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솔로몬 최초의 한국인으로 10년 동안 직접 정글칼을 들고 삼림을 개척했고, ‘헨더슨 비행장’, ‘이것이 남태평양이다’ 등 두 권의 책을 직접 쓰기도 했다. 남극탐험의 꿈을 품었던 소년은 이제 열대림 박사가 되어 이렇게 말한다. “남태평양은 순수한 만큼 아직 기회가 많은 땅입니다. 이 땅은 열정을 바치는 만큼 보답해줄 것입니다.”
부잣집 4남4녀의 막내로 태어나 온갖 말썽만 부려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전정묵씨. 지금은 통조림 공장을 경영하며 정·재계를 장악한 피지의 왕초가 되었다. 2006년 피지 총선에 출마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 하도 야단만 맞다보니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자수성가해서 남에게 야단맞지도 않고 남을 야단치지도 않는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단다.
남태평양에 살고 있는 26명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인구 2만의 나라 팔라우 공화국에서 인구의 1%를 고용하고 국가 1년 예산의 10% 매출을 올리는 한파그룹의 하순섭 회장 같은 이도 있지만, 젊은 시절 폭행 사건 에 연루되어 사모아로 도망쳐와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은 잡화점을 경영하며 “다 이루었다”고 현실에 만족하는 K씨 같은 이도 있다. 현지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 이들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신화’로 포장된 해외 한국인들의 성공담보다 훨씬 현실감 있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저 알음알음 찾아다녔다. “그 섬에 가면 한국인이 있다더라”는 소문만 믿고 무작정 떠났다가 뜻밖에 서너 가구의 한국인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허탕친 경우도 허다하다. 어쨌든 이 책에 기록된 남태평양 섬들의 한국인 거주자 현황은 가장 최신의, 가장 정확한 정보일 것이다(남태평양 23개국, 한국인 2,738가구, 1만318명).
한국을 떠나 성공한 사람들(전 2권)/ 우길 지음/ 금토 펴냄/ 각 328쪽/ 각 9000원
바누아투, 솔로몬 군도, 피지, 뉴 칼레도니아, 쿡아일랜드, 통가, 사모아, 키리바시,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괌,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팔라우 공화국, 타히티, 마셜 공화국, 파푸아뉴기니. 사이판이나 괌처럼 한국인들에게 이미 대중적인 해외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곳도 있지만, 바누아투나 쿡아일랜드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곳도 많다. 도대체 그들은 왜 이런 오지를 택했을까. 거기서 무슨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의 많은 부분을 풀어주고 있다.
바누아투에서 게스트하우스 ‘위스퍼링 코럴’을 연 정상호씨 부부. 정씨는 의류회사 영업과장으로 8년간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다 이민을 결심했다. 남들이 좋다 하는 호주도 떠올렸지만 인종차별 때문에 포기. 타히티, 피지를 조사하다 눈에 띈 작은 섬 바누아투. 전재산을 털어 이곳 바닷가에 방 6개짜리 2층집을 구입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첫손님으로 영국인 노부부를 맞은 후 ‘위스퍼링 코럴’의 친절은 알음알음 전세계에 알려졌다. 관광 비수기인 1~3월 사이에도 방이 빌 틈이 없지만 정씨 부부는 규모를 늘릴 생각이 전혀 없다. “한국에서 바쁘게 사는 게 싫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생활과 다를 게 뭐겠어요? 우리 세 식구 먹고 살고, 이정이(딸), 대학까지만 공부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정성호씨)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7시에 손님들에게 음식 제공, 오전에 손님들이 관광을 나가면 청소와 빨래. 점심 먹고 나면 남편은 시장으로 향하고, 아내는 전화 예약을 받는다. 저녁때는 손님들과 파티를 하거나, 부부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삶이 성공이냐 실패냐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저 ‘조금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는 7가구, 12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솔로몬 군도에서 코리언 신화를 이룬 이건산업의 권주혁씨(부사장)는 한국에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솔로몬 최초의 한국인으로 10년 동안 직접 정글칼을 들고 삼림을 개척했고, ‘헨더슨 비행장’, ‘이것이 남태평양이다’ 등 두 권의 책을 직접 쓰기도 했다. 남극탐험의 꿈을 품었던 소년은 이제 열대림 박사가 되어 이렇게 말한다. “남태평양은 순수한 만큼 아직 기회가 많은 땅입니다. 이 땅은 열정을 바치는 만큼 보답해줄 것입니다.”
부잣집 4남4녀의 막내로 태어나 온갖 말썽만 부려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전정묵씨. 지금은 통조림 공장을 경영하며 정·재계를 장악한 피지의 왕초가 되었다. 2006년 피지 총선에 출마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 하도 야단만 맞다보니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자수성가해서 남에게 야단맞지도 않고 남을 야단치지도 않는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단다.
남태평양에 살고 있는 26명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인구 2만의 나라 팔라우 공화국에서 인구의 1%를 고용하고 국가 1년 예산의 10% 매출을 올리는 한파그룹의 하순섭 회장 같은 이도 있지만, 젊은 시절 폭행 사건 에 연루되어 사모아로 도망쳐와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은 잡화점을 경영하며 “다 이루었다”고 현실에 만족하는 K씨 같은 이도 있다. 현지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 이들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신화’로 포장된 해외 한국인들의 성공담보다 훨씬 현실감 있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저 알음알음 찾아다녔다. “그 섬에 가면 한국인이 있다더라”는 소문만 믿고 무작정 떠났다가 뜻밖에 서너 가구의 한국인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허탕친 경우도 허다하다. 어쨌든 이 책에 기록된 남태평양 섬들의 한국인 거주자 현황은 가장 최신의, 가장 정확한 정보일 것이다(남태평양 23개국, 한국인 2,738가구, 1만318명).
한국을 떠나 성공한 사람들(전 2권)/ 우길 지음/ 금토 펴냄/ 각 328쪽/ 각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