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은 살아 흘러야 한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89_1.jpg)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후 청계천 복개구간 견학코스를 마련하고, 복원 준비사업 비용을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등 본격적인 복원작업에 들어가자 수원 시민들의 마음도 바빠졌다. “청계천도 하는데 더 늦기 전에 수원천 복개구간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백로가 노니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수원천은 살아 흘러야 한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89_2.jpg)
그중에서도 총길이 16km, 유역면적 25.37m3의 수원천은 도심을 관통하는 데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을 끼고 있어 수원의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여름 북쪽 수문인 화홍문의 7칸 홍예문(무지개처럼 둥근 형태의 문을 가리킴)에서 흘러나오는 상쾌한 물줄기를 본 사람이라면 수원천과 화성을 따로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홍문을 통과한 물줄기가 남쪽으로 빠져나가야 할 남수문과 남암문, 남공심돈 등의 유적지는 사라져버렸다.
수원천 복개가 시작된 것은 1991년. 수원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주변 상권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수원천 일부 구간을 시멘트로 덮었다. 당시에는 수원 시민들의 94%가 복개를 찬성했다. 94년 화성 성곽 밖 지동교에서 남쪽으로 매교까지 780m 구간이 복개됐다. 2단계 복개는 지동교에서 매향교로 이어지는 상류구간.
하지만 95년 3월 2단계 공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총 15단체)이 ‘수원천되살리기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수원천 복개 반대 및 남수문 복원 촉구’ 운동을 본격화하자 여론도 ‘복개 반대’로 급선회했다. 결국 96년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수원천 복개공사 전격 철회’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6년, 수원 시민들은 당시 30%나 진척된 복개공사를 중단시킨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센터 최은정 사무국장은 “복개된 구간과 복개되지 않은 구간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98년부터 매년 지동시장 앞 복개구간에 들어가 오물청소를 하고 있는데, 이곳은 햇빛이 차단되고 통풍이 되지 않아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흙도 시커멓게 죽어 있고 시장에서 유입된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반면 악취가 나는 복개 지점에서 불과 1km 밖 수원천 상류지역은 개구쟁이들이 여름에는 발가벗고 목욕하며 고기를 잡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는 옛모습을 되찾았다.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동교 위에서 바라보면 상류에서 흘러오던 깨끗한 물이 갑자기 시커먼 다리 밑으로 빨려 들어간다. 몇 미터 앞에서는 시원스레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데 발 아래는 썩은 물이 흐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수원천은 살아 흘러야 한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09/30/200409300500089_3.jpg)
현재 연장 16km의 수원천은 남쪽 성 밖으로 흘러나오자마자 시멘트로 덮인 780m를 지나 다시 햇빛을 보게 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복개구간에서 시커멓게 죽어버렸던 물이 다시 햇빛을 보면 자연정화돼 하류로 갈수록 맑아진다는 사실이다. 최은정 사무국장은 “자연의 정화능력은 놀랍다. 복개 부분을 걷어내기만 하면 아무리 오염됐다 해도 복원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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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되살리기시민운동본부’ 의 재가동을 선언한 박천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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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환경운동센터 최은정 사무국장
복개구간을 헐고 남수문을 복원한다 해도 남문시장 일대까지 손을 대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남문시장 일대는 수원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상권의 중심. 96년 시민단체들이 복개 반대 운동을 벌일 때도 이곳 상권의 저항이 가장 심했기 때문에 새롭게 불을 지핀 수원천 복원운동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원천 완전 복원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행보가 빨라진 반면, 당사자인 수원시는 “언젠가 복원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세워놓고 있다. 지동교에서 매교에 이르는 복개구간의 원상복구 계획이 없으며, 향후 복개구간이 노후해 철거가 불가피할 경우 자연형 하천으로의 정비를 검토하겠다는 정도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작업에 자극돼 다시 불붙은 ‘수원천 복원운동’은 단순히 지역 환경운동으로만 보기 어려운 역사성을 갖고 있다. ‘수원화성’의 저자인 경기대 김동욱 교수(건축학)는 “성곽의 보존과 함께 도시의 내부를 가꾸는 데 지혜를 모은다면 200여년 전 정조가 건설한 계획 신도시 화성은 미래에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계천 복원이 먼저냐 수원천이 먼저냐, 두 도시가 벌이는 자존심 싸움도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