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훈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 앙코르 곡으로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초혼’을 불렀습니다. 나중에 선생님 부인께서 제 손을 붙잡고 우시더군요.”
독일과 벨기에에서 성악을 공부한 구희용은 한국 가곡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변훈 선생님은 외교관으로 평생을 보내신 분입니다. 그래서 20여 곡 정도의 곡만 남기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78곡이나 되는 가곡을 작곡하셨어요. 50년대 초에 ‘명태’를 발표하셨을 때 ‘이건 노래도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은 것에 상심해 17년간이나 작곡을 멀리하셨습니다.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불행한 선구자셨던 거죠.”
구교수가 말하는 변훈 가곡의 특징은 ‘남성적’이라는 점. “홍난파류의 한국 가곡은 대개 슬프고 여성적입니다. 하지만 변훈의 가곡은 힘이 넘치는 남성미가 있죠. ‘쥐’나 ‘순이야’ 같은 곡에서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변훈 가곡집도 출판할 계획입니다.”
그는 한국 가곡은 발음 때문에 부르기 어렵다며 회피하는 성악가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독일 성악가인 헤르만 프라이도 한국 무대에서 ‘청산에 살리라’를 멋지게 불렀습니다. 만약 미국인들이 ‘영어 노래는 발음이 어렵다’고 한다면, 얼마나 비웃음거리가 되겠습니까. 우리가 열심히 불러야 한국 가곡이 발전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