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20세기폭스코리아]
미국 미주리주 에빙(허구의 도시)이라는 도시 외곽엔 낡아빠진 광고판 3개가 서 있다. 영화 원제인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그대로다. 오래전 사용을 중지했는지 광고판은 찢기고 빛이 바래 버려진 쓰레기처럼 보인다. 에빙, 더 나아가 미주리주가 어떤 조건에 놓였는지 단박에 알게 하는 신호인 셈이다.
중년 여성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 분 ·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는 광고판 3개를 임대한다. 그리고 ‘강간당하고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체포된 사람이 없다’ ‘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이라고 차례대로 써 붙였다. 7개월 전 딸이 사고로 죽은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다. 밀드레드가 보기에 경찰은 무능하고 오만하며 ‘흑인들 고문하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밀드레드는 수사를 방기하는 듯한 경찰의 태도에서 딸의 죽음이 무시되는 모욕을 느낀다. 분노한 그는 사적 복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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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쓰리 빌보드’는 타자에게 붙이는 그런 선입견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지 성찰하게 한다. 얼핏 보면 딕슨은 분노를 이용하는 정치의 ‘멍청한’ 희생자 같다. 반면 복수에 나선 밀드레드는 비극의 ‘순수한’ 주인공처럼 보인다. 하지만 맥도나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처럼 여기서도 인물의 성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두 캐릭터의 특성은 서로 뒤섞이고, 그 모든 결점은 우리를 비춘다. ‘분노의 시대’에 우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리 빌보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