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드 라 자나스의 돌투성이 포도밭과 늙은 그르나슈 나무들. 자나스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 이자벨 사봉(왼쪽부터). [사진 제공 · CSR와인㈜]
도멘 드 라 자나스(Domaine de la Janasse · 자나스)는 1973년 설립돼 45년밖에 안 된 신생 와이너리지만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샤토네프 뒤 파프의 내일을 이끌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나스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이자벨 사봉(Isabelle Sabon)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에게 자나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묻자 “땅에 귀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자나스는 샤토네프 뒤 파프 곳곳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겉보기엔 똑같은 돌투성이 밭이지만 어떤 땅엔 모래가 많고 또 어떤 땅엔 진흙이 많다. 남향도 있고 북향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땅의 온도를 좌우하고 포도 맛으로 표현된다. 그는 “서늘한 모래땅에서 자란 포도는 섬세하고 미네랄향이 은은한 와인을 만든다. 따뜻한 진흙땅에서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묵직한 와인이 생산된다. 이 포도들을 따로 또는 섞어서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샤토네프 뒤 파프 비에 비뉴, 샤토네프 뒤 파프 트레디션 와인. [사진 제공 · CSR와인㈜]
자나스의 밭 가운데 남향의 따뜻한 진흙땅에는 수령 80~100년인 늙은 그르나슈가 있다. 여기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늙은 포도나무’라는 뜻의 비에 비뉴(Vielles Vignes)다. 비에 비뉴는 농축미와 복합미가 특징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응축돼 있던 향미가 입안에서 끊임없이 피어난다. 목으로 넘긴 뒤 이어지는 긴 여운에 감탄이 절로 난다.
자나스의 샤토네프 뒤 파프 트레디션(Tradition)은 여러 밭에서 수확한 어린 그르나슈가 주 품종이라 스타일이 젊고 산뜻하다. 질감이 매끄럽고 과일향이 상큼하며 장미꽃 내음이 우아함을 더한다.
사봉은 “땅이 건강해야 포도가 건강하고, 포도가 건강해야 와인이 맛있다”고 말했다. 자나스의 양조 방식은 전통에 더 가깝다. 포도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밭과 양조장에서 거의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사봉은 한식의 풍부한 맛에 반했다고 한다. 한식의 매콤함이 자나스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이유를 묻자 웃으며 답했다. “둘 다 건강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