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린TV’ 진행자 최린 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호영 기자]
47만 구독자 거느린 진짜 초통령
‘마이린TV’ 채널 아이템 선정과 구성은 최린 군이 주도적으로 하지만 촬영은 아버지 최영민 씨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어머니 이주영 씨가 함께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이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초등학생 크리에이터는 단연코 ‘마이린TV’의 최린(12) 군이다. 2015년 3월 27일 유튜브에 개설된 마이린TV는 3년 만에 구독자 47만 명을 넘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군의 이야기를 듣고자 3월 20일 자택을 방문했다. 소파와 TV가 놓인 일반 거실과 달리 유튜브 동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색 가림막과 커다란 테이블이 거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온 최군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취재진을 맞았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최군을 만나자 마치 연예인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최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마이린TV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빠졌는데 아빠가 관련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인기 유튜버 톱10 중 10위인 ‘양띵의 마인크래프트 감옥탈출’ 영상이었어요. 그걸 보고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빠 엄마와 유튜브 키즈데이 행사에 가서 장난감도 받고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어요. 그때 채널 이름도 부모님과 상의해 my(나의)와 이름 린을 합쳐 ‘마이린TV’로 지었죠. 초반에는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고 해서 긴장됐어요. 당시 영상을 보면 말없이 손으로 장난감만 만지는 게 전부일 정도예요.”
지금 동영상을 보면 굉장히 진행을 잘하는데 따로 그런 걸 배웠나요.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원래 말은 막힘없이 하는 편이긴 해요. 카메라 앞에 서서 자꾸 하다 보니까 나아졌어요. 그리고 실수하면 다시 하고, 재미없는 부분은 편집해 자르니까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재미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이젠 삶의 일부
10만 구독자 돌파 기념으로 구글코리아에서 증정한 기념액자. [지호영 기자]
“없어요. 장난감이나 뭔가를 가지고 놀 때는 연습도 따로 하지 않고 촬영해요. 그런 걸 연습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 대신 뭔가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어 안전 캠페인 같은 건 미리 외우고 하죠. 평소 방송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고, 방송에서 할 말을 미리 조금 생각했다 촬영에 들어가요.”
아이템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하나요.
“일단 부모님과 가장 많이 상의해요. 동영상 댓글도 많이 보고, 친구들한테도 물어봐요. 제일 좋은 건 댓글에서 추천하는 아이템을 하는 거예요. 다들 저한테서 보고 싶어 하는 걸 추천하기 때문에 그런 걸 할 때 반응이 가장 좋아요.”
최근 동영상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많던데 왜 그렇게 하는지, 어떤 점에서 좋은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터 행사에서 다른 크리에이터 친구들을 만나 친해졌어요. 그 친구들이랑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디엠(DM·Direct Message)으로 얘기를 나누다 ‘우리 같이해볼까’ 하는 거죠. 같이 출연하면 제가 못하는 걸 그 친구들이 해주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케미(chemistry·화학반응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가 잘 맞으면 댓글 반응도 좋아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나요.
“학교 친구들은 저를 연예인으로 본다거나 하지 않아요. 유튜브 채널 개설하고 1년가량 됐을 때도 그냥 ‘아직도 해?’ 하고 물어보는 정도였어요. 친구들보다 밑에 학년들, 동생들이 지나가면서 ‘마이린 형이다’ ‘마이린 오빠다’라고 알아보는 정도예요.”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어떻게 하나요. 방송에서 보니 편집은 스스로 하던데.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부모님이 해주세요. 영상 중에서 쓸 부분만 자르는 컷 편집은 제가 해요. 자막이나 화면 편집도 초반에는 제가 했는데 지금은 고학년이 되고, 다른 할 일도 많아져 자막과 특수효과만 다른 데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게 있다면.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인데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597만 회)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태어나 처음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은 날이었거든요. 미국 여행 가기 전 급하게 찍은 영상인데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사람들이 댓글로 ‘엄마 몰래 끓여 먹는 건데 촬영은 누가 해준 거냐’ 묻기도 하는데, ‘엄마 몰래’라고 했지 ‘부모님 몰래’는 아니니까 당연히 아빠가 찍어주신 거죠. 그런 반응들도 재미있었어요.”
댓글을 보면 나쁜 말도 있던데 상처받거나 하진 않나요.
“아빠가 그러시는데 악플은 외로워 다는 거래요. 그래서 악플은 무시하는 편이에요. 제 발음을 지적하는 댓글 등은 좋게 받아들이려 하고요.”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꿈은 올해 안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는 거예요. 미래에 대한 꿈은 아직 없어요.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제2 마이린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요즘 다들 유튜브 채널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데 영상을 올렸다 지우는 친구가 많은 거 같아요. 채널을 아예 없애기도 하고요. 정말 크리에이터처럼 하고 싶다면 지우지 말고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게 좋아요. 또 흔들리는 영상이 생각보다 많은데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찍을 때는 꼭 삼각대에 올려놓고 촬영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다시 돌아간다 해도 도울 것”
[지호영 기자]
최린 군이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는데 처음부터 흔쾌히 지원한 건가요.
이 “처음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했죠. 지금은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것도 많고 친구들에게 마이린TV를 운영한다고 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니까 좋게 생각해요. 새 학기가 되면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있잖아요. 린이도 그런 친구 가운데 하나인 거죠.”
최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41cm로 작은 편이었어요. 어릴 때는 키나 외모, 운동 실력 등으로 인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린이도 어디 나가면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보지 않을 정도로 또래 친구에 비해 좀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마이린TV를 통해 자신감을 쌓고 교우관계에서도 당당해지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로 시작했죠. 앞으로 시대가 디지털 쪽으로 더 발전하게 될 텐데 미리 익히고 주도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마이린TV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최 “유아용인 ‘뽀로로’와 초등학교 고학년이 주요 타깃인 ‘도티’ 사이에 초등학교 저학년용 콘텐츠가 없었던 거죠. 린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도티, 양띵, 대도서관 등 인기 크리에이터를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궁금한 걸 묻는 어린이 리포터 역할을 했어요. 이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아요. 댓글에서 추천하는 아이템인 피젯스피너, 힐리스, 철판 아이스크림 등을 다루면서 인기가 높아졌죠. 보편성 있는 콘텐츠를 다루면서 구독자 연령 폭이 넓어진 것도 인기 비결 같아요.”
초등학생 시기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다 보면 학업 등에 지장이 생기진 않나요.
이 “동영상 촬영은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어요. 동영상 촬영 말고 방과 후 외부 활동은 많지 않아서 학업에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학교에서 발표력이 좋아지고 교우관계에도 도움이 돼요. 예전에 싸이월드에 일촌이 많은 친구가 인기도 많았던 것처럼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비슷해요.”
마이린TV 개설 이후 언제 키즈 크리에이터 활동을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이 “부모가 해줄 수 없는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평범한 초등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걸 린이는 경험하고 있는 셈이거든요. 중학교에 올라가면 또 그때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걸 접하게 되겠죠.”
반대로 악플이라든지, 유명세라든지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요.
최 “그런 부분들은 최대한 방어막을 쳐주고 있어요. 3년 전 채널 개설 전부터 ‘이걸 하면 악플로 상처받을 수 있고 유명세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하며 단단히 다짐을 받았죠. 또한 소셜댓글, 모바일 채팅 등은 캡처돼 돌아다닐 수 있으니 가급적 디지털 대화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줘요. 예전에 인기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을 만났을 때 그분이 ‘절대 라이브 방송을 하지 마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어요.”
“크리에이터 경험 통해 소통 잘 하는 사람되길”
유튜브 ‘마이린TV’ 채널 페이지. [지호영 기자]
최 “뷰당 1원이라고 치면 대충 계산이 되시나요?(웃음) 한 달 수입이 일반 회사원 월급 정도는 돼요. 키즈 크리에이터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경우 캐릭터 사업, 장난감 PPL(간접광고) 등 여러 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든요. 그런데 광고주는 아이들 상품이라 해도 성인 크리에이터를 통해 홍보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수입은 거의 없어요. 린이가 모범생 이미지가 있어서 교육, 출판, 어린이 행사 등 공적인 콘텐츠 모델로 관심을 보이는 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부수입은 다른 성인 크리에이터에 비해 적은 편이에요.”
최린 군은 키즈 크리에이터로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특별히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없고요. 마이린TV 채널 운영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최 “유튜브는 탤런트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연말에 유치원 학예회를 하면 부모들이 가서 촬영하잖아요. 유튜브는 1년 내내 유치원 학예회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거든요. 린이가 어디에 소질이 있고 재능이 있는지 동영상을 촬영하고 콘텐츠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성장해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