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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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비결? 애인 대하듯 해야죠

전문가 3인의 유머 특강 … “타인 배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유머 시작”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06-01-25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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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는 비결? 애인 대하듯 해야죠

    웃음을 연습하는 우리은행 임원들. 웃음과 유머는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제 유머는 성공의 키워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유머감각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숨을 쉰다. ‘유머감각? 그건 타고나야 하는 거 아닐까?’라며. 하지만 유머 전문가들은 “유머 능력은 후천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머 능력은 배우고 노력하면 길러질 수 있다는 것. 유머경영연구원 김진배 원장은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리모컨 시대’에 유머는 의도적으로 노력해서라도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한다.

    30년 동안 ‘유머1번지’를 비롯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해온 KBS PD 출신 김웅래 인덕대 교수(방송연예과)는 “유머란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라 부단한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관심’이다. 관심이 없으면 주위에 널린 웃음의 소재를 그냥 지나치게 된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낚시꾼이 고기를 낚아 올리듯 웃음의 포인트를 낚아 올릴 수 있다. 김 교수는 길을 걸을 때 각종 공연이나 영화 포스터, 간판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재미있다 싶으면 사진을 찍어둔다고 한다.

    품위유머닷컴(www.opinity.co.kr)의 이상준 대표는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머 실력을 갖출 것을 권한다. 그가 개발한 품위유머란 ‘누구나 건전하게, 밝게,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유머’. 그는 유머의 기본원리로 두 가지를 꼽는데, 우월감과 해방감이다. 사람들은 우월감과 해방감을 느낄 때 유난히 큰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 우월감은 자신보다 못한 남을 볼 때 느끼는 고소함이고, 해방감은 사람들을 짓누르는 모든 두려움과 금기, 억압이 해소될 때 터지는 통쾌함이다. 사람들이 영구나 맹구의 바보유머에 열광하는 건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때문이고, 성적 유머가 인기 있는 것은 성에 대한 금기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진정 품위 있는 유머는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다”며 “무엇보다 남을 누르면서 웃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리모컨 시대 성공 덕목 … 배우고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

    웃기는 비결? 애인 대하듯 해야죠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다양한 말투를 익히게 돼 유머 구사에 도움이 된다.

    한편 ‘국내 유머강사 1호’라 불리는 김진배 원장이 꼽는 가장 좋은 유머의 방법은 흉내 내기다. 유명인, 가족, 친구 등을 흉내 내면 공감대가 형성돼 효과가 크다는 것. 다만 유명인 성대모사나 유행어 따라하기는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명이 3~6개월밖에 가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흉내 내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투. 기본적인 말투 요령에 대해 김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노인은 고개를 흔들라. 어린이는 끝을 길게 하라. 여자는 옥타브를 높게 하고, 남자는 옥타브를 낮게 하라. 충청도 사투리는 끝에 ‘유’자를 붙여라. 경상도 사투리는 두 번째 단어에 액센트를 둬라. 전라도 사투리는 ‘겁나게(=매우)’ ‘싸게싸게(=빨리)’ ‘거시기(불특정 지칭 대명사)’를 포인트로 사용하라.”

    꾸준한 말투 훈련 방법으로는 동화구연과 직접화법을 권한다.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자연히 여러 종류의 말투를 익히게 된다는 것. 직접화법이란 “영희가 오늘 같이 밥 먹재”라는 간접화법 대신 “영희가, ‘어우야, 오늘 밥이나 같이 먹자, 얘’ 그러더라”라고 말하는 걸 뜻한다. 직접화법을 자주 구사하면 자연스럽게 흉내 내기 실력이 향상된다.

    말발 먹히는 유머, 이렇게 구사한다 김진배 유머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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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에 맞는 유머 남자는 정치·군대·축구 이야기를 좋아하고, 여자는 외모·가정·드라마 이야기를 좋아한다. 노인은 단칸방 시리즈 같은 옛날이야기, 젊은이는 연예인이나 스포츠맨 이야기를 좋아한다.

    유머를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내용과 연결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앞머리에 유머를 구사한다. 이는 청중의 주의를 끌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유머는 어떤 식으로든 본론과 연결시켜야 한다. 내용의 유사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단어만 있어도 그것으로 유머와 본론을 연결시킨다.

    가능한 한 많은 예화 사용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를 사용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의 실수담 따위는 쉽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제스처와 말투 적극 활용 주변을 둘러보고 손동작을 사용하며 이야기하는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상당히 무뚝뚝하다. 몸동작이나 손동작은 유머의 효과를 크게 만든다. 말투도 너무 단조롭지 않도록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반응 잘 살피기 반응을 잘 살펴야 사람들이 어느 대목에서 웃는지, 어떤 유머는 지양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 김진배 원장이 추천하는 초·중·고급 단계별로 유머 능력 키우기

    ‘나는 썰렁하다’ 초급자 단계 / 남의 유머를 많이 듣고 많이 웃는다. 아직은 긴 유머를 외우기 힘든 단계. 긴 유머는 피하고 퀴즈유머 같은 짧은 유머만 시도한다.

    ‘나는 가끔 웃기기도 한다’ 중급자 단계 / 긴 유머를 외워서 시도한다.

    ‘나는 잘 웃긴다. 그래도 A급은 아니다’ 고급자 단계 / 다양한 말투와 제스처를 익혀라. 유머를 직접 창조하라.

    우월감과 해방감 주는 유머, 이것이 비결 이상준 품위유머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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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를 드러낸다 상식적인 것을 모르는 척하며 무지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한 행사에서 인기그룹 god가 출연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대본에 god라고 써 있기에 하느님이 오시는 줄 알았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온 적이 있다.

    자신을 비하한다 자신을 낮출 줄 알아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자기 비하 중에서도 특히 외모 비하 유머는 반드시 성공하게 마련.

    실수를 공개한다 치부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제외하고 이 정도면 공개해도 괜찮겠다 싶은 개인적 실수담, 망신당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는 상대에게 해방감을 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가급적 최근의 일을 이야기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 방법의 효과는 크다.

    속마음을 노출한다 돈과 먹을 것에 대한 욕심, 목숨에 대한 애착, 두려움, 비겁함, 이기심, 시기와 질투 등을 솔직하게 토로하면 상대는 해방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빈민층을 위한 두레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김진홍 목사는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 그런 그가 한 정당의 모금행사에서 강연하면서 “헌금 나오는 자리여야 말을 잘하는데 헌금을 보태는 자리라서 실력 발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청중을 웃게 했다.

    금기를 깨뜨린다 성(性)적인 소재는 해방감을 통한 웃음을 주는 데 가장 효과가 좋다. 하지만 물의를 빚을 염려 또한 가장 크다. 지나치면 안 되고 정도를 지켜야 한다.

    공공의 적을 공격한다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과 중국, 무능하고 부정부패한 관료나 정치인을 응징하거나 풍자하는 유머는 해방감과 더불어 우월감도 준다.

    *이러한 방법으로 상대를 웃길 때 자신을 낮추되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지 말며, 자신의 실수와 속마음을 드러내되 품위를 지켜야 하며, 금기를 깨되 정도를 지키는 덕목 또한 요구된다.

    생활 속 유머 능력 기르는 7가지 방법 김웅래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웃기는 비결? 애인 대하듯 해야죠
    많이 외운다 인터넷 유머사이트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0개씩 유머를 외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크북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외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국해학전집’ 5권을 줄줄 외워 각종 학내 레크리에이션을 이끌었다.

    많이 모은다 재미있는 유머는 기록한다. 유머에 도움 될 만한 것들 또한 모아둔다. 나는 틈나는 대로 황학동 벼룩시장에 나가 유머 관련 자료를 사 모으고 외국 출장 때마다 조크북, 유머 일러스트집, 카툰 모음집, 재미난 사진엽서 등을 사온다. 지금까지 모은 자료들을 올봄 강원도 평창에 개관하는 코미디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외운 유머는 반드시 써먹는다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고 체득하게 된다. 사람들이 웃지 않더라도 상처받지 말고 준비한 유머를 끝까지 다 한다. 그 다음 반응이 왜 좋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보강함으로써 실력을 업그레이드한다.

    꾸준히 연습한다. 메모장에 제목만 적어놓고 시시때때로 연습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제목만 보고 유머 떠올리기’를 해본다. 이렇게 거듭 연마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마치 즉석에서 생각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꾼다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을 바꾸면 유머를 발견할 수 있다. 진지한 질문에 가벼운 대답을 하거나 가벼운 질문에 현학적인 대답을 하면 엉뚱한 반응에서 웃음이 나오게 된다.

    변용하고 응용한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알고 있는 유머를 변용하고 응용한다. 단어나 등장인물의 직업을 상황에 맞게 바꾸는 식이다.

    남의 말을 잘 듣는다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의 말 속에서 유머의 빌미를 찾을 수 있다. 개그맨 유재석의 장점은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결정적 순간에 웃음의 정곡을 찌르는 것이 유재석 유머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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