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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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력은 국민이 키워줄 것”

‘차세대 주자 1위’로 선정된 원희룡 의원 “소신 지키려 노력했을 뿐”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1-24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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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세력은 국민이 키워줄 것”
    청와대 및 국회 출입기자들은 한나라당 소장파 리더 원희룡(42)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주간동아’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자 중 16.0%의 지지를 얻은 원 의원이 14.5%를 얻은 김부겸 의원(열린우리당)을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차세대 주자 1위’로 선정된 것.

    2000년 정치에 입문한 뒤 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경력이 길지 않은 정치인으로서 그는 이번 조사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의 속내와 ‘차세대 정치인상(像)’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차세대 주자 1위’로 뽑힌 소감은?

    “뜻밖이다. 16대 국회 때와 달리 17대에 들어 소신을 지키려 노력했는데, 그것이 종종 충돌도 불사하는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소신은 정치인의 기본 덕목이지만, 소신만 있다고 해서 ‘차세대 주자’로 보긴 어렵지 않겠나. 중요한 건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는 일인데, 그 점에선 갈 길이 멀다고 본다. 좀 때 이른 평가가 아닌지… 부담스럽다.”

    -기자들이 1위로 뽑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 국민이 실제 열망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접근방법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격려성 1위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정치적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것이다.”

    -‘차세대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지금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보한다든가, 지금의 자리가 미래의 경력을 위한 징검다리라든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에 충실할 뿐이다. 차세대 정치인의 자질은 국민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처한 삶의 현장을 항상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른 움직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스스로 그런 덕목과 자질을 갖췄다고 평하나.

    “멀었다. IMF(외환위기) 이후 비틀거리는 국정운영을 보면서 내가 정치형성 과정에 직접 관여해서 기여해야겠다고 각오하던 시점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다만 진실됨, 치열함, 스스로를 대의를 위해 쓰이는 도구로 여기는 자기 정체성과 소명의식은 견지하려 한다.”

    -자신의 단점은 뭐라 생각하나. 그리고 내세울 만한 장점이 있다면?

    “아직 젊어서 그런지 지나칠 만큼 혈기가 넘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경륜 있는 선배들이 보기에 안정감이나 여유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피해 가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하다 보니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경향도 있다. 장점을 굳이 얘기하자면 소탈함과 개방성이 아닐까. 꾸밈과 안주(安住)를 싫어한다.”

    “내 세력은 국민이 키워줄 것”
    -작금의 현실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집단논리라는 ‘악화’가 비전과 건설적인 상호토론이란 ‘양화’를 구축하는 정치 풍토가 문제다. 우리 정치에서는 공존의 논리가 부족하다.”

    -한나라당의 한계를 비판한다면? ‘보수 영남당’의 틀을 깨라는 건가.

    “당은 과거의 틀에 안주하고 있다. 크게 4가지 방향이다. ‘영남’ ‘부자’ ‘보수반공’ ‘연로한 당’이 그것이다. 진정한 보수는 21세기 트렌드에 맞는 보수라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보수는 1980~90년대를 거치는 동안 세계화, 정보화, 다원화의 물결 속에서 자기 진화를 멈춘 채 그간의 장기집권의 추억에 안주하며 기득권을 누리려 한다. 그런 성향을 깨야 한다.”

    -그런 구태를 개혁하기 위한 복안은 있나.

    “‘기득권당’이란 틀을 깨려면 진정한 보수적 접근, 즉 사회갈등에 예방적으로 대처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서민의 삶을 옥죄는 부동산, 사회안전망, 중소기업 문제 등에 대해 한나라당도 보수적 방법론과 실천을 통한 정책적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북정책에서도 북한과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나름의 적극적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말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사학법 강경투쟁 방식과 관련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념병’에 걸려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후 당내에서 징계·탈당 움직임이 이는 등 곤욕을 치렀는데, 당시 속마음은 어땠나.

    “솔직히 괴롭고 아팠다. 그러나 탈당해야 하는 이유가 ‘사학법 투쟁이 잘못됐다’ ‘사학법 개정이 학생들에 대한 전교조의 친북반미 이념 주입으로 이어진다’는 그릇된 논리에 반대하는 때문이라면, 징계하려면 하라는 게 내 입장이었다. 당론과 다른 얘기를 한다고 해서 징계하려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당시 당론이 그에 찬성했음에도 80여명의 의원이 연판장을 돌리고 장외집회까지 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는데, 그때는 수가 많으니 가만히 있다 지금은 원희룡이 혼자니까 징계하려 한다? 그건 명백한 모순이다.”

    -당론과 배치되는 정치적 소신을 공개하는 일에 고뇌가 많지 않나.

    “한나라당 지지자, 비판자 양측으로부터 조언을 많이 구한다. 가끔 당내에서 20대 1로 붙을 때도 있는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국민 의사를 잘 대변하며 올바로 서 있기만 한다면, 세력 부족은 언젠가 국민이 채워주고 상황이 허락지 않는 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믿는다. 세력과 상황, 이 두 가지는 국민과 시간에 맡기려 한다.”

    -당내에선 ‘왕따’로 통하지만, 최근 우리당 몇몇 의원이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칭찬하는 등 국회 내에 팬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여당 의원과의 교류가 많지는 않다. ‘왕따’라기보다는 한나라당 내에 내가 말하는 내용보다 방식에 대해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의원들이 있다. 오해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성숙하게 풀어가려 한다.”

    -참여연대가 1월17일 발표한 ‘통계로 본 2005 정기국회’ 자료에 따르면, 원 의원의 상임위(통일외교통상위) 출석률이 55%밖에 되지 않는데….

    “변명하자면, 당내 회의라든가 다른 일정이 겹쳐 상임위 출석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 점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좋은 말은 혼자서 다 하는 것 같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조차 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을 애써 낙관하려는 점에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국가경영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언론, 정치권,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과 화법에 너무 젖어 있다.”

    -노 대통령의 이른바 ‘차세대 육성론’에 대한 생각은?

    “원론적으론 좋은 얘기다. 군사독재 시절의 후계자 지명방식 또는 YS, DJ의 계보정치를 탈피해야 한다는 점엔 동감한다. 문제는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발탁에서 보듯, 현재 노 대통령의 차세대 육성이란 것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가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는가.

    “일단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뽑힐 듯하다. 단순 지지도 면에서 본다면 유시민, 김부겸 의원이 높은 지지를 받을 것 같다. 한나라당에선 누가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김부겸 의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근소한 차로 2위를 했는데….

    “김 의원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탁월한 정치적 기량을 지녔다. 모든 걸 다 갖춘 준비된 차세대 지도자다. 정치적 기량 면에선 내가 한참 더 배워야 할 사람이다.”

    -정치적 포부의 끝은 어디인가. 서울시장인가, 대통령인가.

    “서울시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시장은 시정에 대한 고민이 충만한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 공개하긴 이르다는 뜻인가.

    “젊은 의원들도 언제든 정치 지도자로 떠오를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계속해야 한다. 그 준비의 끝이 무엇인지 지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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