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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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첫날 與 북적 野 한산

여야 정치인들 정회장 자살 놓고 엇갈린 반응 … MK 현장 지휘 속 조문행렬 이어져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08-06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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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 많은 민주당과 침묵하는 한나라당.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이렇게 엇갈렸다. 8월4일 오후, 고 정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현대아산병원에는 민주당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재정 김상현 김성호 정범구 의원 등이 빈소가 차려지기 무섭게 조문을 다녀갔다.

    이재정 의원은 방명록에 ‘님이 바치신 남북평화와 협력의 큰 공이 길이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라고 추도의 글을 남겼다. 김상현 의원은 “남북관계 개선에 중심적 역할을 한 분”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창복 의원은 “최근 개성공단 착공식에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정회장이 내게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했다”며 “그런 분이 돌연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의원은 “현대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대행해왔는데, 냉전수구세력들이 끊임없이 이에 반대하고 특혜라고 비난하면서 발목을 잡아왔다”며 은근히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역사의 모순 때문에 당한 희생의 제물”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의 조문의 발길이 이어진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당일 제주도에서 휴가중이던 최병렬 대표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계의 중요한 인물에게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최대표는 휴가일정을 취소하고 4일 저녁 상경해 조문했다.



    역시 휴가중이던 홍사덕 원내총무도 급히 귀경,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시절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그 경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정치권 주변에서는 “당연한 일 아니냐”는 반응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라 해도 특검 수사가 그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다면 특검제 도입을 주장한 한나라당에 원망의 화살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15분경 빈소가 차려진 뒤 오전 내내 4층 접견실에 있던 부인 현정은씨(48) 등 유가족 10여명이 빈소로 들어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헌화했다. 이어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을 시작으로 회사 중역들과 외부인사들이 차례로 조문했다.

    ‘왕자의 난’ 이후 고 정회장과 불편한 관계였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엔 입을 열지 않았다.

    기자들의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기자협회는 스스로 ‘풀 기자단’을 구성, 이들에게만 빈소 출입을 허락하고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 각 1명만이 빈소 내부 취재를 하도록 해 혼란을 막았다. 현대측은 유가족들에게 몰리는 기자를 막기 위해 ‘포토라인’ 유지에 힘쓰는 등 삼엄한 경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가족회의소가 마련된 4층은 ‘출입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유가족들은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 대북사업 관련 인사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빈소를 찾은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정회장의 죽음에 “역사의 상징적인 희생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총재는 “그의 죽음은 오랜 역사의 모순 때문에 생긴 일로 이스라엘 역사의 희생 제물과 같다고 할 수 있다”면서 “해방 후 많은 애국자들이 죽은 것처럼 한국 역사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희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10분, 김윤규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례 일정을 발표했다. 기자회견 도중 김사장은 “정회장을 모시면서 이렇게 비통한 날이 없었다…”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모시고 남북사업을 해오면서…”라며 오열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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